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디슨 범가너(30·샌프란시스코)는 메이저리그(MLB)를 대표하는 빅게임 피처다. 2014년 월드시리즈는 범가너의 원맨쇼였다. 큰 경기에서 유독 강한 면모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반대편 마운드에 선 투수도 만만치 않았다. 오히려 더 침착하게 경기를 풀어나가며 팀을 구해냈다. 류현진(31·LA 다저스)이 시즌 막판 팀의 중요한 등판을 모조리 잡으며 큰 경기에 강한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류현진은 29일(이하 한국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AT&T파크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 정규시즌 마지막 등판을 또 한 번의 호투로 장식했다. 6이닝 동안 85개의 공을 던지며 4피안타(1피홈런) 2볼넷 3탈삼진 1실점 호투를 펼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2.00에서 1.97로 조금 더 떨어뜨리며 정규시즌을 마감했다.

사실 이날 경기는 리치 힐의 선발 차례였다. 그러나 데이브 로버츠 LA 다저스 감독은 일찌감치 로테이션을 조정했다. 콜로라도와 치열한 지구 선두 싸움을 벌이고 있는 다저스는 이 3연전을 모두 이겨놓고 봐야 했다. 그래서 그들이 보유한 최고의 선발투수들을 3연전에 모두 쏟아 붓기로 했다. 29일 류현진을 시작으로, 30일 클레이튼 커쇼, 1일 워커 뷸러로 이어지는 로테이션을 짰다.
그만큼 류현진의 최근 활약이 좋았고, 최근 중요한 경기에서 강인한 모습을 보여준 것도 하나의 낙점 배경이었다. 실제 류현진의 최근 등판은 쉬운 경기가 없었다. 피말리는 순위 싸움에서 버릴 경기가 없었다. 하지만 류현진은 연전연승으로 내달렸고, 정말 중요했던 이날 경기까지 잡으며 벤치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했다.
2회 헌들리에게 홈런을 맞은 뒤 볼넷 2개를 연달아 내주며 흔들렸다. 보통의 투수라면 와르륵 무너질 수도 있는 양상이었다. 그러나 류현진은 슬레이터를 결정적인 병살타로 유도했고 끝내 2회를 추가 실점 없이 마무리했다. 이날 등판의 분수령이었다.
류현진은 4회에도 수비 실책으로 1사 만루 위기를 맞았으나 톰린슨을 병살타로 잡아내고 한숨을 돌렸다. 3-1로 앞선 6회에도 선두 패닉에게 안타를 허용했으나 롱고리아를 바로 병살타로 처리하고 실점 위기를 지웠다. 하루에 세 개의 병살타를 유도하며 빼어난 위기관리능력을 자랑했다. 이처럼 중요한 경기에 얼굴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대단한 담력이었다.
반면 범가너는 다소 부진했다. 올 시즌 활약이 예전만 못한 범가너는 6이닝 동안 7피안타 6탈삼진 3실점을 기록했다. 물론 퀄리티스타트의 좋은 피칭이었으나 5회 터너에게 투런포를 얻어맞고 패전을 안았다. 적어도 이날 하루는 류현진이 큰경기에 더 강한 투수였다. /skullboy@osen.co.kr

[사진] 샌프란시스코(미 캘리포니아주)=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