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 확률無"..그래도 유희열이 '대화의 희열'을 하는 건 [종합]
OSEN 유지혜 기자
발행 2018.09.07 09: 47

'대화의 희열'의 유희열과 제작진은 한입 모아 "시청률에 대한 기대치가 없다"고 말한다. 그들의 말대로 "방송답지 않고", "슴슴한 매력"의 무자극 토크쇼 '대화의 희열'에 유희열은 왜 뛰어들게 된 걸까.
5일 오후 서울시 여의도 영등포구 한 카페에서는 KBS 2TV 새 예능 프로그램 '대화의 희열'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행사에는 MC를 맡은 가수 유희열, 최재형 KBS 부장, 신수정 PD가 참석했다.
'대화의 희열'은 시대를 움직이는 '한 사람'의 명사와 사석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는 콘셉트의 토크쇼다. 유희열을 비롯, 강원국 작가, 김중혁 작가, 독일 출신 방송인 다니엘 린데만이 명사를 초대해 대화를 나누는 주인공들이다. 

특히 '대화의 희열'은 제목에서 보여주듯 유희열이 중심에 나서는 프로그램이다. 유희열은 '대화의 희열'을 하게 된 이유에 "최재형, 신수정 PD들과의 인연이 바로 '스케치북'이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프로듀서들이다. 봄 쯤에 회사 놀러와서 쭈꾸미 먹으면서 술을 마셨는데 최 PD가 나한테 궁금한 사람 만나서 편하게 대화를 나누는 프로그램 하고 싶다고 담백하게 이야기했다. 신수정 PD는 '스케치북'을 하고 있는 PD였다. 그래서 가벼운 마음으로 하게 됐다"고 말하며 PD들의 인연을 꼽았다. 
신수정 PD는 '대화의 희열'의 기획에 대해 "기존에 있던 토크쇼는 대본이 있고 프롬프터가 있지 않나. MC들이 순서를 콘트롤한다. 하지만 우리는 대화의 현장에 제작진과 카메라가 다 빠져있다. 관찰 프로를 찍는다는 느낌으로 촬영하고 있다. 고립된 공간에서 우리는 그저 듣고만 있는다. 대화 방향이 어디로 뻗어나가는지 통제하는 것보다 MC와 패널들, 게스트들이 자유롭게 뻗어나가는 대화가 재미있더라. 그래서 이렇게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신 PD는 유희열을 MC로 섭외한 이유에 "잘생겨서"라고 단번에 답해 장내를 폭소케 하기도. 신 PD는 "유희열은 비주얼이다. 대화가 중요한 프로그램이지만 사람들이 눈으로 보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잘생긴 사람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유희열씨가 생각났다.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들은 유희열은 "신수정 PD가 페퍼톤스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룹 페퍼톤스를 잘생겨서 좋아하는 사람이니 이해해달라"며 자사 소속그룹 페퍼톤스를 언급해 장내는 웃음바다가 됐다.
강원국, 김중혁, 다니엘 린데만 역시 유희열과 케미가 잘 나오는 사람들로 꾸려졌을 터. 신수정 PD는 "우리는 MC와 패널의 경계를 안 두려고 한다. 호칭을 안 쓰려고 노력한다. 강원국 작가님은 유희열씨의 추천으로 만나게 됐다. JTBC '말하는대로' 진행하면서 누가 제일 기억에 남냐고 물어봤을 때 유희열씨가 답한 인물이다. 굉장히 이력이 대단하고 독특하신 분인데 그냥 아저씨스러운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 PD는 "김중혁 작가님도 팟캐스트 등에서 나름의 아이돌적이 인기를 끌고 있는 분이다. 우리가 팟캐스트 이용자와 굉장히 겹친다. 직장인들이 봤을 때 위로가 되는 프로그램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원국 작가님, 김중혁 작가님, 다니엘 등도 그런 시청층에 익숙한 분이다. 그래서 섭외를 하게 됐다"고 말하며 패널 섭외 이유를 밝혔다.
유희열은 '대화의 희열'에 대해 "대화의 형태를 띄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처음에는 도대체 방송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제작진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일반적으로 어떤 형태의 프로그램을 생각하면 조금씩의 변주를 하지 않나. 하지만 이건 너무 막연했다. 제작진도 숙제로 생각할 것이다. 우리의 목표는 누군가를 만나서 편안하게 대화를 나눈다는 것이다. 대화이긴 하지만 방송으로 내야하기 때문에 제작진이 많이 고생을 하고 있다"고 말하며 전에 보지 못했던 토크쇼라고 설명했다.
유희열은 "예를 들어 김숙씨, 표창원씨를 만날 때 그 분들에 어느 정도 알아야 대화가 되기 때문에 자료가 내게 온다. 이메일로 오는데 100페이지 넘는 자료가 오더라. 거의 논문급이다. 인터뷰부터 자료까지 샅샅이 찾아서 온다. 나는 그냥 네 명의 익숙한 사람의 모임과 한 사람의 손님이 와서 저녁 시간에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라 생각한다. 굳이 진행이라는 생각이 안 든다. 네 사람이 돌아가면서 궁금한 걸 물어보고 생각나는 걸 말한다. 본의 아니게 게스트가 얘기를 많이 안 하는 날도 있다. 전통적인 토크 프로는 아니라 생각한다"고 말해 눈길을 모았다.
이를 들은 신수정 PD는 "유희열과 '스케치북'을 하니까 확 느껴지는 게 있었다. 유희열의 성실성, 꼼꼼함이 느껴졌다. 녹화를 위해 모든 자료를 숙지하고 온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정말 깜짝 놀랐다. 모든 대본과 순서가 머리에 들어있다. 그것에 감동하고 사람이 멋지게 느껴졌다. 만약 다른 사람이었다면 100P에 달하는 자료를 넘기지는 않았을 거다. 그걸 또 재미있게 받아들이는 분이다"라며 유희열이기 때문에 '대화의 희열'이 가능했음을 전했다.
최재형 PD는 "촬영중에 오가는 이야기 중에 대본은 없지만 MC진들이 굉장히 할 일이 많다. 사전에 준비할 것들이 많다. 우리가 사전에 준비한 자료들을 주고 미리 우리가 MC들에게 '어떤 게 궁금하냐'고 물어보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미리 어느 정도의 대화 주제가 정해지기는 한다"며 "다른 프로들은 제작진들이 사전 인터뷰를 해서 MC들에게 질문을 주고 이런 질문을 이때 해달라는 식의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러지 말자고 한다. 원래 생각했던 대화 흐름과 다른 방향으로 뻗어나가도 괜찮고 재미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자신들만의 촬영 방식을 전했다.
신수정 PD는 "요즘은 사람들이 이제 궁금하면 포털에 이름만 검색하면 모든 걸 다 볼 수 있게 됐다. 전에는 그런 걸 알 수 있는 곳이 유일한 게 TV였으면 지금은 아니다. 이 프로그램이 주는 것은 다른 맥락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형식이 따라온 것이다. 매락이 뒤죽박죽일 수는 있겠지만 인터넷에 찾았을 때 안 나오는 이야기가 나왔으면 좋겠다"며 '대화의 희열' 차별화 전략을 전했다.
유희열은 '대화의 희열'이라는 제목에 대해 "솔직히 잘 될 확률이 없는 프로인데 내게 독박을 씌우려는 거구나 싶어서 삼고초려까지 했는데 제작진이 녹화 직전까지 이 제목을 들이밀었다. 김중혁 작가가 지어준 제목이다. 나는 '대화'라고 하자고 했는데 제작진들이 시청률에 눈이 먼 나머지 이런 제목을 지은 것 같다"고 말해 장내를 폭소케 했다.
그는 상대방을 '무장해제' 시키는 비결을 묻는 질문에 "나의 대화의 기술은 잘 모르겠다. 내가 DJ를 오래 했고, '스케치북'을 오래 하고 있다. 내 언어가 사실 초중학생들에게 맞춰져있다. 음악적 용어을 사용할 수 있음에도 단순한 단어를 사용하고 있더라. 단순한 단어로 이야기를 나열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이를 들은 최 PD 또한 "유희열은 대화 기술이 뛰어난 사람은 아니고 공감이 잘 되는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신수정 PD는 "녹화가 그렇게 오래 걸리진 않는다. 꼼꼼하게 하기 때문에 길어지는 반면에 공기, 말 이런게 다 분랴이 된다. 다른 토크쇼와 비슷하게 한 네 다섯 시간 정도 걸렸다.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좋은 이야기가 더 빨리 나왔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하며 "'대화의 희열'은 방송 같지 않다. 그게 매력이다. 어느 모임에 익숙한 사람들과 만날 때 새로운 사람이 오면 대화의 흐름이 확 바뀐다. 대화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게 재미있지 않나. 가장 뜨겁게 무언가를 느낄 수 있을 때 토픽을 통해 세상을 바라볼 수 있지만 어떠 한 사람의 대화, 대답, 질문에 숨어있다고 생각했다. 어떠한 한 사람이 느껴질 수 있는 공감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런 대화의 흐름을 만드는 가장 큰 힘은 유희열이라고. 신수정 PD는 "대화이기 때문에 게스트가 와서 편한 분위기에서 이야기를 해야 한다. 게스트들이 상대방을 좋아해야 하지 않나. 정체를 알 수 없는 유희열을 향한 호감이 포인트였다. 토크쇼 섭외 때에는 MC가 누구냐고 물어보지 않나. 유희열이라 성사된 게스트들이 많았다. 유희열이라는 이름을 말하면 마음 열고 받아들여준다. 자극적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지 않다는 그런 믿음이 있는 것 같다. 이국종 교수님도 그래서 섭외하게 됐다"고 말하며 유희열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신 PD는 이어 "솔직히 시청률에 큰 기대치가 없다. 10% 같은 대박을 칠 거라 생각 안 한다. 그래서 그냥 흔들리지 않고 조금 어차피 TV 시청률이라는 게 어차피 큰 의미가 없지 않나. 영점 몇 프로를 더 올리기 위해 자극적으로 편집하거나 그러진 않을 거 같다. 슴슴하게 가고 싶다. 평양냉면 같은 프로그램이 됐으면 좋겠다. 그래서 처음 게스트를 김숙으로 모시고 싶었다. 희극인의 스테레오 타입이 있는데 그거에 대한 반전을 좀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를 들은 유희열 또한 "시청률 10%는 무리한 발언이다. 내 목표는 '스케치북'을 이기는 거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대박을 바라지 않지만, 인터넷에 검색하면 모든 것이 나오는 시대에 필요한 예능을 만드는 것. 검색해도 나오지 않는 다양한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를 내놓는 것. 이게 바로 "시청률 기대치가 하나도 없지만" 이들이 '대화의 희열'을 만들게 된 계기다. 과연 유희열은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대화의 희열'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을지 눈길이 모아진다. 오는 8일 오후 10시 45분 첫 방송./ yjh0304@osen.co.kr
[사진] K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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