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그롬 ERA의 위대함… 슈어저 110이닝 무실점 필요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8.09.28 07: 01

“애런 놀라에게는 90이닝 연속 무실점이 필요하다”
애런 놀라(25·필라델피아)는 올 시즌 정상급 투구를 펼쳤다. 32경기에서 16승6패 평균자책점 2.45의 뛰어난 성적을 냈다. 같은 지구 소속이자 세 차례 사이영상 수상 경력이 있는 맥스 슈어저(34·워싱턴)도 여전히 좋았다. 33경기에서 18승7패 평균자책점 2.53, 그리고 300탈삼진을 달성했다.
평소 같았으면 사이영상에 도전할 만한 충분한 자격이다. 그러나 올해는 쉽지 않다. 더 대단한 선수가 있기 때문이다. 제이콥 디그롬(30·뉴욕 메츠)가 그 주인공이다. 디그롬은 32경기에서 10승9패를 기록했다. 놀라와 슈어저에 비하면 보잘 것 없는 승패 수치다. 하지만 세부 내용을 따져보면 두 선수를 압도한다. 평균자책점이 1.70이다. 단지 승운이 없었을 뿐이다.

2000년대 초반 페드로 마르티네스 이후 가장 압도적인 시즌을 보냈다는 평가가 자자하다. 그리고 시즌 마지막 등판인 27일 애틀랜타전에서 8이닝 2피안타 10탈삼진 무실점 역투로 기어이 두 자릿수 승수 고지에 올라섰다. 사이영상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승수’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한 채 투표인단의 선택을 기다린다.
경기 후 시티필드에는 디그롬의 사이영상 수상을 연호하는 팬들의 목소리로 가득 찼다. 디그롬은 방송 인터뷰에서 멋쩍게 웃은 뒤 “내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기자들이 투표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현지 언론 분위기만 보면 디그롬의 수상이 유력해 보인다. 1.70이라는 환상적인 평균자책점을 그냥 넘길 수 없어서다.
ESPN의 저명 컬럼니스트 버스터 올니는 “놀라가 디그롬의 평균자책점을 만들려면 90이닝 연속 무실점을 기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놀라보다 평균자책점이 더 높은 슈어저는 기준이 더 빡빡하다. 슈어저가 디그롬의 평균자책점을 추월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대략 110이닝 동안 단 1점의 자책점도 허용해서는 안 된다. 두 선수 모두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물론 디그롬의 수치를 부각시키기 위한 숫자 계산이라는 측면에서 너무 진지하게 해석할 필요는 없지만, 어쨌든 디그롬의 올 시즌 어마어마한 기록을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1.70이라는 평균자책점을 만들기가 그렇게 어렵다는 뜻 정도로 해석할 만하다. 
전통적인 투표 성향은 ‘10승 투수’에게 사이영상을 주지 않았다. 때문에 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디그롬이 불리하다는 지적이 여러 차례 나왔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평균자책점이 워낙 압도적일 뿐만 아니라, 디그롬의 불운이 전국적으로 알려지며 동정표 확보가 용이하다. 생애 첫 사이영상 수상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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