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 아냐" 김태형 한마디, 사구에도 웃은 정근우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8.09.29 13: 01

자칫 험악한 분위기가 될 수 있었지만 웃음으로 훈훈하게 마무리됐다. 지난 28일 대전 두산전에서 몸에 맞는 볼에도 웃은 정근우(36·한화) 이야기다. 김태형 두산 감독과 남다른 인연이 사구에도 불구하고 뜻밖의 훈훈함을 연출했다. 
5회말 선두타자로 타석에 들어선 정근우. 두산 신인 투수 박신지의 5구째 145km 직구가 등 뒤로 향했다. 순간 놀란 정근우가 고개를 갸웃했다. 이어 6구째 146km 직구가 정근우의 등을 그대로 맞혔다. '퍽' 하는 소리가 날 정도로 충격이 있었다. 양 팀 사이에 미묘한 긴장감이 형성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맞는 순간 표정이 일그러진 정근우는 등을 부여잡으며 투정하듯(?) 3루측 두산 덕아웃으로 향했다. 통증을 다스리기 위해 주저앉았는데 마침 김태형 감독을 비롯해 두산 코칭스태프 앞이었다. 이에 덕아웃 앞으로 나온 김태형 감독은 양 손을 들어 "고의가 아니다"는 한마디와 함께 정근우를 진정시켰다. 혹시 모를 오해의 소지를 막았고, 정근우도 멋쩍은 미소를 머금은 채 1루로 나갔다. 두산 코치들도 순간 빵 터졌다. 

정근우는 "통증을 참다 보니 나도 모르게 두산 덕아웃까지 가있더라"며 웃은 뒤 "김태형 감독님께서 고의가 아니라고 하셨고, 나도 괜찮다고 말씀드렸다. 김태형 감독님과는 SK 때 함께해서 잘 아는 사이"라고 말했다. 정근우는 지난 2012~2013년 SK에서 배터리코치로 일한 김 감독과 2년간 한솥밥을 먹은 바 있다. 
정근우를 맞힌 박신지는 올해 입단한 만 19세 어린 투수. 1루에 나간 정근우를 향해 모자를 벗어 꾸벅 인사를 했다. 웃으며 사과를 받은 정근우는 "품격이랄 것도 없다"며 “앞선 공이 등 뒤로 날아와서 놀라긴 했지만 야구하다 보면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맞은 부위도 전혀 문제없다. 걱정 안 해도 된다"고 강조했다. 
정근우는 이날 연장 10회 끝내기 안타를 터뜨리며 한화의 역전승을 이끌었다. 올 시즌 94경기 타율 3할1리 104안타 11홈런 54타점 56득점. 시즌 초반 2루 수비에 어려움을 겪으며 2군에도 한 차례 다녀왔고, 치골근 부상으로 40일 넘게 1군 자리를 비웠다.
하지만 복귀 후 생전 껴보지 않았던 1루수 미트를 끼고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정근우는 "3할 타율에서 왔다 갔다 하고 있지만 시즌 초반 워낙 안 좋았다. 개인 기록은 신경 쓰지 않은 지 오래다. 팀이 이기는 중요하다"며 "정은원 등 후배들이 워낙 잘해주고 있다. 고참으로서 보여줄 건 나도 같이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것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화 이적 후 처음으로 가을야구에도 나간다. SK 왕조 시절 6년 연속 한국시리즈, 3차례 우승 경험이 있는 정근우의 존재가 한화는 더없이 든든하다. 그는 "가을야구 진출로 끝나는 게 아니다. 할 수 있을 때 확실하게 해야 한다. 시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좋은 흐름으로 가을야구에 나가야 한다"며 "가을야구를 재미있게 즐긴다면 우리 후배들이 성장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고 기대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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