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 한화 불펜의 에이스, 바로 송은범(33)이다. 이제 송은범 없는 한화 불펜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그 비중이 엄청나다. 시즌 전까지만 해도 '전력 외' 선수였던 송은범의 반전은 그래서 더 놀랍다.
송은범은 지난 1월 일본 오키나와에서 개인 훈련을 했다. 2월 시작될 한화의 1군 스프링캠프에 맞춰 자신의 짐을 오키나와에 그대로 둘지 말지 고민했다. 그때 "짐을 갖고 들어와라"는 팀의 전달이 있었다. 1군 캠프 명단에는 송은범이 없었다. 신임 한용덕 감독은 "몸을 잘 만들어오면 얼마든지 활용 가능하다"면서도 "일단 머릿속에 빼놓았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게 송은범은 한화 이적 후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간 76경기(47선발) 4승24패5세이브2홀드 평균자책점 6.62에 그쳤다. 2015년 첫 해 2승9패4세이브1홀드 평균자책점 7.04, 2016년 2승1패1홀드 평균자책점 6.42, 2017년 승리 없이 4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6.51로 부진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부진을 이유로 3차례나 2군에 내려갔다. 7월22일이 마지막 1군 등록. 그 후 2군에서 시즌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2군 캠프에서 반전의 서막을 알렸다. 2군 실전 경기에서 10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쳤고, 시범경기 개막에 맞춰 1군의 부름을 받았다.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란 게 내부적인 분위기였다. 시범경기에서 선발 후보로 경쟁을 했지만, 로테이션에서 떨어져 시즌 개막은 불펜 롱릴리프였다.
이게 신의 한 수가 됐다. 불펜으로 옮긴 송은범은 투심패스트볼로 공격적인 승부를 이어갔다. 캠프 때부터 정민태 퓨처스 투수코치의 조언으로 투심을 본격 장착했고, 송진우 1군 투수코치가 "포심은 버리고 투심으로 가자"는 주문을 했다. 실제로 올해 송은범의 포심 비율은 0.6%, 투심이 66%로 절대적인 비율. 땅볼/뜬공 비율이 2.80으로 70이닝 투수 54명 중 1위다.
시즌 초반부터 꾸준히 페이스를 이어간 송은범은 잔여 12경기를 남겨놓은 막판까지 맹활약하고 있다. 올해 62경기에서 73이닝을 던지며 6승3패1세이브10홀드 평균자책점 2.10. 평균자책점은 70이닝 이상 던진 투수 54명 중 가장 낮다. SK 전성기 시절이었던 지난 2010년 2.30보다 낮은 개인 최고 수치다.
한화는 올 시즌 불펜의 힘으로 먹고 사는 팀이다. 구원 평균자책점 4.18로 압도적인 1위. 그 중심에 송은범이 있다. 26일 대전 삼성전에도 6회부터 구원등판, 1⅓이닝을 퍼펙트로 막고 승리를 거뒀다. 지난 3년간 총 4승에 불과했던 승수가 올해는 벌써 6승. 특히 후반기 평균자책점은 0.69로 리그 최강이다. 후반기 20이닝 이상 소화한 투수 85명 중 평균자책점 1위에 빛난다.
송은범 스스로도 "애증의 송은범이다.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시즌을 준비했다. 개인 욕심은 없다"고 말했다. 송은범이 없었더라면 한화가 눈앞에 둔 가을야구도 없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