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승조 돌려막기-과부하' 롯데 불펜의 가혹한 현실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8.09.20 09: 02

 롯데는 올 시즌 내내 필승조 보직의 자리에 고정적인 선수가 없었다. 시즌 시작은 박진형으로 시작했고, 박진형이 어깨 부상으로 이탈하자 진명호-오현택이 그 자리를 채웠다. 하지만 그 마저도 오래가지 못했고, 현재는 구승민이 필승조 자리를 홀로 책임지고 있다.
시즌 전 계획들이 틀어지는 것은 정규시즌을 치르다보면 늘상 있는 일이지만, 그래도 롯데의 불펜진 구상은 처음과는 완전히 달랐다. 새로운 선수들로 돌려막아야 했다. 그리고 이 선수들에게 편중되는 경향이 짙었다.
박진형이 부상을 당한 뒤 필승조를 맡은 진명호와 오현택은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4월 중순부터 5월 중순까지 롯데의 반격에는 이들의 힘이 숨어 있었다. 

하지만 5월 한 달 간 진명호와 오현택은 나란히 13경기에 나섰다. 리그에서 가장 많은 경기를 소화한 투수였다. 접전의 상황에서 수시로 마운드에 올라야 했다. 이들에 대한 편중은 어쩔 수 없었지만, 우려는 있었다.
진명호는 커리어에서 필승조 보직을 처음 맡았고, 오현택은 필승조 경험은 풍부했지만 최근 2년 간 팔꿈치 수술을 두 차례나 받는 등 실전 공백이 있었다. 잦은 등판은 구위 저하를 가져온다. 여기에 최근 실전 경험의 부재까지 더해지지면 하락세는 예상했어야 했다. 결국 진명호는 현재 1군에 없고, 오현택도 최근 부진하다.  
그러자 부랴부랴 새롭게 필승조에 합류시킨 선수가 구승민이다. 구승민은 상무에서 군 복무 당시 퓨처스리그 마무리 투수 경험만 있을 뿐 1군 필승조 경험은 전무하다. 다만, 그 이전에는 필승조 후보군이 아니었고 옆구리 부상으로 한 달 간 이탈을 한 시기도 있었다. 그나마 구위를 유지하고 있는 불펜 투수 중 한 명이었다.
오현택과 진명호와 마찬가지로 구승민도 필승조 등판 상황에서 몇 차례 호투를 보여주자 그 자리를 맡긴 것이다. 계획성이 있다고 보긴 힘들었다. 
하지만 편중 현상으로 인한 과부하가 구승민에게도 찾아왔다. 등판 빈도, 투구 수 모두 이전과는 월등한 차이가 있다. 특히 최근 4경기에서는 무려 114개의 공을 던졌다. 
지난 14일 사직 KIA전 1⅓이닝 32구를 던졌고, 이튿날 2⅔이닝 29구를 소화했다. 연투를 하면서 61개의 공을 뿌렸다. 이 정도만 해도 무리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틀 휴식 후 지난 18~19일 잠실 LG전에서 29구-24구를 마운드 위에서 던졌다. 특히 18일 경기 등판 이후 휴식이 점쳐줬지만 롯데는 긴박한 상황에 처하자 다시 구승민을 호출했다.  
11-7로 앞선 8회말 1사 1,3루에서 등판한 구승민은 실책으로 1점을 내줬고 양석환에 스리런 홈런을 얻어맞아 11-11 동점을 허용했다. 롯데가 연장 끝에 15-11로 승리를 했기에 망정이지, 구승민의 투입은 명분도 실리도 모두 잃을 뻔 했다. 그렇다고 구승민이 그동안 던진 투구 수와 고갈된 체력은 되돌아오지 않는다. 여전히 가을야구를 포기하지 않은 입장의 롯데이긴 하지만, 구승민의 기용은 논란이 일 수밖에 없다.
결국 시스템과 계획의 문제가 이 지점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기존 불펜 투수들 가운데 필승조에 준하는 역할을 해줄 수 있는 투수들이 나오지 않은 것 자체가 롯데 불펜이 처한 현실이다. 벤치의 불펜 활용 계획도 제대로 됐는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참고로 롯데는 올해 투수진의 방향으로 선발보다는 불펜진의 양과 질로 승부를 보겠다고 공언한 상태였다.
하지만 돌려막기를 펼치다 몇 차례 호투를 펼치면 그 선수가 필승조가 됐다. 그리고 그 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심해졌다. 돌려막기와 편중된 기용, 그 중심에 놓인 것이 현재의 구승민이다. 그 이전은 오현택과 진명호였다. 선수들의 투혼에 의지하기에는 너무 가혹한 현실이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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