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외국인 투수 앙헬 산체스(29)의 추락이 이어지고 있다. 부진한 성적에 부상까지 겹쳤다. 내년 재계약 기상도도 구름이 잔뜩 끼었다.
올 시즌 SK 유니폼을 입은 산체스는 극적인 추락으로 구단을 당황케 하고 있다. 8월을 기점으로 한 성적이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산체스는 시즌 28경기에서 8승7패1홀드 평균자책점 4.71을 기록했다. 7월 말까지 21경기(선발 20경기)에서 평균자책점 3.28을 기록했던 산체스는, 8월 이후 7경기(선발 6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2.68로 추락했다.
체력이 떨어지면서 성적도 동반 하락하는 경우는 흔히 있다. 그런데 산체스처럼 완전히 딴판의 그래프를 그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시즌 초반에는 “150㎞를 던지는, 변화구도 잘 던지는 투수”라는 극찬을 받았다. 중반에는 “피장타와 볼넷이 늘어나기는 했지만 그래도 괜찮은 투수”라고 했다. 지금은 차라리 신인 투수를 투입시키는 게 나은 최악의 투구다.

산체스는 8월 이후 7번의 등판에서 단 한 번도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하지 못했으며, 8실점 이상 경기가 세 번이었다. 아시안게임 휴식기 중 포크볼을 장착하며 약간의 가능성을 내비쳤으나 22일 고척 넥센전에서 1이닝 5실점으로 무너졌다. 이 경기에서 어깨 통증까지 찾아오며 결국 2군으로 내려갔다.
큰 통증은 아니지만, 산체스가 현재 처해 있는 상황을 생각하면 설상가상이다. 산체스의 문제가 처음으로 드러난 것은 6월부터였다. 릴리스포인트가 떨어지면서 로케이션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산체스의 최고 장점이었던 볼넷 억제력이 무너졌다. 여기에 산체스의 빠른 공에 적응한 타자들은 한가운데 패스트볼만 보고 들어가며 많은 홈런을 기록했다. 5월부터 피장타율 증가, 탈삼진/볼넷 비율에 이상징후가 들어온 것이 위기의 징조였다.
일단 내부적으로는 체력 문제로 보고 있다. 산체스는 팔꿈치 수술을 받은 뒤 선발로 풀시즌을 보낸 적이 없다. SK에서도 영입 당시 이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다. 다만 “2018년 적응을 거치면 2019년에는 더 좋은 활약을 보일 수 있다”는 판단 하에 거액의 이적료를 주고 산체스를 영입했다. 그래서 “시즌 초반에 최대한 쓰고, 중반 이후 휴식을 주는 게 낫다”는 의견도 많았다. 그런데 구단의 예상보다 훨씬 더 고전하고 있다.
입이 짧아 한국 음식에 적응하지 못한 산체스는 체중이 크게 감소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번 떨어진 릴리스포인트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여기에 어깨에 이상징후까지 나타났다. 포스트시즌에 대비하려면 지금부터라도 꾸준히 조정을 하며 컨디션을 살려야 하는데, 어깨 통증으로 이마저도 늦어질 판이다. 이제는 보직도 애매해졌다. 불펜으로 쓴다고 해도 뭔가 확실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 기대하기 어려운 투구 내용이다.
재계약도 애매해졌다. SK는 산체스에 투자를 많이 했다. 그런데 지금 내용이라면 내년에 안고 가기 어렵다. 일단 다년 계약은 사실이 아니다. 다만 내년 계약을 결정할 수 있는 기준이 있는데 아직 그 기준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든 것이 불확실한 상황이다.
SK의 예상대로 산체스가 2019년에 더 기대되는 투수라면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 올해 문제가 단순히 체력 때문이라면, 좀 더 적응된 내년에는 더 나아질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가 다른 곳에 있거나, 반등의 여지가 크지 않다는 결론이 나오면 퇴출이 불가피하다. 내년에도 ‘8월 이후의 산체스’를 데리고 대권도전을 운운한다는 자체가 넌센스다. 아직 결정된 것은 하나도 없는 가운데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산체스가 그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