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션샤인' 김남희 "자고 일어나니 ★..신기한 경험이었죠" [Oh!커피 한 잔①]
OSEN 김나희 기자
발행 2018.09.24 08: 00

'천의 얼굴을 가졌다'는 말이 어울리는 이가 있다. '도깨비' 과로사 의사에서 '미스터 션샤인' 모리 타카시로 완벽하게 변신한 배우 김남희 이야기다.
김남희는 현재 방송 중인 tvN 토일드라마 '미스터 션샤인'(극본 김은숙/ 연출 이응복)에서 유진 초이(이병헌 분)의 미국 이웃이자 일본군 간부인 모리 타카시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극 중 모리 타카시는 일본에서 천황 다음으로 영향력 있는 집안이자 조선을 정벌해 일본 내부의 혼란을 잠재우자는 정한론을 따르는 모리 가문의 후손. 조선을 '내 식민지'라고 지칭하며 "민족성을 말살해야 한다"고 주장하던 그는 유진 초이에게 처단당할 때까지 악랄함의 끝을 보여줘 분노를 유발했다.

특히 김남희는 유진 초이의 미국 이웃으로 등장해 온화한 미소를 지었던 극 초반 때와는 달리, 극 후반 재등장에서 조용하고 차분하지만 비죽거리는 웃음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바. 이에 대해 그는 최근 OSEN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워낙 써보지 않은 언어를 사용해야 해서 연기를 해냈다는 것만으로 감지덕지였는데 반응이 좋아서 정말 다행이다"라고 소감을 밝히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이어 진짜 같았던 어눌한 한국어 연기에 대해 "사실 김은숙 작가님께서 제 캐릭터는 일본어로 대사를 쓰려고 하셨다. 그런데 제가 캐스팅되면서 이응복 감독님께서 '이 친구가 일본어를 하나도 못하니 엘리트 출신인 타카시가 조선어를 마스터한 것으로 가자'고 하셨다. 처음에는 한국어를 써서 다행이다 싶었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어눌해야 할 것 같더라. 제 일본어 연기를 코칭 해주시는 배우분이 한국말을 유창하게 잘 하시는데 타카시처럼 말씀하신다. 그래서 한국어 대사가 나오면 그 형과 어눌한 버전의 발음 및 억양을 다시 입히는 작업을 했다"라고 탄생 비하인드스토리를 전해 흥미를 높였다.
김남희는 또한 "제 기사에 달린 댓글은 다 본다. 정말 재밌고 좋다. 사실 어눌한 한국어 연기가 유행어가 될 거라고 예상은 못 했지만 그래도 댓글 같은 곳에서 따라해 주시니 기분이 좋더라. 제 일어 선생님은 유행어를 예감했는데 같이 '내가 왜 일어를 잘하게 됐는지 알아? OO에 다녔기 때문이지'라며 일어 학원 CF를 찍는 연습을 하기도 했다.(웃음)"라며 어느덧 유행어가 된 어눌한 한국어 연기에 나름의 만족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김남희의 이러한 성공은 그냥 이뤄진 것이 아니었다. 피와 살을 깎는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 일본어를 하나도 할 줄 몰랐던 그가, 더군다나 강렬한 인상을 줘야 하는 악역을 맡은 그가 어눌한 한국어를 사용한다는 설정은 자칫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도전이었다.
이에 대해 김남희는 "사실 모리 타카시가 바보처럼 보이지 않을지, 적정한 접점은 도대체 어디일지, 고민이 많았다"고 속내를 털어놓은 뒤 "그래도 이런 캐릭터는 지금까지 없었으니 잘 하면 정말 소름 돋겠다는 생각을 했다. 유학 온 친구들이 어눌한 한국어를 해 나이에 맞지 않게 순수해 보이는 경우가 있지 않나. 그런데 그런 친구들이 갑자기 정색을 하면서 욕을 하거나 공격적인 말을 하면 섬뜩할 것 같았다. 이 부분을 생각하면서 감독님과 대화를 나눴고 감독님께서도 제 의견과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계셨다. 모리 타카시는 대본 그대로 충분히 나쁜 놈이니 과잉해서 연기를 한다기 보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유진 초이를 만났을 때 어떤 감정인지를 고민하며 대사에 맞게 유연하게 연기하려고 했다"고 말해 이해를 도왔다.
이러한 모리 타카시에 대한 심층적 연구를 위해 김남희는 캐스팅이 결정되자마자 일본에서 한 달 동안 머물며 그곳 문화를 직접 체험했다고. 캐스팅이 되고 8개월 만에 잠시 첫 장면을 촬영한 후 본격적인 재촬영이 시작되기까지 약 1년 동안의 시간을 모리 타카시 연구에 쏟아부었다는 설명이다.
그래도 결국 긴 기다림 끝에 '미스터 션샤인'으로 인지도라는 큰 보상을 받은 김남희. 신들린 듯한 그의 연기는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는 쾌거를 이뤘고, 이에 대해 김남희는 "제가 재등장을 처음 했을 때 '미스터 션샤인' 쫑파티를 하고 있었다. 당시 술을 먹어서 휴대전화를 확인하지 못했는데 다음날 일어났더니 지인들의 연락이 폭발했더라. '자고 일어나니 스타가 됐다'는 말이 있는데 제가 그 신기한 경험을 했다. 이런 날이 오는구나 싶었다"라며 감격한 모습을 보였다.
이어 김남희는 자신이 바라는 배우의 길에 대해 "이번 작품으로 선택받을 경우의 수가 많아진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앞으로는 외국인 연기만 아니라면 어떤 역할이라도 하고 싶다.(웃음) 그리고 다음 작품에서도 '이 사람이 모리 타카시야?', '이 사람이 과로사한 의사야?'와 같은 말을 들을 정도로 완벽하게 다른 캐릭터로 변신하고 싶다. 다작을 해서 자주 나온다기 보다 잘 준비해서 완벽한 연기를 하는, 그래서 좀 더 오랫동안 기억되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각오를 밝혀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케 했다.
한편 지난 2013년 영화 '청춘예찬'으로 데뷔한 김남희는 tvN 드라마 '도깨비'에서 과로사한 의사 역을 소화해 시선을 모았으며, '미스터 션샤인' 모리 타카시 역으로 대체불가 신스틸러에 등극했다.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nahee@osen.co.kr
[사진]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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