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트릭 마르티넥 감독이 이끄는 안양 한라는 9월 29일 토요일 안양 아이스링크에서 열리는 하이원과의 홈 개막전을 치른다.
지난 19일 시즌 첫 경기 프리블레이즈(일본)와의 대결에서 새 외국인 선수 빌 토마스(F)의 멀티골 맹활약에 힘입어 승리, 힘찬 첫 걸음을 내딛었다. 2차전 마저 짜릿한 역전승으로 쾌조의 2연승을 이어갔고, 아이스벅스와 두 경기에서 1승 1연장패를 기록해 승점 10점으로 현재 리그 선두 자리에 올라있다.
우승과 관련된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 기록을 모조리 갈아치우고 있는 안양 한라는 이번 시즌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네 시즌 연속 우승을 정조준 한다. 100년 역사의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에서도 4회 연속 우승은 현대화 시점(1967년 1차 익스펜션) 이후를 기준으로 할 경우 두 차례-몬트리올 캐내디언스(1976, 77, 78, 79), 뉴욕 아일랜더스(1980, 81, 82, 83)-밖에 나오지 않은 대기록이다.

안양 한라는 2015년 이후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를 지배하고 있다. 올해까지 네 시즌 연속 플레이오프 파이널에 올랐고 2016년부터 3년 연속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2016~17 시즌에는 48경기에서 승점 120점을 올리며 리그 최다 승점 신기록을 수립했고, 플레이오프 6전 전승의 ‘퍼펙트 우승’이라는 진기록을 남겼다. 지난 시즌에는 2018 평창 올림픽을 준비를 위해 주력 선수 12명을 정상적으로 가동하지 못하는 핸디캡을 극복하고 또 다시 정상에 올랐다.
자칫 느슨해지기 쉬운 분위기다. 새로운 도전에 대한 동기부여를 찾지 못한다면 이른바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다.
새로운 분위기 형성과 도전 의식 고취를 위해 안양 한라는 여러 가지 변화를 시도했다. ‘Touch Your Heart’ 이라는 캐치프레이즈에서 2018~19 시즌에 임하는 구단의 마음가짐이 드러난다. 매 경기, 매 순간 최선을 다해서 아이스하키를 통해 감동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진심과 혼이 서린 경기를 펼쳐보자는 것이 안양 한라 구단의 목표다.
주장과 부주장을 새롭게 임명한 것은 선수단에 새로운 분위기를 불어넣겠다는 상징적인 조치로 풀이된다. 김원중을 대신해 조민호가 캡틴으로 선임됐고, 이돈구 대신 김상욱이 부주장을 맡는다. 두 사람 모두 한라를 대표하는 간판 공격수로 화려한 이력을 쌓아왔다. 이들에게 리더 역을 맡긴 것은, 개인을 희생하면서 팀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자 하는 마르티넥 감독의 메시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선수단 구성에도 적잖은 변화가 있었다. 2008년 입단, 안양 한라의 전성기를 여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했던 브락 라던스키가 은퇴했고, 베테랑 루슬란 베르니코프, 스캇 바니가 팀을 떠난 대신,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와 러시아대륙간하키리그(KHL), 스웨덴 1부리그(SHL), 핀란드 1부리그(리가)에서 경험을 쌓은 빌 토마스가 새롭게 영입됐다.
188cm/88kg의 좋은 체격 조건을 지닌 토마스는 공격과 수비에 모두 능한 전천후 선수다. 라이트 윙을 본업으로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 센터 포지션도 소화가 가능하고, 수준급의 스킬과 당당한 체구를 바탕으로 한 피지컬 게임 능력을 두루 갖춰 안양 한라 공격진 강화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피닉스 카이요티스, 피츠버그 펭귄스, 플로리다 팬써스 등에서 활약하며 NHL 87경기(16골 12어시스트)에 출전했고, 2013년 유럽으로 진출, 러시아와 스웨덴, 핀란드, 오스트리아, 독일을 거쳤는데 리그가 바뀔 때마다 빠른 적응력을 보였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토마스는 기대에 부응하듯 시즌 첫 경기(vs 프리블레이즈)부터 멀티골을 터트리며 벌써 4골을 기록 중이다. 앞선 4경기에서 빠르게 리그에 적응한 모습을 보여주며 팀 공격을 이끌고 있다.
국내 선수 보강도 새로움과 패기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를 대변하는 것이 신형윤(28)과 강윤석(26)의 입단이다. 두 사람 모두 안양 한라에서 아이스하키 인생의 새 출발점을 만들겠다는 각오다. 2013년 고려대를 졸업하고 크레인스(일본)에 입단한 신형윤은 상무, 하이원을 거쳐 올 시즌을 앞두고 한라와 계약을 맺었다. 연세대를 졸업하고 닛코 아이스벅스에서 아시아리그에 데뷔했던 강윤석은 상무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안양 한라를 선택했다. 지난 22일 강윤석은 친정 팀 닛코 아이스벅스를 상대로 시즌 마수걸이 포를 날리며, 올 시즌 활약을 예고하였다. 새로 입단한 신형윤과 강윤석에 더해 군 복무를 마치고 복귀한 박진규의 가세로 한라의 공격 옵션은 더욱 풍부해졌다. 만만찮은 이력을 지닌 세 사람의 입단으로 공격진 내 포지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이며 기존 선수들에게 좋은 ‘자극제’의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수비 라인에서는 지난해 합류한 신인 송형철(22)과 상무에서 돌아온 조형곤(28)이 가세가 눈에 띈다. 연세대 졸업반이었던 지난해 11월 한라에 합류한 송형철은 경성고 시절부터 포워드와 디펜스를 번갈아 맡을 정도로 빼어난 센스를 인정 받았던 유망주다. 가능성을 높이 평가 받아 지난 5월 덴마크에서 열린 2018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아이스하키 월드챔피언십에 대표팀 일원으로 출전, 2경기에 나섰는데 이때도 본업인 디펜스가 아닌 라이트 윙으로 투입됐다. 지난 시즌 간간히 5경기 출전에 그쳤던 송형철은 이번 시즌에는 레귤러 멤버로 자리를 잡을 가능성이 높다. 팀 내 스케이터 가운데 최연소인 송형철은 ‘파이팅’을 앞세워 안양 한라 블루라인에 활력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성실함과 안정감이 돋보이는 조형곤은 군 복무를 마치고 원대 복귀했다. 송형철과 조형곤의 가세로 안양 한라는 디펜스 1~4 조합까지 공수 밸런스가 균형을 이룬 고른 선수 구성을 갖출 수 있게 됐다.
지난 3년간 안양 한라와 대표팀을 오가며 기진맥진한 시즌을 보냈던 ‘수호신’ 맷 달튼의 어깨에 지워질 짐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달튼은 2016~17 시즌 총 67경기(아시아리그 정규리그 40경기, 플레이오프 6경기, 세계선수권 5경기, 아시안게임 3경기, 대표팀 친선 경기 13경기), 2017~18 시즌 54경기(아시아리그 정규리그 20경기, 플레이오프 8경기, 세계선수권 7경기, 올림픽 4경기, 대표팀 친선 경기 15경기)에 출전하는 강행군을 소화했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대표팀 일정이 크게 축소됐고, 백업 수문장 황현호와 전종훈의 성장으로 달튼의 경기 출전 수는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체력적인 부담과 부상의 위험이 크게 줄어듦에 따라 ‘큰 경기에 강한’ 달튼 특유의 집중력은 빛을 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를 지배하고 있는 안양 한라가 시즌 캐치프레이즈처럼 혼이 어린 감동적인 경기력으로 4회 연속 우승이라는 또 하나의 금자탑을 쌓아 올릴 수 있을지 기대된다.
한편, 아시아 아이스하키 최고의 구단으로 수많은 국내외 팬을 보유하고 있는 안양한라는 2018-19 시즌 새로운 구단 주제가를 선보인다. 새로 제작 된 팀 주제가 'We Are The Champ'는 걸 그룹 라임소다의 승지가 작사 하였다. 라임소다는 ‘All Eyez On Me’로 음악 프로그램, 영화 드라마 OST, CF광고 등으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29일 토요일 개막경기 사전 행사에는 그룹 라임소다의 공연이 펼쳐질 예정이며, 그룹 멤버 김혜림은 경기 시작 전 애국가를 부른다.
더불어 토, 일요일 경기 관람객 선착순 300명에게는 체코 필스너 우르켈 맥주를 무료로 증정 한다. 이 외에도 개막전 행사로 EDM 파티, 국악 연주 팀 ‘타고’의 대북 공연, 선수 사인회, 치어리더 공연이 펼쳐진다. 그리고 경기장을 찾은 관중을 대상으로 한라대학교 뷰티 헬스학과 학생들이 페이스 페인팅, 무료 네일 케어 행사를 실시한다. 경기 후에는 주장 조민호, 부주장 김상욱, 알렉스 플란트 선수의 사인회가 예정 되어 있다. / 10bird@osen.co.kr
[사진] 안양 한라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