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멀티플레이어 최원준은 포수만 제외하고 전 포지션을 커버한다. 유격수를 비롯해 내외야 모든 곳에 빈곳이 생기면 자리를 메우며 시즌을 보내고 있다. 1군에서 없어서는 안될 선수가 됐다. 약점이었던 내야의 송구능력이 좋아졌지만 아직은 완전한 수비력을 갖춘 것은 아니었다.
지난 26일 KT전에서 발목이 좋지 않은 김선빈 대신 선발 유격수로 나섰다. 두 개의 수비는 경기 초반 흐름을 좌우했다. 1회말 1번타자 강백호의 투수 키를 넘기는 빗맞은 타구의 큰 바운드를 제대로 맞추지 못해 놓쳤다. 기록은 내야안타였지만 충분히 처리할 수 있는 볼이었다.
더 큰 실수는 강백호의 도루시 피치아웃을 통해 잡을 수 있었으나 최원준의 태그 플레이가 미숙해 살려준 것이다. 강백호가 슬라이딩을 하면서 절묘한 멈춤 동작과 태그를 피하는 재치가 돋보였다. 그러나 두 발 먼저 포구하고도 태그를 못한 점은 KIA에게 아쉬운 대목이었다.

흔들린 선발투수 임기영은 이후 2루타-안타-홈런-안타를 차례로 맞고 4실점했다. 첫 타자 강백호를 잘 처리했다면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지는 몰랐다. 마운드에서 온몸으로 상대타자들을 상대하는 투수들은 야수들의 플레이 하나에 크게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두 번이나 잡을 수 있는 선수를 못잡았으니 심리적으로 흔들릴 수 있었다.
2회초 최원준은 공격에서도 미흡했다. 2사후 김민식이 볼넷을 골랐다. KT 투수 김민은 제구가 흔들렸다. 볼카운트 3-1의 상황에서 최원준은 높은 직구에 방망이를 댔고 파울이 됐다. 최원준은 공격적으로 노려쳤지만 스윙이 너무 컸다. 결국 유격수 땅볼로 물러났다.
상위타선으로 찬스를 이어줄 책임이 있었지만 상대투수가 제구가 흔들리는 점을 활용하지 못했다. 김기태 감독은 2회초 공격이 끝나자 최원준을 교체했다. 김기태 감독이 조기에 야수를 교체하는 일은 흔하지 않다. 수비와 공격에서 최원준의 모습에 아쉬움을 표시한 것으로 해석해도 무방할 듯 하다.
최원준은 아직은 성장 과정에 있다. 내야와 외야를 겸업하는 것이 쉬운 일도 아니다. 올해는 88경기째 300타석 가깝게 소화하며 경험을 쌓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스스로 상황에 맞는 플레이를 정립할 시기이다. 이런 점에서 그에게는 아쉬운 조기 교체이었지만, 또 하나의 벽을 깨는 소중한 경험일 수도 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