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니아', 융통성無 편성이 망쳐버린 '탈현실 문제작' [Oh!쎈 리뷰]
OSEN 유지혜 기자
발행 2018.09.24 07: 18

'두니아'가 천재와 괴짜 사이의 실험작이 됐으나, 편성의 비운으로 안타까운 실패를 맛보고 말았다.
23일 오후 방송된 MBC 예능 프로그램 '두니아~처음 만난 세계'(이하 '두니아') 마지막 회에서는 두니아에 떨어진 멤버들의 최후 운명이 그려졌다.
앞서 두니아에서 먼저 탈출한 권현빈, 미주, 이근은 의문의 단체에 붙잡혀 3개월 동안 감금됐다. 의문의 단체는 최면술사로 하여금 세 사람의 두니아 기억을 지우려 했다. 하지만 이근은 최면에 걸린 척 했고, 위급한 순간 두 사람을 위해 경호원을 상대하며 "포기하지 마"라는 마지막 말을 남겼다. 이근의 희생 덕분에 권현빈과 미주는 탈출했지만, 이근이 있던 건물은 폭파되면서 이근의 생사는 불투명해졌다.

두니아에 남아있던 멤버들은 O(오광록 분)와 K(서유리 분)로 인해 두 팀으로 나뉘어 생존 게임에 임했다. 어차피 동점이 될 수 밖에 없는 게임이었지만, 양팀은 서로를 불신하고 싸웠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양팀은 서로를 믿지 못했다. 이를 본 O는 "이게 우리가 보고할 결과다. 인간은 결국 멸종할 수 밖에 없다"는 의문의 말을 남겼다. 멤버들은 O의 총소리로 아지트를 공격하는 공룡 덕분에 O의 아지트에서 탈출했다.
  
정혜성은 두니아 프로젝트 문서에 써있던대로 게임 콘트롤러를 조작해 워프문을 열었고, 멤버들은 사망한 돈스파이크를 둔 채 현실로 워프에 성공했다. 한국에 돌아온 정혜성과 유노윤호는 일상을 살던 중, 이상한 기류에 휩싸였다. 정혜성은 두니아에서 가지고 온 무전기가 다시 작동하는 걸 보고 기겁했고, 유노윤호는 자신이 두니아에 워프 당하는 날의 데자뷰를 겪은 것. 특히 자전거를 타다 유노윤호와 부딪힐 뻔한 꼬마아이가 "빨리 왔네?"라고 말하는 것과 마지막 장면에서 서울 곳곳에 워프문이 열리는 것이 이들의 재워프 가능성을 암시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마지막 순간 멤버들의 재워프를 암시하며 종영한 '두니아'는 아쉽게도 아직 떡밥을 모두 회수하지 못한 상태다. O와 K의 정체, 현실로 한 발 먼저 돌아온 권현빈, 미주, 이근을 가둔 의문의 단체, 두니아에서 사망한 구자성, 돈스파이크의 운명 등이 그렇다. 아직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가 많지만, '두니아'는 열린 결말로 시즌2를 암시하며 언젠가는 이 떡밥을 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두니아'는 게임 '듀랑고'의 세계관과 예능을 접목시킨 실험적 예능. 출연자들은 콩트와 리얼을 오가고, 결정적인 장면에서 시청자들의 문자투표가 이들의 운명을 결정짓게 된다. 여러 실험적 장치들 때문에 '두니아'를 향해 "뭐 하는 예능이냐"는 시선도 많았지만, 이런 신선함 덕분에 골수 마니아층이 생기기도 했다.
끝을 예측할 수 없는 '두니아'는 병맛 감성과 더불어, 예능으로서 할 수 있는 실험의 최정상을 총집한시킨 무모함 때문에 오히려 매력적이었다. 먹방 등 일부 장르만 생성되는 천편일률적인 예능계에서 이들의 패기는 젊은 세대들에게 공감을 얻었다. 게임 세계관, 공룡이 등장하는 기상천외 배경, 리얼과 언리얼을 오고 가는 진행 방식 등은 확실히 '시대를 앞서간'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런 '두니아'의 실험은 결국 참담한 실패로 끝났다. 화제성도 부족했고, 2%대의 시청률도 아쉬웠다. 가장 결정적인 실패 요인은 바로 편성이었다. 전세대가 시청하는 일요일 오후 예능 시간대에 젊은 세대들도 겨우 따라갈 만한 실험적 예능을 배치했으니 시청률이 따라왔을 리가 없다. 제작진에게 과감한 실험을 주문해놓고, '일밤' 감성에 맞는 시청률을 내놓으라고 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두니아'의 메인 PD인 박진경 PD가 '마이 리틀 텔레비전' 등으로 마니아층을 가진 연출자라는 점을 적극 활용했으면 어땠을까. '두니아'를 금요일 혹은 토요일 심야로 편성했어도 분명 마니아층은 박진경 PD의 신작이 궁금해서라도 쫓아왔을 것이다. 어차피 실험예능이니, 더 큰 파이를 원하기보다 충성도 높은 시청층을 더욱 깊게 다지는 것이 '두니아'에게는 승산이 있었다. 하지만 어처구니 없는 편성 때문에 '두니아'는 실험도, 성과도 모두 놓치는 꼴이 되고 말았다. 
비록 실패했지만, '두니아'는 분명 천재와 괴짜 사이 그 어딘가의 작품이었다. 모두가 주류만 따라갈 때, 실험의 끝판왕을 자처하며 비주류로 향한 패기는 높게 살 만했다. 했던 포맷이 또 나오는 침체되고 지겨운 예능계에서 '두니아'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시사하는 바가 컸다. 하지만 그런 큰 의미를 가지면 뭐하나. 정작 이를 제작한 MBC가 적이 돼 '문제작'을 스스로 '진짜 문제'로 전락시켜버리고 말았다. / yjh0304@osen.co.kr
[사진] '두니아'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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