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청년구단은 맛도, 위생도, 장사 태도도 어느 것 하나 제대로된 것이 없었다. 백종원은 물론이고 시장 상인들까지도 혹평을 쏟아냈지만, 간절함 하나 엿보이지 않는 무책임한 태도로 더욱 뭇매를 맞았다. 이런 상황에서 백종원의 솔루션이 과연 통할 수 있을까. 방송을 지켜보던 시청자들의 한숨도 깊어졌다.
지난 5일 방송된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대전 청년구단 두 번째 이야기에서 백종원은 1차 점검을 끝낸 뒤 주변 상인들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는 가격과 연령을 고려한 메뉴를 만들라고 미션을 제시했다. 주변 상인들의 마음을 잡아야 입소문이 나서 더 장사가 잘 될 수 있다는 아주 현실적인 조언이 덧붙여졌다. 오랫동안 애정을 가지고 요식업에 종사했던 백종원이기에 가능했던 일.
하지만 청년구단 사장들은 장사 태도부터 엉망이었다. 일단 맛부터 형편 없었다. 무작위로 식당에 초대된 대전 중앙시장 상인들은 청년구단 사장님들이 내놓은 메뉴 중 한 가지 메뉴를 선택, 식사 후 재방문율 투표를 하기로 했다. 수제버거집은 언양 불고기버거, 초밥집은 회덮밥, 덮밥집은 김치스지카츠나베, 양식집은 순두부 파스타, 막걸릿집은 멸치국수를 미션 음식으로 준비했다.


이는 상대적으로 연령대가 높은 상인들을 배려하지 않은 메뉴였고, 맛 역시 "짜다", "회가 없다", "깔끔하지 못하다" 등의 혹평을 들어야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청년구단 사장들의 마음가짐이 어떠한지를 알 수 있게 하는 태도였다. 이들은 조보아와 기념 사진찍기에 열중하고, 주문 숫자에만 민감하게 반응할 뿐 대체로 신나서 웃고 떠드는 모습이었다. 손님 반응과 남은 잔반 체크는 뒷전이었다.
오히려 일일 서빙을 하기 위해 나선 조보아가 평가가 끝난 뒤 이들에게 잔반을 물어볼 정도. 또한 분식집 사장이 음식을 먹기 전 반찬과 같은 부분을 지적하자 조보아가 "죄송합니다"라고 대응을 했다. 가장 많은 주문을 받았던 회덮밥 사장은 주문 횟수조차 모르고 있어 백종원의 분노는 더욱 커졌다.
특히 백종원은 '골목식당' 방송 효과만 믿고 들떠하기만 하는 이들의 태도를 정면으로 꼬집었다. 그는 "내가 볼 때 여러분은 연예인 같이 행동하고 있다. 짜여진 상황 속에 있는 것처럼 즐거워하는 거 같다. 철딱서니가 없어서 놀랐다"고 지적했다.
이어 백종원은 "우리는 진짜 리얼이다. 카메라가 없고 제작진이 떠나면 뭘 먹고 살거냐. 지금까지 매출 있던 걸로 살 수 있냐. 그러니까 기회라고 생각하는 거 아니냐. 장난으로 생각하고 있는 거다"라고 날카로운 돌직구를 날렸다. 실제로 청년구단 사장들은 '골목식당' 촬영 온다는 소식을 듣고는 "기뻤다"고 답하기도 했다. 방송에만 나가면 홍보 효과를 제대로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백종원은 "뭐가 그리 즐거운지 이해를 못하겠다. 오늘 같은 정신 상태로 한다면 5개월도 못 간다. 오늘 이 순간 이후로 절대 착각하지 마라. 당신들 도와줄 사람 아무도 없다. 실전이다. 아차 하는 순간 낙오되는 게 현실이다"라고 매섭게 직언했다.
백종원이 '골목식당'을 비롯해 다양한 음식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신의 노하우를 대방출하는 이유는 요식업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을 좋게 바꾸는 동시에 도움을 받지 못한 이들에게 제대로 된 경영 방식을 알려주고자 함이었다. 그렇기에 백종원은 수십년간 자신이 노력해서 얻은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하고 백방으로 도움을 주곤 했다. 자신에게는 절대 도움이 안 될 요리 대결을 자청하는 이유도 '골목식당'의 취지인 상권을 살리기 위함이다.
그렇기에 백종원은 늘 진지하게 촬영에 임했다. 방송이라고 포장하는 것 하나 없이 솔직하게 일침을 가하고 잔소리를 퍼부었다. 그래야 장사를 하는 사람의 마인드가 바로 설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그래서 늘 '기본'을 강조하고, 소비자의 마인드로 잘못을 지적한다. 일각에서는 백종원이 매번 화를 내다 보니 홧병 나겠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전할 정도. 그럼에도 백종원이 '골목식당'에 애정을 가지는 건 요식업 종사자로서의 사명감, 책임감 때문이다.
이번 청년구단 역시 마찬가지. 맛은 물론이고 위생이나 장사를 대하는 기본적인 마인드부터 잘못된 청년구단에 백종원은 제 일마냥 분노하고,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백종원의 진심이 더 크게 다가온 가운데, 그가 이들에게 전할 진짜 솔루션과 변화될 모습 역시 궁금해지고 있다. /parkjy@osen.co.kr
[사진] '골목식당'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