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은 없어"..이신성, 천천히 걷는 데뷔 15년 차 배우 [Oh!커피 한 잔]
OSEN 하수정 기자
발행 2018.09.23 07: 53

2004년 뮤지컬 '터널'로 데뷔한 이신성은 서두르지 않고 묵묵히 배우의 길을 가고 있다. 2016년 방송된 tvN '피리부는 사나이'에서 깊은 인상을 남겼고, 이후 SBS '피고인', KBS2 '마녀의 법정',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 최근 KBS2 '당신의 하우스헬퍼'까지 성실하게 드라마 필모그래피를 쌓고 있다. 
'당신의 하우스헬퍼'는 1회부터 출연하지 않고, 중간 투입돼 시청자들과 만났다. 극 중 이중적인 성격을 지닌 광고주 유한길 역을 맡아 이야기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깔끔한 외모의 유한길은 다정다감한 매너를 지녀 겉모습만 보면 나무랄 데 없는 인물이다. 그러나 술에 취한 임다영(보나 분)이 혼자 있는 것을 보자, "오늘 밤 나랑 같이 보내는 건 어때?"라며 은밀히 속삭이고, 억지로 스킨십을 시도하는 등 180도 달라졌다. 직장 내 성추행을 일삼는 상사였던 것. 
유한길은 악역과 막장이 없었던 힐링 드라마 '당신의 하우스헬퍼'에 유일한 나쁜 상사 캐릭터이기도 했다.

이신성은 최근 OSEN과의 인터뷰에서 "3~4년 전에 PD님 작품의 미팅을 했는데, 단막극이었다. 그때 PD님과 작품을 굉장히 좋아했고, 인상에 남았다. 이번에 현장에서 PD님을 다시 만났더니 여전히 외유내강 스타일이더라.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은 모습이었다. 현장에서 PD님을 다시 만나니까 기분이 좋았다"고 밝혔다.
유일한 악역을 맡은 소감에 대해 "굳이 따지면 내가 악역이 맞다. 그런데 처음에 말로만 들었을 땐, 이런 내용인지 몰랐다. 상사인데 좀 의외의 면이 있는 줄 알았다. 현장에서 PD님 말을 듣고 딱 감이 왔다"고 말했다.
이어 "대본을 읽는 입장에선, 화면으로 나오면서 순화돼 나온 면도 있다. 어떤 부분은 약간 가볍게 표현된 것도 있더라. 기본적으로 촬영장 분위기가 워낙 좋았고, 작가님이 글을 재밌게 써주셔서, 대본에 충실해 연기했다. 사실은 중간에 투입돼 낯선 것도 있었는데, 올여름을 즐겁게 보낸 것 같다"며 만족했다. 
앞서 이신성은 '피리부는 사나이'에서 복수를 삶의 목표로 세운 테러범을 연기했다. 시대가 낳은 괴물, 비운의 살인마 정수경으로 분해 신하균과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하우스헬퍼'와는 비교할 수 없는 극악무도한 악역이었다.
그는 "'피부사'는 노골적으로 사람을 죽여서 잔인한 부분이 있었다. 전직 권투 선수라서 몸도 만들어야 했고, 액션신도 많았다. 그래도 악역 캐릭터 감정을 유지하느라 예민해지고, 욱하는 행동은 안 했다. 배우가 역할에 몰입하는 건 당연하지만, 개인 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했던 적은 없는 것 같다"고 답했다.
서울예술대학 연극과 출신인 이신성은 시작은 연극이었지만, 뮤지컬,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매체의 연기를 경험했다. 그보다 더 어린 시절에는 무용을 배웠다고. 
이신성은 "어릴 땐 무용 배우는 걸 좋아했다. 그러다 보니 화면보다는 공연 예술에 관심이 컸다. 이후 우연히 오디션 기회가 생겼고, 한 작품, 한 작품씩 하게 됐다. '난 연극부터 시작할 거야'라는 어떤 계획을 세워놓고 움직이진 않았다. 조금씩 하다 보니 어느 정도의 프로필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데뷔 15년 차에 인지도와 인기 등이 다소 아쉬울 수도 있지만, 그는 "한방에 되는 사람은 없다"며 "누군가에겐 한방으로 보일 수 있지만, 그 자리에 오기까지 얼마나 수많은 노력이 있었겠나. 우리가 그 사람을 그때 알아봤을 뿐이다. 그리고 현장에서 일해 보니까, 인지도와 인기도 중요하지만 건강한 사람이 되는 것도 중요하더라"며 미소를 보였다.
"연기를 평생 직업으로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이신성은 "원래 그렇게 생각했는데, 요즘 바뀌었다. 사람의 인생이 한 치 앞을 모르는데, '이것만 꼭 하겠습니다'라는 생각이 그렇게 중요한가 싶다. 항상 내 앞에 주어진 작품과 캐릭터에 충실하고 싶다"고 덧붙였다./hsjssu@osen.co.kr
[사진]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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