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은퇴' 봉중근 "팔꿈치와 어깨, LG 위해 써 한이 없다"
OSEN 한용섭 기자
발행 2018.09.28 14: 49

 LG 투수 봉중근(38)이 은퇴 기자회견을 갖고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봉중근은 28일 잠실구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12시즌 LG 선수 생활을 마쳤다. LG 홈 유니폼 위에 유광 점퍼까지 입고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봉중근은 미안하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그는 "LG에서 많은 사랑을 받으며 은퇴할 수 있어 영광"이라며 "앞으로 어떻게든 LG를 돕겠다"고 했다. 
봉중근은 이날 KIA전에 앞서 은퇴식을 가진 후 시즌 끝까지 1군 선수단과 동행하며 선수들을 지원할 계획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은퇴 소감은.
▲팬들에게 너무 죄송스럽고, 팀이 지금 힘든 시기에 은퇴식을 해야 하는지 마음에 걸렸다. 구단이나 선수들이나 코칭스태프에서 흔쾌히 받아들여줘서 너무 감사하다. 멀리 떠나지는 않기에 팬들과 같이 LG를 응원하면서 같이 지낼 수 있도록 하겠다. 너무 감사드린다. 울지는 않겠다.
-어깨 수술을 받고 재활을 하다가 어느 순간 은퇴 결정했는지.
▲2번 정도 수술을 했었기에 이번에 나이가 걸림돌이 됐지만, 수술하고 재기 자신감이 있었다. 이 나이에 수술하고 재기하면, 나중에 후배들이 용기 내고, 오래 야구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나이가 오래되서 재기가 힘들었다. 라이브 피칭까지다 마쳤고, 자신감 얻어서 경기 하려다가 다시 재활을 해야 했다. 팀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야구를 해왔는데...7월에 라이브 피칭하고 재발되는 시기. 그때부터 스스로 더 버티는 것 보다는 포지션 엔트리 하나라도 후배들에게 기회가 돌아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제2의 인생은 무엇인지.
▲야구를 시작해서, 야구로 평생 일을 하고 싶다. 그게 꿈이다. 내가 워낙 LG를 사랑한 팀이었고, 이상훈 코치님을 보고 야구를 시작했고, LG에 많은 의미가 있다. 평생 LG 사랑하면서 야구에서 큰 꿈을 이루고 싶다.
- 큰 꿈을 이루고 싶다는 것이 코치로 팀 우승인지.
▲구체적인 중요하게 하겠다는 것은 생각 안 해 봤다. LG에 아직 있고, 은퇴식을 하지만 이것 저것 구단과 대화를 해봐야 한다. 배려를 많이 해주셔서 감사하다. 행운아라고 생각한다. 은퇴하고 야구장 떠날 때 안타깝게 떠나는 선수들이 많았는데, 너무나도 나는 행운아다.
구단에서 은퇴를 먼저 말씀드렸는데, 생각을 다시 해보라고 말씀해주셨다. 많은 일들을 앞으로 하자는 얘기에 감사하다. 지금은 결정된 것은 없다. 시즌 후에 다시 얘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LG에서 우승을 하고 은퇴하고 싶다고 말했는데.
▲이병규 코치님 은퇴를 미국에서 봤는데, 아쉬운 부분이 우승이 아닌가. 나한테도 빨리 올 줄은 모르겠다. 프로에서 목표는 우승. 목표는 당연한 건데 못하고 은퇴하게 됐다. 팬들에게도 그게 아쉽고 죄송하다. 야구는 안 하지만, 다른 부분으로 LG 우승하는 것을 봤으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LG 유니폼 입고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입단 할 때. 시즌 때가 기억에 남고, 2013년 마지막 최종전에서 두산전으로 끝냈는데, 한국시리즈 우승 분위기처럼 울고 선후배 모든 선수들이 기뻐한 것. 아직도 생생하다. 자랑스런 날, 기억에 남는 날인 것 같다.
-국가대표로서 어떤 기억이 남는지.
▲LG가 너무나도 평생. 대표팀은 누구나 욕심이 나는 거다. 태극마크를 달고 온 국민이 보는 경기를 하는 것은 아직도 몸이 괜찮다면 욕심이 나는 것이 태극마크 유니폼이다.
나한테는 너무나도 내 인생이 다시 봉중근을 알릴 수 있는 기회였다. WBC에서 비중이 큰 선수가 아니었는데, 2009년 김광현, 류현진 등에 도움되려고 했는데 큰 경기를 잘 치렀다. 인생의 큰 은인이라고 본다.
-이치로 일화는 기억하는가.
▲그때 타임을 걸고 심판에게 '투 머치 플래시'라고 얘기했다. 미리 박경완 포수와 얘기를 했고, 사인을 내주면 타임을 걸겠다고 했다. 워낙 이치로 특유의 제스처가 싫었다. 심판도 미국 사람이어서, 내가 그 정도 영어를 할 수 있겠다 싶었다. 심판과 친해지고 싶었다. 
-선발로 뛸 때 불운했는데. 
▲2007년 입단해 선발로 시작했는데, 힘들 거라는 예상으로 시작했는데, 정교했고 선구안도 좋았다. 첫 해 너무 힘들었다. 미국에서 해 왔던것을 모두 버리고, 마무리캠프(호주) 가서 한국 스타일로 운동을 했고, 또 옆에서 김정민(현재 코치님)이 정말 도움을 줬다. 가장 기억에 남는다. 
생각하지 못한 한국 타자들의 분석에 도움을 많이 줬다. 2008-2010년 선발로 LG의 에이스라고 불렸을 시기에 선발로서 제일 뿌듯하고 자랑스런 3년이었던 것 같다.
-봉크라이 별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관심 받는 것 자체가 고맙고, 좋은 별명이든 나쁜 별명이든 그만큼 관심이 있다는 것이기에 프라이드를 갖게 된다. 봉미미 별명도 아직까지도 듣고 있지만, 저는 너무나도 좋았다.
봉크라이는 열심히 던졌는데 승운이 없다고 지워줬다. 지금 윌슨도 그렇지만, 야구 할 때 그런 시기가 온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운도 따라야 한다. 과학적이지는 않지만, 30년 야구하면서 운도 따라줘야 한다는 것을 확신한다. 별명이 고맙고 믿어주시는구나 생각했다. 너무나도 감사하다.
-별명이 많은데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봉의사 인 것 같다. 야구하면서 제일 뿌듯한 별명이 아닌가 싶다. 한 직업을 30년 넘게 하기도 쉽지 않다. 몸으로 하는 스포츠라 빨리 아플 수 있고, 빨리 은퇴할 수도 있는데. 대한민국 팬이 지어주신 별명이라 대대로 자랑할 수 있는 별명이라고 생각한다.
-마무리 후보, 정찬헌을 꼽았는데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오늘까지 후배들과 전화 통화 많이 했다. 며칠 전에 식사도 하고. 미안하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선배로서 의지를 했었던 선수들이고, 찬헌이도 마무리를 하면서, 내가 볼 때 고비가 올 것이라고 생각. 그때 그때 블론세이브 하고, 전화 통화를 하면서 미안하다고 했다.
그 어느 마무리라도 5-6개 블론은 한다. 몇 개 정도만 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찬헌이는 심장이 탄탄하다. 표정 변화도 없고. 마무리 할 거라 생각하고, 지금 힘든 시기가 왔지만, LG에서 최다 세이브 선수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해수나 모두에게 미안하고, 최고참으로 나를 믿고 따라오고 대화하고 이런 부분을 2년 동안 못 해 준 것이 미안하다.
며칠이라도 함께 하면서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고, 부정적인 마인드를 벗어날 수 있을지 얘기하면서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다.
-은퇴를 하지만, 후배들은 지금 순위 싸움을 하고 내년에도 야구를 계속한다. 해주고 싶은 말은. 
▲부담이 많이 되더라. 은퇴식은 내년에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팀이 힘든 상황에서 하게 됐다. 어제 이겨서 TV 보면서 박수 쳤다. 이런 자리를 내가 해야 하나. 집중력을 방해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선수들과 직접 이야기했고, 야구를 하다 보면 고비는 많이 오고, 144경기 하다보면 40-50%는 지는 거다. 결과적으로 지는 경기도 있다는 것을 너무 얽매이지 말았으면 좋겠다. 힘들어하는 투수들이 많더라. 지다 보면 또 이긴다. 이기는 경기에서 자신감을 더 얻었으면 좋겠다. 자기 공을 믿고 던졌으면 좋겠다. 안타나 홈런 맞으면 마운드에서 행동이나 모든 것을 잃어버린 표정을 봤는데, 그런 것 안 했으면. 좋겠다 다시 이길 경기를 놓치지 말라는 얘기를 해줬다.
-팬들에게 어떤 선수로 기억남았으면 좋겠는가. 
▲레전드 선배 많은데, 김용수 선배부터 이병규 선배까지 모두 자랑스럽고 존경하는 선배들이다. 그 라인에 설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그런 메시지를 준 것에 대해 감사하다. 레전드까진 아니더라도 팬들이 이상훈, 이병규 선배님을 거론하면서 내 이야기를 해 주신 것에 너무 감사드린다. 선수들도 이야기하지만, 내 팔꿈치와 어깨를 LG 위해 쓴 것을 팬들이 알아주신 것에 한이 없다.
/orange@osen.co.kr [사진] 잠실=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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