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와이프’→‘미쓰백’ 소리지르고 욕하는 한지민의 아름다움[Oh!쎈 레터]
OSEN 박판석 기자
발행 2018.10.02 16: 51

 영화 ‘미쓰백’에서 한지민은 지금까지와는 다르다. 이는 변신이 아니라 ‘미쓰백’의 백상아가 되기 위한 노력이다. ‘미쓰백’은 허점이 없는 완벽한 영화는 아니다. ‘미쓰백’은 하고 싶은 말을 여운과 함께 확실하게 전달한다. 그리고 ‘미쓰백’의 메시지를 완성하는 것은 한지민의 연기다.
3일 개봉하는 영화 ‘미쓰백’은 어린 나이에 전과자가 되어 외롭게 살아가던 백상아(한지민 분)가 가혹한 현실에서 탈출하려는 아이 지은(김시아 분)을 구하기 위해서 세상과 맞서 싸우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한지민은 시작부터 빠져든게 만든다. 거칠거칠한 피부와 주름 그리고 스타일은 있지만 싸구려처럼 보이는 옷을 입은 백상아는 보는 사람을 불편하게 만든다. 백상아는 미성숙한 인간이다. 화가 내면 욕을 하면서 짜증을 내고 제대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말하지 않고 몸부터 쓴다. 외형 뿐만 아니라 사회의 루저로 살아온 백상아의 내면까지도 완벽하게 표현해낸다.

한지민과 김시아의 만남은 배두나와 김새론이 호흡을 맞춘 '도희야'를 떠올리게 한다. 학대받는 아이와 그를 가족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나선 여자 어른이 겪는 사연이라는 점에서 두 영화는 닮아있다. 배두나와 김새론 못지 않게 한지민과 김시아 역시도 아슬아슬하고 애틋하다. 
한지민은 최근 ‘미쓰백’ 관련 인터뷰에서 백상아를 연기하기 위한 과정을 자세히 설명했다. 그는 백상아가 입는 옷이나 말하는 습관 뿐만 아니라 시선 처리까지도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한지민은 “상아는 상처가 많은 인물이다. 항상 사람을 바라 볼 때 내려보거나 흘겨볼 것이라고 생각했다. 시아랑 마주 섰을 때도 눈을 마주치지 않고 비뚤게 서 있다. 지은이에 대한 감정 역시도 모성애가 아니라 연대였다. 과거의 나의 모습을 지은이를 통해서 보게 되니까 도와주고 싶다는 마음이었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한지민의 심도 깊은 고민은 ‘미쓰백’에 모두 녹아있다. 아동학대를 당하는 지은이와 그를 구하려는 백상아의 처절한 싸움을 응원할 수밖에 없다. 한지민은 관객의 몰입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술을 마시는 장면에서는 진짜 술을 마셨고, 여러 종류의 담배를 피워보면서 담배 피는 연기에 진정성을 더했다. 아동학대라는 무거운 소재를 다룬 만큼 사소한 디테일도 가볍게 넘기지 않겠다는 한지민과 이지원 감독의 진심이 느껴졌다.
한지민은 ‘아는 와이프’에서도 분노조절장애를 가진 아이 둘을 키우는 기혼 여성으로 등장했다. 남편과 같은 화장실을 쓰면서 거침없이 바지를 내리고, 마트에서 얼굴이 벌개질정도로 소리를 지르는 모습은 세상에 지친 엄마 서우진 그 자체였다. 똑같이 소리 지르고 분노를 표현하지만 서우진과 백상아는 전혀 다른 인물처럼 보인다. 천사 한지민이 아닌 서우진과 백상아만 보일 뿐이다.
배우는 연기를 통해서 보는 사람이 캐릭터에 완벽하게 몰입하게 만들어야한다. 2018년의 한지민은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면서 16년 동안 갈고 닦은 배우로서 역량을 마음껏 발휘했다. 아동학대에 분노하는 마음으로 시작해서 누군가를 위로하는 영화의 주연으로서 우뚝 선 한지민은 그래서 더 빛이 난다. /pps2014@osen.co.kr
[사진] BH엔터테인먼트 제공, ‘미쓰백’ 스틸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