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운의 아이콘' 제이콥 디그롬(29·뉴욕 메츠)이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탈 수 있을까.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후보 크리스 세일(28·보스턴)은 주저 없이 디그롬을 지지했다.
두 선수는 지난 2010년 대학 시절 투타 대결을 한 인연이 있다. 당시 애틀랜틱 선 컨퍼런스 챔피언십 토너먼트에서 스테트슨 대학 디그롬이 플로리다 걸프 코스트 대학 세일에게 홈런을 때린 바 있다. 디그롬은 대학 2학년 때까지 우투좌타 유격수였다.
두 선수는 지난 17일(이하 한국시간) 펜웨이파크에서 열린 뉴욕 메츠와 보스턴 레드삭스의 인터리그 경기에 선발투수로 맞붙었다. 지난 1985년 9월12일 드와이트 구든(메츠)-존 튜더(세인트루이스) 이후 33년 만에 100이닝 이상, 1점대 평균자책점 투수들의 선발 대결로 큰 관심을 모았지만 어느 누구도 웃지 못했다.

어깨 통증에서 돌아온 세일은 보호 차원에서 3이닝(무실점)만 던지고 내려갔다. 디그롬은 7이닝 동안 삼진 12개를 잡으며 3실점만 허용했지만, 타선 지원을 받지 못해 승리를 놓쳤다. 평균자책점 1.78로 메이저리그 전체 1위이지만 시즌 승수는 8승(9패)에 불과하다.
18일 보스턴 지역 매체 '매스라이브' 보도에 따르면 세일은 "내 생각에 지금 리그 최고 투수는 디그롬"이라고 말했다. 알렉스 코라 보스턴 감독도 "사이영상 투표가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디그롬이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받아야 한다. 의심의 여지없다"고 지지했다.
역대급 불운에 시달리고 있는 디그롬은 올해 30경기에서 202이닝을 소화하며 8승9패 평균자책점 1.78 탈삼진 251개를 기록 중이다. 경쟁자 맥스 슈어저(워싱턴)는 31경기에서 리그 최다 206⅔이닝을 던지며 최다 17승(7패) 평균자책점 2.53에 탈삼진도 277개로 이 부문 1위다.
슈어저가 다승·탈삼진·이닝에서 1위를 달리고 있지만 평균자책점은 3위로 디그롬에게 많이 뒤진다. 디그롬은 이닝과 탈삼진에서 슈어저에 이어 2위에 올라있다. 다만 승수가 9승이 뒤져 클래식 성적에선 밀린다. 과거라면 슈어저가 유력하지만 현지에선 디그롬 지지 분위기가 세다.
세일에 앞서 매디슨 범가너(샌프란시스코) 카일 프리랜드(콜로라도) 등 현역 투수들도 디그롬의 사이영상 수상을 응원한 바 있다. 과연 디그롬이 메이저리그 사상 최초로 10승 미만 사이영상 기록을 쓸 수 있을지 주목된다. /waw@osen.co.kr
[사진] 세일(좌)-디그롬.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