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G 연속 무실점’ 정영일, 16구 승부에서 만든 대전환점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8.09.14 13: 48

투수와 타자 모두 진땀이 흐를 만한 16구 승부였다. 결국 투수는 이 기나긴 승부 끝에 2루타를 맞았고, 이는 실점으로 이어졌다. 팀도 더 이상 쫓아가지 못하고 패했다. 하지만 정영일(30·SK)은 이 승부에서 시즌의 터닝 포인트를 찾았다.
정영일은 지난 8월 7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경기에 8-9로 뒤진 9회 마운드에 올랐다. 첫 타자 김성훈을 1루수 땅볼로, 두 번째 타자 김상수는 삼진으로 처리했다. 그런데 세 번째 타자 박해민과의 승부가 쉽지 않았다. 6구째 풀카운트가 됐고, 7구부터 15구까지는 모두 파울이었다.
정면 승부를 했다. 7구부터 안타를 맞은 16구까지 10개 중 딱 하나를 빼면 모두 패스트볼 승부였다. 비록 2루타를 맞기는 했으나 당시 정영일은 “그때 많이 던지면서 뭔가 감이 잡힌 것 같다”고 빙그레 웃었다. 긴장되는 순간에서 145㎞ 이상의 빠른 공을 던지면서 제구나 공을 놓는 지점에 대한 감을 익혔다는 것이었다.

그 웃음은 과장된 것이 아니었다. 실점도 헛되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그날 이후 정영일은 단 1점도 내주지 않는 불펜투수가 됐다. 정영일은 8월 12일 KIA전부터 13일 한화전까지 7경기에서 단 1점도 허용하지 않는 완벽한 피칭을 했다. 6⅔이닝 동안 허용한 안타는 딱 두 개였다. 사사구도 몸에 맞는 공 하나에 불과했다. 피출루는 단 3번인 반면, 삼진은 5개를 잡았다.
정영일은 공은 빠른 투수였지만 패스트볼의 로케이션이 다소 부족했다. 구위는 좋았으나 자꾸 몰려 안타를 맞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해에는 몸 상태도 썩 좋지 않아 9경기 출전에 그쳤다. 하지만 올 시즌은 충실히 준비를 하며 자존심 회복을 기다렸다. 정영일은 시즌 전 “경쟁에서 붙어 이길 자신이 있다”고 당차게 말했다. 그리고 실제 그 자신감을 마운드에서 보여주고 있다.
정영일은 시즌 40경기에서 2승11홀드 평균자책점 4.21로 비교적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피안타율은 2할3푼7리로 좋은 편이다. 후반기에는 가파른 상승세다. 후반기 15경기에서 1승5홀드 평균자책점 2.13으로 호투 중이다. 이제는 SK 불펜의 필승조로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트레이 힐만 SK 감독은 앞서고 있거나 위기 상황에 정영일을 투입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포심뿐만 아니라 변형 패스트볼을 꾸준히 연마하고 있고, 슬라이더의 각과 제구도 더 나아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든든한 심장을 갖춘 선수로 구단 내에서는 마무리 투수가 갖춰야 할 덕목을 두루 가지고 있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체력적인 문제는 전혀 없다고 자신하는 정영일이 드디어 구단의 기대치를 채워가고 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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