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너무 감사하죠(웃음). 신나서 생기가 돌아요. 주변에서도 얼굴이 좋아졌다고 하더라고요(웃음).”
배우 주지훈(37)이 올해만 벌써 세 편의 영화로 관객들을 만나게 됐다. 8월 개봉한 영화 ‘신과 함께-인과 연’(감독 김용화)부터 같은 달 선보인 ‘공작’(감독 윤종빈), 그리고 내달 개봉하는 범죄 드라마 ‘암수살인’(감독 김태균)까지, 배우가 개봉시기를 결정할 순 없지만 본인이 그만큼 열정을 갖고 열심히 활동해왔다는 의미이다.
배우가 영화에 캐스팅됐다고 해서 그 작품이 무조건적으로 개봉까지 이어지진 않는데, 이렇게 문제없이 진행될 수 있는 작품을 만났다는 것은 배우로서 큰 행운이기도 하다.

주지훈은 더불어 올 하반기 전파를 탈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 내년 1월 전파를 탈 MBC 드라마 ‘아이템’에도 출연하며 말 그대로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자유자재로 넘나들고 있다.
주지훈은 17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요즘 들어 세상에 너무 고맙다(웃음)”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제가 일을 열심히 해왔어도 개봉 시기 같은 건 딱딱 맞지 않는다. 알 수 없다. 그래서 ‘내 인생에 또 이런 시기가 올 수 있을까?’ 싶다. 계속 작품을 해도 1년에 몇 작품씩 나올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은데 되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다행히 흥행 타율도 좋다. ‘신과 함께2’는 1226만 2593명(영진위 제공, 9월 16일 기준)을 기록했고, ‘공작’도 496만 6095명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영화는 재미있게 보라고 만든 것인데 다행히 관객분들이 재미있다고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흥행 인사를 전했다.
이번에 주지훈은 ‘암수살인’을 통해 희대의 살인마로 변신했다. 김윤석과 함께 주연을 맡은 ‘암수살인’(제공배급 쇼박스, 제작 필름295 블러썸픽처스)은 실제로 벌어진 범죄를 재현한 작품이다. 김태균 감독이 2012년 접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실제 주인공 김정수 형사를 부산에서 만나 범행의 흔적을 추적했다. 5년여 간 꼼꼼한 취재를 마친 끝에 드디어 오는 10월 3일 영화를 선보일 수 있게 됐다.

주지훈은 “저는 ‘그것이 알고 싶다’를 안 봤다. 그건 개인의 선택인데, 저는 감독님의 의견을 존중하는 편이다. 사실 감독님이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했으면 봤을 텐데 그런 말씀을 안 해주셔서 안 봤다(웃음). 모든 사람이 (형사나 범인을)알고 있지 않기 때문에 굳이 보면서 비슷한 이미지를 만들 필요는 없었던 거 같다”고 말했다.
‘암수살인’은 그간의 범죄 드라마물과 궤를 달리한다. 범인과 형사의 쫓고 쫓기는, 숨 막히는 추격전이 대부분이었다면 이 작품은 조용하지만 묵직하게 진실을 파헤친다. 가해자의 잔인한 살해 장면도 대부분 생략됐다. 피의자의 실체 없는 자백을 바탕으로 피해자를 추적해 살인사건을 역수사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주지훈은 “노메이크업으로 촬영에 임했는데 저는 나름 마음에 든다. 다크서클이 심하지만(웃음). 대본에는 짧은 머리라고 적혀 있었고 삭발이라고 적혀 있진 않았다. 근데 제가 ‘삭발을 해도 괜찮겠느냐’고 감독님께 여쭤봤는데 ‘강요하는 것 같아서 삭발을 하라고 하진 않았다’고 하시더라. 쿵짝이 잘 맞았다(웃음)”고 인물을 시각화한 과정을 전했다.
이어 그는 “저 혼자서 인물을 그려봤을 때 강태오가 도망자 생활을 할 땐 머리를 길렀을 거 같고, 감옥 안에서는 세보이고 강해보여야 하기 때문에 머리를 밀었을 거 같더라. 왠지 감고 말리는 것을 귀찮아할 거 같았다. 잡혀 들어갔을 때부터 재판을 받을 때까지 모습을 상상했을 때 짧은 머리가 떠올랐고 그게 어울리는 거 같았다”고 인물을 분석한 추가 과정을 전했다.

주지훈은 실제 캐릭터의 주거지를 반영해 부산 사투리를 사용했다. 서울 토박이로서 사투리 연기가 쉽진 않았다고. “저는 (부산 출신)곽경택 감독님에게 사투리를 배웠다. 경력이 높고 연배가 깊으신 분인데도 배우들에게 굉장히 조심스럽게 말씀하신다. (보통 사람들의 선입견으로는)곽경택 감독님이 험한 말(?)을 막 하실 거 같지만 절대 아니다. 상대방을 배려하면서 대해주신다”고 전했다. 그는 대본에 부산 사투리 ‘성조’를 표시해가며 마치 외국어처럼 공부했다고 한다.
그는 “저는 부산 사투리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부산 사투리가 굉장히 정겹지 않나. 익숙하지만 그게 배우들에겐 양날의 검이다. 한 끗만 잘 못 나가도 끝장난다. 그래서 정말 미치는 줄 알았다”며 “현장이 좋긴 했지만, 가면 너무 좋은데, 사투리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가기 싫기도 했다. 갑자기 대사가 바뀌면(한숨)...”라고 그간의 노력을 전했다.
주지훈이 살인범 강태오를, 김윤석이 김형민 형사 역을 맡아 열연했다. 실제로 수천 페이지에 달하는 수사 기록과 과정을 토대로 재구성된 ‘암수살인’은 우리의 일상에서 언제라도 벌어질 것 같은 생생한 극적 리얼리티를 보여주며 수면 밑에 감춰져 있던 살인 사건의 한 가운데로 관객들을 데려간다.
그는 “김윤석 선배님이 먼저 캐스팅돼 있었는데 제 선택에 그 점이 큰 지분을 차지했다”며 “좋은 배우와 함께 하면 제가 준비한 것보다 더 낫게 나오기 때문이다. 리액션도 자동으로 잘 나오는 게 있어서 김윤석 선배님을 믿고 갔다”고 밝혔다. ‘암수살인’의 개봉은 10월 3일./ purpli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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