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팀이 물고 물린 5위 싸움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칼자루를 쥔 팀은 명백히 KIA다. 앞으로 5할만 해도 아주 유리한 고지를 밟는다. 사실상 5강 판도는 KIA가 자신과의 싸움에 돌입한 양상이다.
KIA는 29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한화와의 경기에서 4-3으로 이기고 승패 마진을 -2로 줄였다. 경기 막판 한화의 추격에 시달리기는 했지만 위기를 잘 극복하고 값진 승리를 거뒀다. 5위 싸움에서도 한결 여유 있는 고지전 양상이 만들어졌다.
29일 현재 KIA는 65승67패(.492)를 기록해 5위를 달리고 있다. 4위 넥센과의 승차는 4경기로 추격은 다소 부담스러운 격차다. 그러나 ‘5위 사수’를 목표로 삼는다면 분명 유리하다. 앞으로 KIA가 5할만 해도 남은 팀들은 절망적인 상황에 빠진다는 계산이 나온다.

KIA가 남은 12경기에서 6승6패(71승73패), 딱 5할을 기록한다는 가정 하에 시즌 최종 승률은 4할9푼3리다. 이 경우 가장 암울해지는 팀은 7위 LG다. 남은 경기 결과와는 관계없이 포스트시즌 탈락이 확정되기 때문이다. LG는 남은 5경기에서 모두 이겨도 70승73패1무로 승률이 4할9푼에 머문다.
다른 팀들도 마찬가지다. 삼성도 KIA전 맞대결 한 경기를 포함해 남은 5경기에서 4승1패를 기록해도 KIA에 뒤진다. 유일한 선택지는 5전 전승이다. 그나마 잔여경기가 가장 많은 롯데는 자력으로 갈 수 있는 선택지를 가졌다는 점에서 마지막까지 희망을 가져볼 수 있다. 지금 순위는 8위지만 잠재력이 가장 크다. 하지만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남은 13경기에서 11승2패로 시즌 승률 5할을 맞춰야 KIA 추월이 가능하다. KIA와의 맞대결에서는 사실상 다 이겨야 한다.
KIA는 롯데와 4경기, 한화와 2경기, SK와 3경기를 남겨두고 있고 그 외 삼성·두산·NC와 1경기씩을 치른다. 일정이 빡빡해 변수는 많다. 그러나 최근 페이스라면 기대가 걸린다. 8월까지 좀처럼 디펜딩 챔피언의 위용을 보여주지 못했던 KIA는 9월 들어 14승8패(.636)의 상승세를 탔다. 이 기간 승률은 선두 두산(.652)에 이은 리그 2위다. 다소 지친 상황이긴 하지만 5위가 보인다는 점에서 선수들도 힘을 낼 여건이다.
반대로 LG는 9월 9승14패, 삼성은 11승11패1무, 롯데는 9승12패로 좀처럼 치고 나가지 못하고 있다. 특히 LG는 8월 이후 12승24패에 머물며 계속해서 지켜왔던 포스트시즌 진출 범위를 반납했다. 삼성은 선전하고는 있지만 확실한 한 방이 부족한 인상이다. 뒤집기에 반드시 필요한 아주 긴 연승이 없다. 마지막에 불이 붙은 양상인 롯데는 개막 7연패가 두고두고 아쉽다. 3승4패만 됐어도 마지막 양상은 달라질 수 있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