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인 김광현(30·SK)은 지난해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1년의 재활 끝에 복귀했고, SK는 김광현의 장래를 생각해 올 한 해는 철저히 관리한다는 구상을 세웠다.
계획대로 김광현은 1군과 2군을 오갔다. 아시안게임 휴식기까지 총 세 번이나 긴 휴식기를 가졌다. 시즌 초반에는 경기당 투구수까지 관리했다. 다행히 통증은 없었다. 또한 부상 후 ‘공격적 피칭’에 대한 깨달음을 얻은 김광현은 예상보다 적은 투구수로 이닝을 끊었다. 하지만 규정이닝에는 여전히 모자란다. 김광현은 시즌 23경기에서 129이닝을 던졌다.
성적은 매우 뛰어나다. 에이스의 귀환이다.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흐름이 계속되는 와중에서도 10승(7패)을 거뒀다. 평균자책점은 2.65다. 규정이닝을 채우지는 못했으나 100이닝 이상을 던진 선수 중 최고 성적이다.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은 1.08에 불과하다. 전력으로 달릴 내년에는 더 많은 이닝, 더 좋은 성적을 기대할 만하다.

이런 김광현은 복귀하자마자 곧바로 자신의 자리를 찾았다. 토종 최고 선발투수 레벨로 돌아왔다. 선수의 종합적인 시즌 기여도를 대략적으로 알아볼 수 있는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에서 이를 실감한다. 통계전문사이트 ‘스탯티즈’의 집계에 따르면 김광현은 28일 현재 5.47의 WAR을 기록 중이다. 조쉬 린드블럼(두산·6.89), 타일러 윌슨(LG·6.32), 제이크 브리검(넥센·5.68)에 이어 리그 4위다. 이는 즉, 국내 선수로는 최고라는 것을 의미한다.
올 시즌 자타공인 리그 최고 국내 선발투수인 양현종(KIA·5.45)을 종이 한 장 차이로 앞선다. KBO 공식 기록통계업체 ‘스포츠투아이’의 집계에서도 1위를 놓고 김광현과 양현종이 접전을 벌이고 있다. 양현종이 4.76, 김광현이 4.72다. 두 집계 모두 말 그대로 오차범위 내 수준이다.
양현종은 김광현보다 훨씬 더 많은 이닝(181⅓이닝)을 소화했다. 비율 성적이 다소 떨어진다고 해도 팀에 대한 공헌은 더 컸음을 부인할 수 없다. 로테이션을 지키는 가치는 현장에서 생각보다 크게 친다. 다만 김광현의 성적은 이닝 소화의 핸디캡을 메우고도 남을 만큼 뛰어났다는 의미로도 해석 가능하다.
문제는 관리차 규정이닝은 생각하지도 않은 김광현을 넘을 만한 국내 투수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WAR로 보는 김광현의 건재 과시 이면에는, 빈약한 KBO 리그의 국내 선발 풀이 도드라지고 있다.
실제 올 시즌 3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하고 있는 국내 선발투수는 양현종이 유일하다. 양현종도 최근 다소 지친 감이 있어 3점대 유지에 비상이 걸린 판국이다. 현재 2위는 박종훈(SK)으로 4.41이며, 그 뒤를 한현희(넥센·4.55), 이재학(NC·4.79), 문승원(SK·4.86)이 따르고 있다. 평균자책점이 5점 아래인 선수가 5명에 불과하다. 지난해 8명에서 더 줄었다.
최고 우완으로 뽑혔던 최원태(넥센)는 팔꿈치 통증으로 규정이닝을 채우지 못할 판이다. 이용찬(두산)도 초반 부상으로 역시 규정이닝 소화가 어려워 보인다. 두 선수의 평균자책점도 3점대 후반으로 특급 수준은 아니다. 차우찬(LG), 장원준 유희관(이상 두산), 윤성환(삼성), 박세웅(롯데) 등 토종 선발의 자존심을 세웠던 투수들은 올 시즌 부상 및 부진에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는 점 또한 눈에 들어온다. 뭔가 잘못되고 있음은 분명하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