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의 주먹을 부르는 안하무인 재벌 캐릭터가 또 탄생했다. 배우 윤나무가 SBS 수목드라마 '친애하는 판사님께'에서 연기하고 있는 재벌 3세 이호성이 그 주인공. 느끼는 감정 그대로를 온 몸으로 표출하며, 일명 '갑질'을 일삼는 극중 행동이 경악스럽다 싶을 정도. 마른 체구에 시니컬한 표정을 짓고 있지만 언제 얼마나 과격한 행동을 할 지 몰라 더욱 긴장하게 만든다. 분량은 많지 않지만, 등장만 했다 하면 극을 지배하는 배우, 바로 윤나무다.
'친애하는 판사님께'는 전과 5범 한강호(윤시윤 분)가 형을 대신해 법정에 서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로, '실전 법률'을 바탕으로 법에 없는 통쾌한 판결을 시작하는 얼렁뚱땅 불량 판사 성장기다.
윤나무는 갑질 폭행 논란을 일으킨 재벌 3세 이호성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고 있다. 오성그룹 후계자로 천상천하 유아독존 안하무인으로, 자신의 화를 다스리려고 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인물이다. 상대에게 모멸감을 주는 것은 기본이고 분노를 참지 못해 극악스럽다 싶을 정도로 폭력을 일삼는 그의 모습은 섬뜩함 그 자체다. 이런 이호성을 자연스럽게 연기해내고 있는 윤나무는 호평을 얻는 동시에 "실제로는 어떤 성격일까"라는 궁금증을 자아낸다. 그만큼 이호성을 완벽하게 표현하며 극적 재미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의미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윤나무는 갑질 연기가 어떠냐는 질문에 "연기하는 것이 재미있다"고 하면서도 "제게 손찌검과 발찌검을 당하는 분들께 죄송하고 마음이 아프다. 너무 막가는 캐릭터이지 않나. 연기하고 나서 바로 가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라고 대답했다.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를 끝낸 뒤 공연과 드라마, 영화 오디션 중에 고민을 하고 있던 찰나에 '친애하는 판사님께' 오디션을 보게 됐다는 윤나무는 "오디션을 정말 많이 봤는데 이 역할을 맡을 배우를 못찾고 있으셨던 것 같다. 그 때는 그런 상황인지 모르고 오디션을 봤는데, 1차적으로는 연기가 마음에 들지만 감독님이 원래 생각하던 이미지는 풍채가 있는 인물이라고 하시더라. 다음 날 다시 보자고 하셔서 갔더니 저 포함해서 4명 정도 있었다. 다들 덩치가 있는 분들이더라. 저런 분들을 찾는 것 같다는 생각에 마음을 비우고 오디션을 봤는데 같이 하자는 말씀을 하셨다"라고 이호성이라는 인물을 만나게 된 과정을 설명했다.

영화 '베테랑'의 조태오(유아인 분), SBS 드라마 '리멤버'의 남규만(남궁민 분) 등 갑질을 일삼는 분노의 재벌들이 연이어 등장해 대중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지만, 윤나무는 이런 캐릭터들을 참고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주변에서 추천을 많이 해주긴 했지만 하나도 안 봤다. 대신 뉴스나 유튜브에서 실존 인물들을 많이 찾아봤다. 극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부분들을 캐치해 신경을 많이 썼다"고 말했다.
"제가 재벌들의 생활을 잘 모르는데, 제 친한 동생 중 재벌들 무리에 친하게 지냈던 애가 있다. 그 친구들에게 에피소드를 들어보니까 훨씬 재미가 있더라. 어렸을 때부터 로열패밀리로 자라와서 뇌구조부터 다르더라.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왔다. 일반 사람들은 생각하지 못했던 행동을 당연하게 한다는 것부터 키워드를 삼고 시작을 했던 것 같다. 여기에 작가님이 써주신 인물 소개를 바탕으로 했다. 장면 안에서 필요한 것을 만들어낸 것도 있지만 대본을 토대로 연기를 했다."
윤나무는 현장을 진두지휘하는 부성철 PD에 대한 고마운 마음도 함께 전했다. "섬세한 포인트를 잘 잡아주시고 연기를 보여주시기도 한다"고 밝힌 그는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얘기는 안 하시는데 더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터전을 만들어주신다. 저라는 배우를 신뢰해주셔서 고맙고 정말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나무는 "차 안에서 박병은 선배와 연기하는 신이 있었는데, 그 앞에 기자회견을 할 때 제가 다리를 전다. 절던 발로 운전기사를 발로 차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이걸 감독님이 잘 살려주셨다. 좋다는 말씀을 해주시는데, 그런 표현이 고여있지 않고 흘러갈 수 있게끔 붐업을 해주신 것 같다"고 자신을 믿고 좋은 연기를 펼칠 수 있게 만들어주는 부성철 PD에 감사해했다.
주변에서 "진짜 나쁜놈", "쓰레기"라는 말을 하면 "100% 거짓말로 연기하는 건 처음"이라는 너스레를 떤다고 밝힌 윤나무는 "낭만닥터 김사부'를 할 때까지만 해도 아는 사람이 없어서 뻘쭘했는데, 이번에 대본 리딩 갔을 때는 허지원, 강기둥, 신성민, 임철수 등 같이 공연을 했던 사람들이 많이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특히 곽선영 누나는 대학동기인데 작품에서 계속 못 만나다가 이번에 대본리딩 때 봐서 정말 좋았다. 비록 촬영 때는 만나지 못했지만"이라며 '친애하는 판사님께'가 더욱 특별할 수 있었던 이유를 설명하며 밝게 웃었다. (Oh!커피 한 잔②)로 이어집니다.) /parkjy@osen.co.kr
[사진]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