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행/ 켈리의 시선은 겨울 아닌 가을로 향한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8.09.28 06: 06

SK의 외인 에이스 메릴 켈리(30)가 기력을 찾았다. 후반기 빼어난 투구로 자신의 명성을 되찾았다. 그런 켈리에게 아직 겨울 구상은 없는 것 같다. 먼저 찾아올 가을 야구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하다.
켈리는 27일 인천 NC전에서 7이닝 동안 4피안타(2피홈런) 2실점 호투를 선보이며 시즌 12번째 승리를 따냈다. 전반기 평균자책점이 5.17까지 치솟으며 우려의 시선을 모았던 켈리는 후반기 10경기에서 6승2패 평균자책점 2.88의 호투로 반전을 만들어냈다. 후반기 평균자책점은 팀 동료 김광현(2.35)에 이은 리그 2위다.
전반기에는 유독 경기가 잘 안 풀린 켈리였다. 잘 던지다가도 장타 한 방에 와르륵 무너지는 경우가 많았다. 기본적으로 실투가 많았던 탓이었고, 이는 로케이션의 문제가 컸다. 좌우 코너를 활용하는 켈리의 장점이 잘 나오지 않았다.

켈리도 전반기를 돌아보면서 “로케이션 문제가 전반기 부진의 가장 큰 이유였다.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힘들었던 시기”라면서 “이를 고치기 위해 노력했다. 다만 특별히 다른 방법으로 훈련한 것은 아니었다. 지금까지 좋았을 때 했던 것들을 돌아보며 훈련했고, 효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런 켈리는 올 시즌을 끝으로 KBO 리그를 떠날 가능성이 크다. 메이저리그(MLB) 진출설이 모락모락 피어난다. 실제 MLB 스카우트들은 켈리를 최우선순위로 관찰하고 있다. 경기마다 최소 4~5개 팀들의 스카우트들이 따라 다닌다. 이미 KBO 리그에서 확실한 실적이 있고, 아직 나이도 많지 않은 편이다. 실제 켈리는 지난 시즌이 끝난 뒤에도 MLB 팀의 오퍼를 받은 전력이 있다.
한 관계자는 “이미 켈리에 대한 정보 수집은 다 끝난 상태고, 이제는 각 구단의 결정만 남은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후반기 반등은 긍정적인 요소로 보고됐을 가능성이 크다. SK도 켈리의 MLB행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일찌감치 준비에 들어갔다. 하지만 켈리는 MLB 진출 가능성에 대해 “정말 잘 모르겠다”고 껄껄 웃었다. 대신 당면 과제부터 풀어나간다는 생각이다. 바로 SK의 한국시리즈 우승이다.
켈리는 KBO 리그에 입성한 뒤 두 차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나섰다. 그러나 두 경기 모두 좋은 기억이 없다. 특히 지난해 NC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는 2⅓이닝 동안 8실점으로 무너지며 팀의 믿음에 전혀 부응하지 못했다. 내색하지는 않지만 가을야구에 대한 열망과 각오가 남다르다는 후문이다.
올해는 지난 두 번의 가을야구보다는 좀 더 안정적인 여건에서 시작할 공산이 크다. SK는 2위 자리 굳히기에 들어갔다. 남은 경기에서 5할만 해도 2위를 지킬 가능성이 매우 높다. 패하면 모든 것이 끝이었던 와일드카드 결정전보다는 그래도 좀 여유 있는 상황에서 출발한다.
올해 후반기 페이스가 가파르게 올라오고 있다는 점 또한 기대를 걸어볼 만한 대목이다. 켈리는 올해 146⅓이닝을 던졌다. 시즌 종료 시점에도 160이닝 미만이 될 전망이다. 이는 2015년(181이닝)이나 지난해(190이닝)보다 훨씬 적은 수치다. 좀 더 힘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가을 잔치에 입장할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한다.
켈리도 “메이저리그 진출에 대한 것보다는, 지금 상황에서는 당장 이 경기에 이기는 것, 다음 경기에 이기는 것, 그리고 이번 시즌에서 승리하는 것만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시리즈 우승이 가장 큰 목표다. 메이저리그는 그 다음에 생각하겠다는 것이 켈리의 각오다. 2018년 후반기가 켈리의 야구 인생에서 어떤 기억으로 남을지 흥미롭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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