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냥 따뜻하고 부드러운 캐릭터가 아니다. 싱어송라이터 빌런이 스스로 악당을 자처하며 가요계에 본격적인 출사표를 던졌다.
빌런은 지난 7월 데뷔 후 첫 미니앨범 ‘Bank Robber’(뱅크 로버)를 발표하며 음악 팬들에게 새로운 캐릭터로 떠올랐다.
빌런은 자신의 이름처럼 음악도 재기발랄했다. 빌런이 전곡 작사, 작곡한 ‘Bank Robber’는 윌 스미스 주연의 이색 히어로 영화 ‘핸콕’에서 전체적인 영감을 얻었다.

싱글 ‘비가 내리는 밤에’ ‘요정’로 강렬한 존재감을 각인시켰던 그는 ‘Bank Robber’를 통해 자신의 음악적 역량을 제대로 펼쳤다.
그는 타이틀곡 ‘마니또’에서 어둡고 공격적인 힙합을 보여줬는가하면 ‘핸콕’에선 유려한 멜로디를 들려줬다. 또 ‘Luhvin It’에선 세련됨의 극치를 보여줬고, 발라드 ‘밉상’에선 이별감성을 자극했다.
이처럼 빌런은 유일무이한 싱어송라이터로 성장해나가고 있다. 빌런은 OSEN과의 인터뷰에서도 단단한 눈빛을 내비치며 그의 미래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Q. 최근 데뷔앨범을 발매했다.
A. 홀가분하고 뿌듯하다. 이전에는 음원사이트에 4곡밖에 없었다. 이번에는 미니앨범이라 전보다는 많은 곡을 들려드릴 수 있어서 너무 기분 좋다.
Q. 왜 이름을 빌런으로 지었나?
A. 실제로 영웅보다는 악역을 좋아했다. 마냥 좋은 일만 생기면 재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어쩌면 밉상처럼 보일 수도 있다. 팬도 많고 안티도 많은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웃음) 또 어릴 때 내가 사고뭉치였다. 그래서 아버지가 '너 그냥 빌런해라'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거기서 이름을 딴 것이기도 하다.

Q. '마니또'와 '핸콕'을 비교하자면?
A. '마니또'의 비트 자체는 공격적이고 다크하다. 하지만 담고 있는 내용은 따뜻한 이중적인 곡이다. '핸콕'은 주변사람들한테 고마워하는 내용이다. 회사에 들어온 뒤 스태프 분들이 나를 위해 일해준다는 느낌을 받아 만든 곡이다. 영화 ‘핸콕’에서도 영감을 받았다. '핸콕' 속의 악당은 좋은 일을 하면서 사랑 받는 영웅이 된다. 내 성격과 인성을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Q. 왜 악당을 자처하나?
A. 팬만 많은 것은 재미없다. 저를 미워하시는 분들도 계셨으면 좋겠다. 성인군자가 아닌 이상 절대 완벽한 사람이 될 수 없다. 실수를 할 수도 있지 않나. 나는 악당이라는 타이틀 아래 솔직하게 내 자신있는 그대로를 보여주고 싶다.
Q. 안티 팬이 걱정되진 않나?
A. 난 밉지 않은 악당이 되고 싶다. 또 한편으론 미워하는 것도 사랑의 일종, 관심이라고 생각한다.
Q. 평소의 빌런과 뮤지션 빌런을 비교하자면?
A. 나는 평상시 말할 때도 가감없이 말하는 편이다. 하지만 음악 외에는 굳이 내 의견을 어디서 말할 일이 없다. 그렇다보니 음악에 내 의견, 생각, 취향들이 쏠린다. 그래서 내가 만든 음악들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 나는 내 팬이다.

Q. 언제부터 음악을 했나?
A. 작곡을 11살 때부터 했다. 부모님의 영향이 컸다. 아버지가 힙합음악을 정말 많이 아신다. 어릴 때 김건모 선배님, 알켈리, 저스틴 팀버레이크, 백스트리트보이즈 등을 좋아했다.
Q. 뮤지션으로서 자신만의 강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A. 스스로 노력형 천재라고 생각한다. 집돌이라서 항상 작업을 한다. 일상이 운동, 작업실, 집이다. 하루동안 안자고 작업할 때도 많다. 나오진 않았지만 만든 곡을 합치면 못해도 100곡은 되는 것 같다. 언젠가 기회가 온다면 내 목소리들을 한꺼번에 들려드리고 싶다.
Q. 어떤 뮤지션이 되고 싶나?
A. 문화를 이끄는 사람이 되고 싶다. 어릴 때부터 힙합뿐만 아니라 트렌디한 팝, EDM, 클래식, 록 등 다양한 음악을 접해왔다. 트렌드가 변할 때마다 주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Q. 부모님이 음악을 반대하시진 않았나?
A. 두분 다 음악을 좋아해서 큰 반대는 없었다. 또 음악에 대해 많이 아신다. 태교를 할 때부터 블랙뮤직 등을 들려주셨다고 한다. 그런데 어머니는 내가 외교관이 되길 바라셨다. 어렸을 때 캐나다, 두바이에서 유학생활을 했다. 하지만 어머니의 바람일 뿐이긴 했다. 지금은 부모님의 응원 속에 기분 좋게 행복한 음악작업을 하고 있다.
Q. 차트에 대한 욕심도 있나?
A. 당연히 성적이 좋으면 기쁠 것이다. 하지만 연연해하지는 않는다. 좋은 음악을 꾸준히 하다보면 기대가 쌓이면서 점점 더 많은 분들이 들어주실 것이라 믿는다. 꼭 1등, 높은 순위를 하지 않아도 차근차근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misskim321@osen.co.kr
[사진] 플라네타리움 레코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