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정규리그 우승] '흔들림 없던 중심' 오재원이 보인 주장의 품격
OSEN 이종서 기자
발행 2018.09.25 19: 52

“첫 번째보다는 많이 성숙해졌더라.”
올 시즌을 앞두고 김태형 감독은 한 시즌을 이끌 주장으로 오재원(33)을 임명했다. 지난해 두산은 총 두 차례 주장을 바꿨다. 김재호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시즌 중반 어깨 부상으로 빠지면서 김재환이 자리를 넘겨받았다. 정규시즌을 2위로 마치며 플레이오프 직행하자 오재원이 주장이 됐다. 당시 두산 관계자는 "오재원이 벤치에서 분위기를 잘 끌어 올리며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한다. 포스트시즌은 단기전인 만큼 분위기가 중요해, 오재원으로 주장을 교체했다"고 설명했다.
3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는 성공했지만, KIA 타이거즈에게 막혀 정상 자리를 지키지 못한 두산은 올 시즌 그대로 오재원에게 주장의 자리를 맡겼다

2015년 주장을 맡아 14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한 오재원은 두 번째 주장 자리도 완벽하게 소화했다.
오재원으로서도 올 시즌은 중요했다. 지난해 타율 2할3푼7리로 데뷔 이후 가장 부진한 모습을 보여줬다. 치열한 주전 경쟁에서 부진이 이어진다면 오재원의 입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사비로 미국으로 건너가 개인 레슨을 받으며 올 시즌 각오를 새롭게 다졌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121경기에서 타율 3할2푼1리 15홈런으로 데뷔 이후 가장 좋은 타격감을 보여줬다. 이 중 결승타는 11개로 김재환(16개), 최주환(12개)에 이어 팀 내 세 번째로 많았다. 결승 홈런은 무려 5개로 김재환(7개)에 이어 팀 내 두 번째로 많았다.
수비에서 활약도 좋았다. 김재호와 함께 내야의 중심을 잡았다. 김재호가 빠지는 날이면 오재원이 내야의 지휘자가 됐다. 조성환 수비 코치가 큰 틀을 잡으면 오재원이 세부적인 팁을 전했다.
벤치에서의 중심은 기대한 그 모습 그대로였다. 분위기가 쳐질 때면 앞장 서서 소리치며 분위기를 살렸다. 박철우 벤치 코치도 "솔선수범해서 미리 분위기를 잡아준다. 아무래도 나는 코치 입장이기에 선수들이 어려울 수 있는 부분도 있는데, 주장이 직접 나서주면서 분위기를 좋게 유지한다"고 고마움을 전할 정도였다.
김태형 감독은 "2015년 첫 주장을 맡을 때에는 아무래도 본인 FA가 걸렸던 만큼, 많은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팀 전반을 돌아보는 힘이 생겼다"라고 오재원의 성장에 미소를 지었다.
오재원은 "지난해 부진으로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감독님이 그걸 아시고, '아무도 뭐라 할 사람 없으니 하고 싶은 대로 편하게 하라'고 말씀해주셨는데, 기억에 남는다. 코치님들과 동료들도 자신있게 플레이할 수 있도록 해주고 챙겨줬다. 덕분에 용기를 얻고 자신감 있게 플레이하게 됐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확실한 선수단 구심점이 있는 덕분에 올 시즌 두산은 꾸준함을 유지했다. 최장 연패는 4연패 한 차례로 큰 위기를 만나지 않았다. 결국 두산은 2위 SK와 10경기가 넘는 승차로 우승을 확정지으며 다시 한 번 한국시리즈 정상에 설 기회를 마련할 수 있었다. / bellstop@osen.co.kr
[사진] 잠실=박재만 기자 pjmpp@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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