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슨콘서트' 박경림 “데뷔 20년? 감사하는 마음 뿐” [Oh!커피 한 잔①]
OSEN 유지혜 기자
발행 2018.09.17 08: 00

데뷔 20주년을 맞은 방송인 박경림이 ‘리슨콘서트’를 준비한 이유를 밝혔다.
박경림은 오는 19일부터 21일까지 3일간 이화여자대학교 삼성홀에서 국내 최초 신개념 공연 ‘리슨콘서트’를 개최한다. 지난 14일, 공연 준비에 한창인 박경림은 ‘리슨콘서트’를 소개하고, 데뷔 20주년을 맞은 소회를 밝히는 인터뷰 자리를 가졌다. 지난 2014년부터 자신의 이름을 건 토크 콘서트를 준비해왔던 박경림은 “올해의 ‘리슨콘서트’는 감사하게도 데뷔 20주년을 맞았기 때문에 더 많은 소통을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기획하게 됐다”고 입을 열었다.
“토크콘서트를 시작한 건 1999년도다. 가수는 노래로, 배우는 연기로 관객들을 만나니 예능인인 나는 토크로 관객을 만나려고 했다. 하지만 그 때만 해도 토크 콘서트란 개념이 없어서 사람들은 ‘누가 말하는 걸 돈 내고 보러 오겠냐’고 했다. 다행히도 그게 잘 되어서, 이후 많은 사람들이 토크콘서트를 하게 됐다. 그럼 나는 이제 어떤 토크콘서트를 해야 하나 고민을 했다. 내가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경험한 힘듦, 고민들과 비슷한 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전제 하에, 모두가 함께 안아주고 응원하는 콘서트를 만들면 어떨까 싶었다. 그렇게 지금까지 오게 됐다.”

박경림의 토크콘서트가 3040 여성들을 위한 콘서트였다면, 올해 ‘리슨콘서트’는 더 많은 세대들을 위해 기획됐다. 무언가로 ‘한 20년 정도 살아본’ 모든 사람들이 참여해 소통할 수 있는 콘서트가 바로 ‘리슨콘서트’. 특히 박경림은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하며 이번 콘서트의 시작을 생각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20이라는 숫자가 주는 무게감, 부담감이 생각보다 엄청나게 컸다”는 박경림은 어떻게 하면 MC로서의 10년 후, 20년 후를 맞이할 수 있을지를 끊임없이 고민했다고.
“나도 20년 동안 안주를 한 적이 있었다. 안주하니 큰일이 나더라.(웃음) 그 때에는 안주한 줄 몰랐는데 돌아보니 안주를 했던 거였다. 주어지는 기회가 얼마나 소중한 건지 몰랐다. 안주하는 기간이 있었기 때문에 한 가지 일이 넘어지니 그 뒤의 도미노가 착착 다 넘어지더라. 그 때에는 이유를 몰랐지만, 시간이 지나 객관적으로 바라보니 그게 당연한 결과였다고 생각했다. 20년 동안 토커로 달려왔다. 앞으로 10년, 20년 후를 어떻게 하면 맞을 수 있을지 치열하게 고민했다.”
그렇게 고민 끝에 얻은 결론은 바로 “듣는 것”이었다고. 박경림은 “20년 동안 토커로 달려오면서 늘 ‘어떻게 하면 더 말을 잘할까’, ‘어떻게 하면 분위기를 더 재미있게 살릴까’를 고민했다”고 지난날을 회상했다. 하지만 말을 잘하는 법의 중심은 바로 ‘들어주는 것’이었다고. 그동안의 자신은 충분히 듣지 못했을 때도 있었고, 어떤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 적도 있었다며 박경림은 반성했다.
“들어주는 것에 중점을 두고, 편견 없이 그 사람이 있는 그대로를 믿고 들어준다면 그게 더 좋은 토커의 길이라는 생각을 했다. 말을 잘 하려면 잘 들어야 하는 것 같다. 지금까지는 너무나 부족했다. 상대방에게 한 마디를 하더라도 그 사람에게 필요한 이야기를 해주려면 잘 듣는 게 우선이었는데, 그동안의 나는 잘 들어려고 한 것보다 내가 더 잘 말하려고 했던 마음이 더 앞섰던 것 같다. 그런 생각을 담아 ‘리슨콘서트’라는 이름을 붙였다. ‘리슨콘서트’는 앞으로의 내 10년, 20년 이후와도 맞닿아있다는 생각이 든다.”
최연소 연예대상 수상자에 빛나는 박경림에게도 안주했던 시절이 있었을까. ‘안주했던 때’를 묻자, 박경림은 “미국에서 딱 돌아왔을 때”인 2005년을 꼽았다. 그는 “미국에서 딱 돌아왔을 때 일이 엄청 많이 들어와 있었다. 2년이나 떠나 있었는데 스케줄이 그대로 들어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렇게 스스로에 대해 생각할 틈 없이, 그는 다시 방송계에 헐레벌떡 복귀했다.
“스케줄이 쏟아지니 계속 도장깨기처럼 일을 했다. 그래, 이렇게라면 앞으로도 일이 계속 많이 들어오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순간 (시트콤 ‘미치거나 귀엽거나’)조기종영.(웃음) 남한테 들키든, 들키지 않든 ‘계속 되겠구나’라고 내가 생각한 그 순간이 큰일이 난 거다. 그렇게 한 번 넘어지니, 다른 안 좋은 일도 쏟아졌다. 그 때에는 ‘다 다시 준비하라 이러는 걸 거다’고 합리화를 했는데, 시간이 지나니 내 탓이라는 걸 느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소풍을 가서 처음으로 진행을 하면서 방송인을 꿈꿨던, 그 정말 하고 싶었던 마음을 가진 그 때로 돌아가자 생각하며 다시 준비하는 기간을 길게 가졌다.”
그렇게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면서 박경림은 어느 새 데뷔한지 20년이 지난 불혹의 방송인이 됐다. 정열적으로 리얼 버라이어티에 몸을 던진 순간도 있었지만, 지금은 영화 전문 MC계의 1인자가 돼 ‘제 2의 박경림’을 만들어가고 있는 중. 그렇다면 박경림의 지금 이 순간 고민은 뭘까. 그의 고민은 곧 그가 어떤 방송인으로, 어떤 인간으로 살고 싶은지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이었기에 더욱 눈길이 갔다.
“어떤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불혹이 됐는데 많이 흔들리고 있다.(웃음) 인간으로서도, 방송인으로서도 내가 상대방의 마음을 알아주지 못하면 어떻게 하지, 하는 걱정이 있다. 못 웃겨도 되고, 못해도 되는데 상대방의 마음을 제대로 알지 못했지는 않았을까 늘 반성한다. 오늘 내가 아들, 남편, 오늘 만난 사람의 마음을 잘 들어주고 이해 했는가를 늘 자기 전에 돌이켜본다. 이런 고민을 결부시키면 곧 ‘과연 내가 나를 잘 아느냐, 난 어떤 사람인가’라는 질문이 나온다. 나 스스로를 잘 모르는데 남을 알겠나 싶은 거다. 지금은 계속 ‘나’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yjh0304@osen.co.kr
[사진] 위드림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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