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포레스트'가 웃프지만 따뜻하고, 묘하게 공감 가는 블랙코미디의 매력을 제대로 선보였다.
지난 14일 방송된 tvN 불금시리즈 ‘빅 포레스트’(연출 박수원, 극본 곽경윤·김현희·안용진, 각색 배세영) 2회에서는 이미지 쇄신을 위해 대림고 방과 후 수업 교사로 나선 동엽(신동엽 분)과 자신만의 추심 기술을 장착하게 된 초보 사채업자 상훈(정상훈 분), 상훈과 악연으로 얽혀 인연을 맺게 되는 조선족 싱글맘 임청아(최희서 분)의 ‘대림 오프로드 생존기’가 본격적으로 그려졌다.
연락을 받지 않는 동엽이 걱정돼 무작정 집으로 쳐들어간 상훈. 하지만 걱정과 달리 동엽은 그저 만취해 숙면을 취하고 있었다. 한심함에 혀를 차던 상훈은 동엽에게 “최소한의 성의 표시라도 하면서 믿음을 주라”며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하지만 동엽의 입장도 난감하긴 마찬가지였다. 사업 폭망에 음주운전까지, 방송가에서 불명예 퇴출됐던 그는 동네 돌잔치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이었던 것.
동엽은 상훈의 제안으로 빚 탕감과 이미지 쇄신을 위해 대림고등학교 ‘관계 개선 대화법’ 방과 후 수업으로 재능기부에 나서게 됐다.
하지만 문제적 톱스타와 문제적 아이들의 만남은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갔다. 파란만장 사건들 속에서 동엽은 아무도 예상 못한 참교육 활약을 펼쳤다. 건물 난간에 매달린 학생을 구하고, 실연에 슬퍼하는 학생에게 조언을 해주는가 하면, 엉뚱하지만 아이들과 소통하려는 동엽의 모습은 따뜻한 공감과 웃음을 동시에 안겼다.
그런가 하면 ‘아보카도금융’의 무쓸모 직원 정상훈은 굴욕의 나날 속에서도 자신만의 추심 기술을 쌓아가기 시작했고, 딸 보배(주예림 분)가 좋아하는 ‘백설공주’ 책을 찾기 위해 펼친 눈물겨운 고군분투는 짠한 공감을 이끌어냈다. 형편 탓에 매번 물려받기만 한 딸 보배가 안쓰러웠던 상훈은 보배가 좋아하는 ‘백설공주’가 포함된 세계명작전집을 사주고 싶었지만 비싼 가격에 좌절했다.
그러나 조선족 싱글맘 청아에게 무료로 전집을 나눔 받게 되는 행운을 얻었다. 기뻐하는 보배의 모습을 본 것도 잠시, ‘백설공주’만 전집에서 사라진 것을 발견하고 아연실색한다. 온라인 중고 사이트에서 ‘백설탕공주’로 사기를 당하고, 동네 벼룩시장에선 먼저 책을 집어든 꼬마와 웃픈 신경전까지 벌이는 등 상훈의 눈물겨운 고군분투는 온종일 이어졌다.
하지만 허무하게도 ‘백설공주’ 책은 “제일 좋아하는 책이라 따로 빼놨어”라는 말과 함께 보배의 손에 있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쉰 상훈의‘백설공주’ 찾아 삼만리는 이렇게 일단락됐다.
이날 ‘백설공주’ 책을 계기로, 싱글대디 상훈과 싱글맘 청아의 흥미로운 첫 만남이 시작됐다. 사라진 책을 찾아 달라며 전화를 계속 걸어오는 상훈을 청아는 ‘진상’이라 생각했고, 상훈은 자신의 간절한 부탁에도 무심하기만 한 청아가 못마땅했다.
하지만, 마지막 책장에서 “느리게 보면 더 자세히 볼 수 있다”며 아들에게 편지를 써 둔 청아의 마음을 확인한 뒤 짠한 공감대를 느꼈다. 청아의 메시지는 상훈이 스스로 자신만의 추심 방법을 믿고 밀어붙일 수 있는 용기가 되기도 했다. 상훈은 이자를 받으러 갔다 허리가 아픈 채무자가 일을 할 수 있도록 안마해주고, 피곤에 절은 택시 기사 채무자의 영업을 보조해주는 등 ‘채무자 맞춤형’ 추심 활동을 이어갔다. 이에 제갈부장(정문성 분)으로부터 “호구 잡힌 것 아니냐”는 쓴 소리를 들었지만, 상훈의 진정성에 이자를 내러온 채무자의 모습은 상훈의 진심이 세상과 통한 순간을 그려내며 묘한 감동을 안겼다.
‘빅 포레스트’는 신동엽과 정상훈 이기에 가능한 웃음 코드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저격했고, 곳곳에 포진한 연기 고수들의 활약은 깨알 재미를 선사했다. 유선호는 지나치게 수다스럽지만 마냥 해맑은 종만 역을 완벽하게 소화해 눈도장을 찍었다. 고수희와 이준혁은 베테랑 신 스틸러 답게 매 순간마다 빅 웃음을 안기며 활약을 선보였다.
오는 21일 오후 11시 3회 방송. /nyc@osen.co.kr
[사진] tvN 불금시리즈 ‘빅 포레스트’ 2회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