악역인 듯 악역 아닌 악역 같았던 '라이프' 조승우가 이젠 짠해졌다. 그의 마음을 너무도 몰라주는 상국대학병원 의사들이다.
4일 오후 11시에 방송된 JTBC 월화 드라마 '라이프(연출 홍종찬/ 극본 이수연)' 14회에서 예진우(이동욱 분)는 의료진의 뜻을 모아 부원장 김태상(문성근 분)을 내쫓았고 주경문(유재명 분)을 부원장으로 임명했다. 그리고는 화정그룹에 휘둘리는 상국대학병원을 지키기 위해 총괄 사장 구승효(조승우 분)를 해임하려는 의견을 받았다.
의사들의 반발에도 구승효는 주경문, 예진우, 이노을의 원내 코드를 삭제하며 면직 처분을 그대로 유지했다. 절친이자 내부 조력자인 선우창(태인호 분)이 징계를 풀어주라고 조언했지만 구승효는 이를 밀어붙였다. 그 나름대로 생각이 있었기 때문.

앞서 국회의장 특수활동비 유용 사건의 내부고발자로 살해된 이정선의 유족들은 예진우와 주경문의 설득에 부검을 요청했다. 이를 막고 있던 구승효는 외부 부검의를 초청해 비밀리에 실시했다. 하지만 유족의 도움으로 예진우와 의사들은 이정선의 진짜 사인을 알게 됐고 병원장(문소리 분)은 이를 정정해 바로잡았다.
이 사건으로 이들은 화정그룹 회장(정문성 분)에게 찍히고 말았다. "부검 말고 그냥 바로 화장할 거였는데 유족이 의사 2명을 만난 뒤로 생각이 달라졌다"며 회장은 구승효와 의사들을 동시에 압박하고자 했다. 이 사건에 연루된 병원장, 주경문, 예진우, 이노을(원진아 분)이 장본인.
그래서 구승효는 이들의 의사 인생을 지켜주기 위해 실정법에 의한 핑계를 찾아 면직 처분을 내린 셈이었다. 이미 화정그룹의 압박을 받은 병원장은 자리를 비우며 칩거에 들어갔고 이를 모르는 예진우와 주경문은 구승효 몰아내기에 머리를 맞댔다.

하지만 원내 코드가 모두 정지되자 예진우는 또다시 발끈했다. 구승효를 찾아가 "파견, 해고, 할 줄 아는 게 이것 뿐이시죠? 다른 방법은 생각 못하고"라고 따졌다. 구승효는 "누구나 전공 분야가 있는 법이니까. 그쪽처럼 죽은 사람 이름 뒤에 숨든, 익명으로 투서를 하든"이라고 맞섰다.
예진우는 "숨지 않고 가리지 않고 직접 대면해 드리겠다"고 했고 구승효는 "그만 좀 질척대지?"라고 싸늘하게 말했다. 예진우는 구승효의 해임안을 발의했다고 알렸고 구승효는 "이럴 정신 있냐. 몇 달 쉬면서 귀한 시간 동생한테 쏟을 것 같은데"라고 받아쳤다.
앞서 그는 예진우의 동생 예선우(이규형 분)가 10년도 채 살지 못한다는 사실과 이노을을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됐다. 이를 까맣게 모르는 예진우는 "그딴 충고 없어도 우리 형제 잘 먹고 잘 산다. 식구는 건드리지 말아라"고 발끈했다.
구승효는 "오늘이 마지막이다. 아니면 환자가 보는 앞에서 개처럼 끌려나간다"고 경고했다. 돌아서 나가며 예진우는 "만나는 사람마다 아프게 할 거면 여기 왜 온 거냐. 여긴 살리는 곳인데"라고 씁쓸해했다. 구승효는 "만들고 지키고 넓히면서 삽니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그는 예진우가 나간 뒤 굳은 표정을 푸며 "정말로 망가지고 아프게 되고 싶어?"라고 혼잣말했다. 모질게 굴었지만 사실은 아픈 예선우와 의사로서의 예진우를 마음쓰고 있었던 셈. 그러나 예진우는 주경문과 함께 구승효를 내쫓아 병원을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이노을 역시 구승효를 오해했다. 구승효는 운전기사에게 이노을을 미행하라고 지시했다가 걸리고 말았다. 이노을은 구승효에게 "사장님 바닥 어디까지 보여줄 거냐"고 소리쳤다. 구승효는 "그러니 내 바닥 보기 싫으면 관둬라. 왜 남의 병원에 붙어 있냐"고 매정하게 쏘아댔다.
이노을은 "우리 병원인데 어딜 가냐"고 말했고 구승효는 "우리의 개념이 어디 있냐. 엄연히 재단 소유의 병원이다. 아니면 병원을 사들이던가"라고 차갑게 받아쳤다. 사실 두 사람은 서로의 따뜻한 내면을 보며 알게 모르게 마음을 열었던 사이. 그러나 이젠 완전히 뒤틀리고 말았다.
이노을은 자신을 면직 처리한 것도 모자라 미행까지 붙인 구승효를 원망했다. 강팀장(염혜란 분)에게 구승효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고 해명했었지만 어쩐지 더욱 속이 상했다. 구승효 역시 "어쩜 그렇게 매번 바닥을 보여주냐"며 원망하는 이노을을 떠올리며 잔뜩 얼굴을 찡그렸다.
구승효, 예진우, 주경문, 이노을 모두 신념이 확고한 캐릭터다. 그래서 절충 없이 계속 부딪히고 있다. 시청자들로선 안타까울 따름이다. 특히 악역을 자처하면서 누구보다 확실하게 병원을 살리고 있는 구승효를 향한 이들의 미움이 오히려 더 원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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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라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