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 힐만(55) SK 감독은 비교적 성공적인 지도자 생활을 했다. 50대 중반에 이른 지금까지 왕성한 지도자 경력을 쌓아갈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현역 시절 그렇게 두각을 나타내지는 못했던 힐만 감독은 1988년 클리블랜드의 스카우트를 시작으로 새 인생을 열었다. 그 후 1990년부터 2001년까지 뉴욕 양키스 산하 마이너리그 팀을 두루 거쳤다. 특히 1999년부터 2001년까지는 당시 구단 산하 트리플A팀인 콜럼버스의 감독직을 역임했다. 2002년에는 텍사스에서도 육성 담당 총괄로 일했다.
그 후 니혼햄 감독, 캔자스시티 감독, LA 다저스 벤치코치, 휴스턴 벤치코치로 꾸준히 현장에 있었다. 공백기가 길지 않았다는 것이 특징이다. 캔자스시티 감독 시절 성공하지는 못했으나 능력은 인정받았다는 의미다. 힐만 감독은 2011년부터 2013년까지 다저스의 벤치코치, 2014년 양키스 코치, 2015년부터 2016년까지는 휴스턴의 벤치코치로 일했다. 그리고 2017년 SK의 감독으로 부임했다.

그런 힐만 감독과 SK의 계약은 올해로 끝난다. 재계약 논의는 ‘아직’ 없다. 시즌이 끝난 뒤 본격적인 테이블이 차려질 예정이다. 다만 포스트시즌 성과가 정말로 형편없지 않은 이상 SK가 재계약을 제안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분명히 2년간 팀을 잘 이끌어왔고, 프런트가 만든 기조를 깨지 않으면서도 나름대로의 색깔을 가지고 좋은 성적을 냈기 때문이다. KBO 리그에서 이만한 감독을 찾기는 분명히 어렵다.
다만 한 가지 걸림돌이 있다. SK가 재계약을 원해도, 힐만 감독이 다른 선택을 하는 경우다. 힐만 감독은 시즌이 끝나면 일단 자유의 몸이 된다.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좋은 조건의 오퍼가 올 상황을 생각해야 한다. 지금으로서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다.
힐만 감독의 MLB내 인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막강하다. 오랜 기간 미국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며 굳건하게 다진 인맥이다. 현재 MLB를 이끌고 있는 단장, 감독들과 개인적으로나 업무적으로나 좋은 관계를 가지고 있다. 우리가 볼 때는 MLB를 대표하는 유명 단장이나 감독이, 힐만 감독에게는 ‘좋은 친구’인 경우가 상당수다.
특히 양키스 쪽 인맥과는 긴밀하다. 브라이언 캐시먼 양키스 단장과는 10년 넘게 끈끈한 유대 관계를 이루고 있다. 양키스를 거쳐 간 슈퍼스타들과도 친하다. 현재 마이애미를 이끌고 있는 데릭 지터와의 관계도 굉장히 친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돈 매팅리 마이애미 감독과는 말 그대로 절친 사이다. 오프시즌에는 서로 만나 현안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힐만 감독 스스로 “매팅리 감독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말할 정도다. 그 외에도 LA 다저스, 휴스턴 등 힐만 감독이 거친 팀들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러한 인맥과 능력이 힐만 감독을 다시 미국으로 부를 가능성은 충분하다. 꼭 감독이 아니더라도 벤치코치로는 이만한 연륜을 갖춘 후보자가 마땅치 않다. 감독보다는 급이 떨어지지만, MLB 감독 복귀를 위한 징검다리로 생각할 수도 있다. 한국에서 감독을 하고 있는 것보다는 분명히 추후 수월한 과정을 밟을 수 있다.
금전적인 부분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힐만 감독은 지도자로 오랜 기간 생활을 했고, 조금만 더 MLB에서 코치 생활을 하면 막대한 연금을 보장받는다. SK가 힐만 감독에 2년 160만 달러(약 18억 원)를 안겨준 것은 연금을 포기하는 대가도 포함되어 있었다. 같은 조건이라면 SK보다는 MLB 구단에 끌릴 가능성이 높다. 감독 제안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다만 힐만 감독은 SK에서의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 기대를 걸어볼 수 있는 대목이다. 힐만 감독은 지난 2년간 성장한 선수들에 대한 이야기를 항상 흐뭇한 표정으로 이야기하곤 한다. 또 프런트 및 구단에 몸담고 있는 이들과의 유대 관계도 항상 만족스러워하곤 했다. 내년에도 SK 유니폼을 입고 있을지는 오프시즌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이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