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정식 주장으로 임명된 이성열(34)이 개인 최다 홈런 기록을 썼다. 내친김에 한화 소속 국내 좌타자 최초로 30홈런까지 넘본다.
이성열은 9일 잠실 LG전에서 8회초 추격의 스리런 홈런을 쏘아 올렸다. 2-7로 뒤진 8회초 2사 1·2루에서 LG 좌완 진해수를 상대한 이성열은 볼카운트 1-2에서 4구째 바깥쪽으로 들어온 122km 커브를 밀어 좌측 담장을 넘겼다. 비거리 110m, 시즌 25호 홈런.
이로써 이성열은 두산 시절인 지난 2010년 24개를 넘어 개인 최다 홈런 기록을 작성했다. 아울러 2000년 이영우와 함께 한화 소속 국내 좌타자로는 최다 홈런 타이기록도 세웠다. 산술적으로 30홈런도 가능한데 한화 국내 좌타자로는 최초 기록에 도전한다. 외국인 타자로는 제이 데이비스가 1999년과 2001년 두 차례 30홈런을 기록했다.

이성열은 아시안게임 휴식기가 끝나고 리그 재개에 맞춰 한화 정식 주장에 임명됐다. 지난 7월말 햄스트링 부상으로 재활군에 내려간 송광민을 대신해 완장을 넘겨받았고, '임시' 딱지를 뗐다. 송광민이 휴식기 이후 1군에 복귀했지만 한용덕 감독은 이성열에게 정식 주장을 맡겼다.
한화 주장은 그동안 대부분 프랜차이즈 출신이 맡았다. 2010년대 이후로 신경현·한상훈·김태균·고동진·최진행이 주장 완장을 찼다. 2016년 정근우, 2017년 이용규 등 타팀에서 온 선수들도 주장을 했지만 FA 이적이었다. 이성열의 경우 트레이드로 한화에 넘어온 케이스라 더욱 특별하다.
지난 2003년 LG에서 데뷔한 이성열은 2008년 두산, 2012년 넥센, 2015년 한화로 트레이드됐다. 3번의 트레이드 모두 시즌 중에 이뤄졌다. 가능성은 크지만 꽃을 피우지 못했다. 한화에서도 크고 작은 부상 때문에 풀타임 시즌이 어려웠다. 플래툰 시스템으로 출장 기회가 제한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107경기에서 타율 3할5리 120안타 25홈런 80타점 OPS .911로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내고 있다. 주축 선수들이 부상으로 자리를 비운 동안에도 제라드 호잉과 함께 꾸준히 자리를 지켰다. 한화 관계자들은 "이성열이 없었더라면 힘든 시즌이 됐을 것이다. 큰 부상 없이 꾸준히 출장해주고 있는 게 크다. 수비 포지션도 낯선 자리인 1루에 이어 좌익수도 맡고 있다. 정말 고마운 선수"라고 입을 모은다.
만 34세의 늦은 나이에 꽃피운 전성기다. 한용덕 감독도 시즌 내내 이성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지금이 성열이의 전성기인 듯하다. 의식이 많이 바뀌었다. 아픈 소리 하지 않고 팀 생각을 많이 한다. 베테랑답다. 여러모로 성숙했다. 후배들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되어준다"는 것이 한용덕 감독의 칭찬이다.
주장 완장이 주는 부담도 이성열에겐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가을야구를 눈앞에 두고 있는 한화에서 이성열의 존재감이 어느 때보다 크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