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잠수함 박종훈(27)은 2015년부터 팀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했다. 그 후 계속해서 성장세다. 2015년 6승, 2016년 8승을 거쳐 지난해에는 데뷔 첫 두 자릿수 승수(12승)를 따냈다. 올해는 시즌이 다 끝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벌써 14승을 거뒀다.
승수뿐만 아니라 세부 지표에서도 상승세가 뚜렷하다. 박종훈은 커리어 하이라고 할 만했던 지난해 9이닝당 탈삼진 개수가 6.36개, 9이닝당 볼넷 개수가 3.63개였다. 아무래도 볼넷이 조금 많았다. 그러나 올해는 9이닝당 탈삼진 개수가 7.61개로 늘어난 반면, 9이닝당 볼넷 개수는 2.96개로 줄었다. 경기당 이닝소화도 늘었다. 현재까지 149이닝을 던져 지난해(151⅓이닝)를 무난하게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박종훈은 타자들이 치기 까다로운 선수이나 볼넷이 많고, 긴 이닝을 소화하기 어렵다”는 기존의 통념을 서서히 무너뜨리고 있는 것이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상승세에 기름을 부을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도 나온다. 실제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라는 값진 경험까지 쌓은 박종훈은 그 후 한결 자신감 넘치는 투구로 14승까지 내달렸다.

나쁘지 않은 성적에도 붙이기가 조심스러웠던 ‘에이스’라는 호칭도 이제는 가능해졌다. 올 시즌 박종훈보다 더 좋은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인 국내 선수는 양현종(KIA·3.97)뿐이다. 리그 전체를 따져도 평균자책점 8위, 다승 4위, 이닝당출루허용률(WHIP) 8위다. 상당수의 지표에서 리그 ‘TOP 10’의 성적을 내고 있다. 굳이 유형을 따지지 않아도 태극마크의 당위성은 충분히 증명했다고 볼 수 있다.
이제는 시즌 막판 풍성한 기록 수확에도 도전한다. 남은 두 번 정도의 등판에서 1승만 더 추가하면 많은 훈장과 명예가 따라온다. 우선 SK 팀 역사상 15승을 거둔 세 번째 토종 투수가 될 수 있다. 이제는 SK의 살아있는 역사라고 할 만한 김광현이 두 차례 15승 이상을 했고, 2004년 이승호가 15승을 거둔 것이 사례의 전부다. 박종훈이 이 뒤를 밟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졌다.
리그 전체를 따져도 사라지는 정통 언더핸드, 잠수함 선발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 역대 옆구리 유형 투수가 15승 이상을 거둔 사례는 총 13번에 불과하며, 선수로 따지면 김현욱 박정현 이강철 임창용 한희민 김성길 이길환 신재영까지 8명 남짓이다. 그 중 박종훈과 같은 정통 언더핸드는 더 줄어든다. 그나마 최근 들어서는 잠수함 15승이 실종됐다. 가장 근래 사례는 1998년 이강철(당시 해태)의 15승이었다. 박종훈이 15승을 한다면 20년 만의 언더핸드 잠수함 15승 출현이다.
프로야구 초창기까지만 해도 선발로도 맹활약하던 옆구리 투수가 많았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선발은 정통파가 득세했다. 옆구리 투수들은 잦은 부상 탓에 “선발로는 적합하지 못하다”는 선입견이 생긴 것도 사실이다. 당장 올 시즌만 봐도 옆구리 유형 투수가 선발로 뛰는 사례가 많지 않다. 많아야 팀당 1명이고 대부분 사이드암이다. 언더핸드는 더 없다. 그런 측면에서 박종훈은 리그 계보를 잇고 있다는 상징성도 있다. 남은 등판이 기대되는 이유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