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두 번이 아니라 세 번 거절했어요. 나는 불가능할 것 같다. 내가 어떻게 장군을 해. 사실 저희 같은 외모를 갖고 있는 배우들은 장군상이 아니에요. 대중은 사극의 리더상에 대해 어떤 고정 관념을 갖고 계시고. 저 역시 그런 생각 때문에 여러 번 거절을 했어요. 그러다 내가 피해가려고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하고 싶으면서 피하고 싶었구나. 그래서 결정했죠. 그때부터 쭉 여기까지 온 거예요”
추석흥행대전의 승자는 조인성이었고 영화 ‘안시성’이었다. 조인성이 성주 양만춘을 연기한 전쟁 블록버스터 ‘안시성’은 개봉 13일만인 10월 1일까지 누적관객 450만명을 동원했다. ‘명당’과 ‘협상’ 등 ‘안시성’과 자웅을 겨룰 것이라 여겨졌던 작품들을 상대로 극장가를 수성하는데 성공한 모양세다. 그런데도 조인성은 마지막 순간까지 ‘안시성’ 출연을 놓고 고뇌를 거듭했었다. “처음 노희경 작가님과 작품을 할 때도 그랬어요. ‘그 겨울, 바람이 분다’를 할까 말까 한참을 망설였어요. 결국 노희경 작가님과 그 뒤로 세 작품을 함께 했어요. ‘안시성’도 내가 피해가려고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하고 싶으면서 피하고 싶었구나. 그래서 결정했죠. 그때부터 쭉 여기까지 온 거예요.”
조인성은 ‘안시성’ 개봉 직전 에스콰이어와 특별한 인터뷰를 가졌다. 조인성은 에스콰이어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말하지 않았던 ‘안시성’의 뒷얘기들을 들려줬다. 또한 어디에서도 쉽게 털어놓지 않았던 솔직한 인생관과 가족사도 이야기했다. 무엇보다 이번 에스콰이어와 조인성의 커버스토리는 여러 가지 특별함이 겹쳐진 프로젝트였다.




조인성은 올해로 데뷔 20주년을 맞이했다. 조인성은 1998년 12월 28일 패션 광고 촬영에서 모델로 데뷔했다. ‘안시성’이 조인성에게 더욱 특별한 이유다. 조인성은 에스콰이어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저는 늘 강압적이고 엄숙한 카리스마를 내세우는 리더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요. 나이를 먹고 모임의 형이 되고 현장의 리더 역할을 하게 되면서 그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내가 앉은 이 테이블이 자유로웠으면 좋겠다고. 묻지 않아도 서로 말하는 그런 분위기였으면 좋겠다고”
전쟁터를 방불케했던 전쟁 영화 ‘안시성’의 촬영장에서 조인성은 주연배우로서 현장을 지키고 이끌어야만 했다. 220억 원 대작의 무게를 짊어진다는 건 20년차 배우에게도 만만찮은 일이었다. 조인성은 조인성답게 현장을 이끌었다. 수평적이고 자유로운 양만춘의 리더십은 촬영장에서 보여준 조인성의 모습과 정확하게 닮아있었다.
조인성은 톱스타로서 대중의 관심 속에서 살아온 자기 자신을 솔직하게 돌아봤다. “저는 교만을 드러내지 않았을 뿐 사실 교만했어요. 한 5년 전까지만 해도 그랬어요. 그러다가 완전히 깨졌어요. 내가 천지 구분을 못했구나 싶었어요. 지금은 뭐랄까.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 이 순간에 아무 일도 없다는 게 너무 중요한 거예요. 지금 저는 아무 일도 없거든요. 그게 행복이더라고요. 부모님 건강하시지. 동생도 별일 없지. 나는 열심히 일하고 있지. 이 순간의 결과와 상관없이 최악의 경우가 아니라는 것만 해도 행복한 상태인 거예요” /kangsj@osen.co.kr
[사진] 에스콰이어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