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테마] ‘FA-외인 상한제 추진’ 10개 구단 항변, “생존의 문제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8.10.03 06: 00

KBO 이사회가 연이은 비용 절감 조치를 내놓고 있다. 외국인 선수 계약 상한선을 도입했고, 이번에는 프리에이전트(FA) 계약 상한선(80억 원)을 제안했다. 어찌 보면 반시장적 조치인데, 구단들은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KBO 이사회는 최근 외국인 선수 계약 상한선을 총액 100만 달러(신규 입단 선수 적용)로 못 박는 규정에 합의했다. 이어 선수협에 취득연차단축, 등급제 시행는 물론 FA 계약 상한제를 골자로 한 FA 제도 변경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물론 선수협 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논의는 보류됐으나 비용을 절감하고자 하는 구단 측의 의지를 확고하게 전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각 구단들은 치솟는 인건비 부담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한 지방구단 단장은 “최근 FA 선수들의 몸값이 치솟았고, 이는 외국인 선수도 마찬가지다. 구단들이 현재 수익 구조로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매출이 늘어나지 않는 상태에서 적자폭이 커지다보니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사회에서는 선수 출신 단장들마저 이런 상황에 공감을 표시하며 결국 FA 총액 상한제를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 프로야구단 매출, 왜 한계에 부딪혔나
현대 스포츠 마케팅에서 구단들이 수입을 얻는 통로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경기장 내에서 얻는 수익이다. 입장료 수익이 대표적이다. 두 번째는 상품 판매나 광고 수익이다. 세 번째는 TV 중계권료다. 해외는 중계 시장이 커지면서 이제는 중계권료 시장이 핵심이 됐다. 그러나 KBO 리그는 세 가지 모두 돈을 벌어들일 만한, 좀 더 명확히 말하면 매출을 증대할 만한 방법이 마땅치 않다.
현재 구단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큰 입장 수익은 지난해 LG와 두산이 130억 원 정도였다. 롯데가 110억 원, KIA가 100억 원 정도다. NC는 50억 원, KT는 52억 원 수준으로 구단마다 차이가 크다. 다만 이 수치는 몇 년째 답보 수준에 가깝다. 우선 입장료를 대폭적으로 올리기는 한계가 있다. 입장료가 두 배가 되면 수익이 두 배가 되는 것이 아니다. 가격 저항 탓에 관중이 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TV 중계권료는 시장이 작다. KBO 자체 채널이나 제작 능력이 없는 상황에서 현재는 방송사들이 야구 중계를 해주는 것이 고마운 처지다. 현재 각 구단은 중계권료로 연간 50억 원 정도를 받는다. 내년 시즌이 끝난 뒤 재협상을 벌이는데 이 금액이 대폭 오를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나마 인터넷 및 모바일 중계권료는 조금씩 오르고 있지만, 최근에는 가장 큰 시장인 포털 사이트 측에서도 대규모 지출을 꺼리는 경향이 뚜렷하다. 포털들은 ‘대목’인 월드컵과 아시안게임도 포기했다.
상품 판매는 걸음마 단계다. 한 지방 구단 관계자는 “매출이라고 해도 미비한 수준”이라고 했다. 여기에 대행사에게 주는 수수료가 너무 많다는 문제가 있다. 구단 자체적으로 상품을 만들 능력이 없으니, 대행사가 가져가는 비중이 크다. 구단마다 차이는 있으나 라이선스 피로 보통 35~40%를 지불한다. 여기에 선수들이 들어갈 경우 초상권 명목으로 선수들에게 지급하는 돈이 따로 있다. 원가를 빼면 구단 손에 남는 게 많지 않다. 팬들의 불만에도 불구하고 상품 가격은 매년 오르는 이유다.
서브 스폰서 매출은 점차 오르고 있으나 역시 한계가 있다. 경기가 어렵고, 야구 인기가 정점에서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탓인지 광고주들이 예전 이상의 금액을 지불하지 않으려고 한다. 대부분의 구단들은 목표했던 서브 스폰서 유치를 100% 하지 못한 상태에서 시즌을 시작했다. 여기에 근본적인 문제도 있다. 모기업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를 테면 GM이 스폰서를 하려고 한다고 해도 KIA는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고, 사직구장에 이마트 광고가 붙을 수는 없다. 
▲ 치솟는 인건비, "비용 절감 외에 답이 없다"
이에 비해 선수단 연봉은 최근 몇 년 사이 크게 치솟았다. 현재 팀 연봉이 가장 많은 구단은 KIA와 롯데로 연간 180억 원 이상을 쓴다. LG와 삼성은 150억 원 수준, SK와 한화도 140억 원이 넘는다. 가장 적은 넥센도 90억 원 정도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팀 연봉이 100억 원을 넘는 구단이 많지 않았다. 구단들은 FA와 외국인 선수 연봉의 대폭 증가가 원인이라고 말한다.
스포츠 경영학에서 “선수단 인건비가 전체 매출의 50%를 넘어가면 이는 구단 재무상태에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대다수가 30~40% 정도를 유지하는 것을 철칙으로 삼는다. 유럽 축구 구단이나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그렇다. 그러나 KBO 리그는 선수단 연봉이 구단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높음을 알 수 있다. KIA는 입장권과 중계권으로 150억 원을 벌어 연봉으로 180억 원을 쓴다는 계산이 나온다.
기본적인 구단 운영비, 2군 시설 유지비, 프런트 인건비, 각종 사업 추진비 등 다른 것을 합치면 당연히 매년 200억 원 정도의 적자가 난다. 한 수도권 구단 사장은 “주식회사였으면 당연히 상장폐지 요건이다. 이미 거의 대부분의 팀들이 재무상 자본잠식 상태”라면서 “구단의 재정 자립도는 대부분 50~55% 정도다. 50%가 되지 않는 팀들도 있다. 그나마 예전보다는 나아진 게 이 정도”라고 이야기했다.
이런 KBO 구단들이 망하지 않는 이유는 모기업의 지원 때문이다. 모기업은 그룹 계열사 광고로 구단들이 적자분을 보전한다. 구단의 재무제표를 보면 매년 큰 흑자도 나지 않고, 큰 적자도 나지 않는다. 흑자가 나면 법인세를 내야 하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0에 맞추는 것이다.
KBO는 30년 이상 그런 기형적 구조 속에 진행되어 있다. 선수협 측에서 “FA 상한제는 불공정거래”라고 말하지만, KBO 리그 자체가 출범 이후 쭉 불공정거래였던 셈이다. 야구단은 재무상으로 퇴출 대상이며 그룹사 지원이 빈번하게 이뤄지는 한편 그룹 일감을 몰아주는 행위가 공공연하게 일어나는, 현행법상으로 아주 문제가 많은 조직이다. 하지만 산업의 특수성 때문에 정부에서도 출범 당시부터 이를 예외로 적용했기에 문제가 되지 않았을 뿐이다.
문제는 모기업들이 이를 부담스러워하는 시대가 됐다는 것이다. KBO에서 프로야구 운영은 말 그대로 모기업의 체면 살리기 혹은 구단주의 의지다. 일각에서는 ‘메인스폰서’의 가치가 200억 원은 된다고 이야기한다. 히어로즈와 넥센 타이어의 연간 계약 수준이 100억 원 정도니 일리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룹에서 생각하는 실상은 상당 부분 온도차가 있다.
대기업 산하 기획사의 한 연구원은 “예전에는 그랬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다. 삼성이 야구단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삼성전자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삼성이 야구단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삼성전자 매출에 아주 긴밀한 영향을 주는 것도 아니다”고 잘라 말하면서 “몇 년 전 한 구단은 홍보 가치가 마이너스가 될 위기에 빠진 적도 있었다. 기본적으로 성적도 좋지 않았고, 음주운전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 200억 주고 마이너스를 본 셈”이라고 꼭 매년 플러스 효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사례를 들었다.
경기가 좋지 않아 모기업의 지원이 예전만 못하거나, 까다로워지거나, 혹은 ‘그런 분위기’가 감지되는 상황에서 구단들은 조만간 생존 게임에 들어갈 것이라며 자체 대응안을 짜고 있다. 이번 FA-외인 상한제는 KBO가 주도한 것이 아닌, 10개 구단이 절박한 마음에 주도했다. KBO의 한 관계자는 “구단들이 2~3년 뒤에는 진짜 위기가 올 것이라 걱정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한 선수 출신 단장은 “지금 FA 상한제를 실행한다고 해도 당장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존 FA 계약 체결자들이 있기 때문”이라면서도 “프로야구가 한 번 무너지면 다시 회복하기가 아주 어렵다. 후배들을 생각해서라도 지금 정비하고 넘어가야 한다”고 우려했다. FA나 외인 상한제는 각론일 뿐, 근본은 생존의 문제라는 것이다.
물론 구단들도 원죄가 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자생에 대한 노력 없이 지금까지 모기업을 등에 업고 외형적 성장만 꾀했다. 최근의 조치는 인위적이라는 점에서 그렇게 바람직한 그림은 아니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모기업에 의존한 리그 운영을 할 수는 없다. 정상화의 밑그림이 필요하다. 서로 자신의 주장만 할 때가 아니라 산업의 생존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하는 이유다. 비용 절감 이상으로 매출 확대에 대한 논의도 있어야 한다. 프로야구의 기반은 생각보다 굳건하지 않다. 반대로 ‘공멸’이라는 단어는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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