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전문 MC의 1인자로 인정받고 있는 방송인 박경림이 ‘전문MC’로서 겪은 비하인드와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박경림은 최연소 연예대상 수상자이자, 2000년대의 대표 예능인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그런 박경림은 이제 영화 전문 MC로 거듭나 영화계를 누비고 있는 중. 개봉하는 영화들의 제작보고회 진행이나 영화 행사를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박경림은 “과찬”이라며 손을 내저었다. 워낙 영화광이라 개봉작들을 다 본다는 박경림은 “한 달에 15, 20편 정도의 영화가 개봉하고 그 중에 4, 5편의 영화 행사를 내가 하는데, 큰 영화들이 많았기에 그런 느낌이 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화 전문 MC를 한 계기는 없다. 우리는 선택을 받는 직업이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니 나라는 사람은 안 변했는데 상황과 현실이 바뀌었더라. 그러니 자연스럽게 프로그램 색깔도 많이 바뀌었다. 마음 같아서는 ‘X맨’, ‘동거동락’도 잘 할 수 있고, 12시간 녹화도 끄덕 없을 것 같은데.(웃음) 내가 아이 낳고 쉬고 있을 때 영화 제작보고회 MC 자리가 들어와서 ‘재미있겠다’ 싶어서 한 거다. 그렇게 기회가 온 것 자체가 기회였다. 내가 무언가를 할 것이라 계획하고 한 것은 없다.”

내로라하는 한국 영화 개봉작들의 제작보고회, 배우 영상인터뷰 MC 등을 맡고 있는 박경림에게 노하우를 물었다. 그는 “노하우라기보다는 이제 나를 편하게 생각해주는 것 같다”며 ‘익숙함’을 비결로 꼽았다. 배우들도 이제는 제작보고회 대기실에서 만나면 ‘명절에 가족 만난 것처럼’ 반가워해준다고. 박경림은 “‘내가 이걸 다 끌어내지 못하면 큰일 나’ 같은 생각을 안 하는데, 그게 비결이면 비결일 것”이라고 말했다.

“내가 MC로도, 게스트로도 나가본 경험이 있지 않나. 양쪽의 입장을 다 느껴보니 ‘해도 좋지만 안 해도 괜찮다’는 생각이 기본적으로 생긴다. 제작보고회나 인터뷰에서 꼭 무언가를 해내지 않아도 괜찮다는 내 생각을 배우들도 알아주는 것 같다. 가장 최근의 경우가 얼마 전 V라이브를 한 배우 조승우씨였다. 조승우씨가 1시간 토크를 하는 게 10년만이라 했다. 그런 조승우씨가 하트 천만 이상이 나와서 ‘큰일났다’고 했더니 ‘뭐라도 할까요’라고 하더라. 내가 진심으로 기뻐하는 걸 본인도 느낀 거다. 그래서 많은 댓글이 요청한 노래를 한 소절 하셨다. 만약 그 자리에서 승우씨가 ‘다른 걸 하겠다’고 했으면 노래는 내가 했지.(웃음) 서로에게 진심이 전해졌기 때문에 그런 뜻밖의 결과들이 나오는 것 같다. 그저 그 사람이 있는 그대로의 매력을 그대로 보여주는 게 내 일이라고 생각한다.”
영화 전문 MC를 하며 가장 기억에 남은 게스트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박경림은 “다 기억에 남는다”고 말하다가, 문득 떠오른 듯 “이제는 어떻게 보면 내 영혼의 파트너가 된 하정우씨”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다작 배우’ 하정우는 박경림이 진행한 행사에서 ‘내 마음속의 저장’, ‘뀨뀨꺄꺄’ 등의 애교(?)를 선보여 전대미문의 ‘역대급 짤’들을 생성시킨 주인공이다.
“조승우씨도 ‘내 마음속 저장’은 하정우씨 거 아니냐고 묻더라.(웃음) 하정우씨 덕분에 레전드 짤 많이 나왔다. ‘내 마음 속 저장’과 ‘뀨뀨꺄꺄’가 워너원의 박지훈씨 유행어인데 하정우씨가 나 때문에 그걸 하게 됐고 많이 이슈가 됐다. 이제는 박지훈씨 팬들이 ‘우리 오빠 새 유행어 나왔다’고 먼저 짤을 보내준다.(웃음) 하정우씨가 ‘뀨뀨꺄꺄’를 한 후 더 이상 할 게 없다고 하셨는데, 박지훈씨 다음 유행어가 ‘다 내꼬’다. 하정우씨 곧 간다. 또 하나가 기다리고 있다.(웃음)”
특히 박경림은 영화에 대한 자세한 사전조사로 업계에서 호평을 받는 인물. 영화 ‘곡성’ 제작보고회에서 대본에 쓰여있지 않은 감독의 전작 ‘황해’ 개봉일을 정확히 언급했다는 일화가 그의 준비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이런 철저한 준비가 ‘영화MC 1인자’로 우뚝 선 비결이 아니냐고 묻자, 박경림은 “누구라도 다 그렇게 준비할 것이다”라며 겸손함을 보였다.

“영화 제작보고회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오랜 기간 동안 어마어마한 제작비를 들여 준비한 결과물을 공식적인 자리에서 처음으로 소개하는 자리다. 그 자리의 MC가 내 일이다. 그럼 그만한 자리에 맞는 준비를 하는 게 맞는 것이라 생각한다. 의상 준비도 그 중 하나다. 스릴러면 어두운 톤, 로코면 발랄한 톤, ‘택시운전사’라면 기사님 옷을 입는 것처럼. 내가 영화를 대하는 마음을 보여주고 싶어서 하는 일 중 하나다.”
눈에 띄는 후배들을 묻는 질문에 독보적인 에너지로 재치와 유쾌함의 끝을 달린다는 박슬기, 아나운서 톤의 깔끔한 진행의 김태진 등 영화 MC로 활약 중인 방송인들을 열거하는 박경림. 앞으로의 행보를 묻는 질문에는 “전문적이지는 못해도 누구의 이야기라도 잘 듣고 유쾌하게 위로를 해주고 싶다”며 진심 어린 답변을 남겼다.
“편견 없이, 남녀노소 누구의 이야기도 귀를 열고 유쾌하게 듣고 싶다. 내 식대로, 때로는 아무렇지 않게, 상대방을 다 믿고 듣고 싶다. 무언가를 속단하지 못하는 내 성격이 토크에 도움이 되고 있다. 물론 TV에 많이 나오지 않으니 ‘왜 안 나오냐’고 묻는 분들도 많다. TV를 주로 보시는 분들에게는 내가 직무유기일 수 있다. 앞으로 많은 분들이 자연스럽게 나를 만날 수 있도록 열심히 할 것이다.”
한편, 박경림은 오는 19일부터 21일까지 3일간 이화여자대학교 삼성홀에서 국내 최초 신개념 공연 ‘리슨콘서트’를 개최한다. / yjh0304@osen.co.kr
[사진] 위드림컴퍼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