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에 이어) 영화감독 허종호가 걸스데이 출신 연기자 혜리의 자세와 노력을 칭찬했다. 걸그룹, 아이돌이라는 편견을 가질 새도 없이, 신인 배우로서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최대치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남겼다. 그는 혜리가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허종호 감독은 10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캐스팅 단계에서 ‘이 배우가 아니면 다른 배우를 상상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런 점에서 김명민 배우가 윤겸 캐릭터를 너무 잘 소화해주셨다. 영화의 선택을 해주셔서 감사했다”고 말했다.
이어 “(물괴가)자칫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는데 그런 의심과 위험들을 무릅쓰고 출연을 결정해주셨다”고 ‘연기 본좌’ 김명민의 선택에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성난 변호사'(2015), '카운트다운'(2011) 등 주로 현대물을 해온 허종호 감독에게도 크리처물 '물괴'는 도전 그 자체였다. 조선판 최초 크리처 액션 사극을 표방하기에 가장 한국적인 배경 위에서 녹여내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그에게 힘을 실어준 배우는 김명민. 그는 현대극과 사극을 넘나들며 연기력을 발휘하는 배우 중 한 명인데, 성공한 사극 영화 가운데 ‘조선 명탐정’ 시리즈 속 캐릭터와 비슷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허 감독은 이에 “사실 저는 ‘조선명탐정’ 속 김명민 배우의 캐릭터를 생각하지 못했다”며 “우리 영화와 완전히 다른 장르인 데다, 다른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영화라고 생각한다. 관객분들이 영화를 보시고 나면 다른 인물이라는 생각을 하실 거다”라고 확신했다.

혜리는 김명민이 맡은 윤겸의 딸 명을 소화했다. 그녀가 연기자 활동을 시작한 후 첫 영화이자, 첫 사극이라는 점에서 변신에 대한 관객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허 감독은 혜리의 연기에 대해 “사실 처음부터 순차적으로 영화 촬영을 하기 힘들지 않나. 하지만 초반에 필요한 장면은 먼저 촬영했고, 나중에 뒷부분을 찍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혜리의 실제 성격이 밝고 긍정적이다. 명 캐릭터에 적격이다"라며 "우리 영화의 명도 혜리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사람들을 이끄는 리더십 있는 인물로 만들고 싶었는데, 혜리 본연의 모습과 맞아 떨어져서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본래 명 캐릭터는 18세~20세 정도로 잡았는데 아역배우가 활을 쏘고 검을 휘둘러야 하기 때문에 연령대를 약간 올렸다고 한다. “저는 윤겸, 명, 성한, 허 선전관 등 넷이 어울리며 케미스트리를 빚어내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혜리를 캐스팅한 이유를 밝혔다.
이어 성한을 연기한 김인권에 대해서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인권 배우는 코미디부터 감정적인 연기까지 잘한다. 연기적인 감이 좋고 현장에서도 정말 많은 아이디어를 낸다. 애드리브도 있지만, 미리 준비해서 아주 정확한 연기를 해주시는 거 같다. 저 역시 그의 유머러스한 부분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화의 톤앤 매너는 물괴가 결정했다. 촬영하면서 배우들에게 ‘물괴가 이런 형상으로 덮친다’고 설명을 해줬다. 그런 부분을 이해하고 믿어주셔서 만들 수 있었던 거 같다"며 "현장에서 쫄쫄이 옷을 입은 그린맨들을 물괴로 인식하고 연기하는 게 웃겼을 수도 있다. 하지만 무섭다는 상상을 하고 연기를 해줬다. 이는 사전에 철저한 준비가 필요했다. 없는 허상을 가정하고 찍어야 했기 때문에, 미리 합을 맞추는 게 힘들었다”고 전했다.
‘물괴’는 시작부터 어떤 형상일지 보는 이들의 호기심을 끌어올리며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몰입감을 선사한다./ purplish@osen.co.kr
[사진] 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