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의 클레이튼 커쇼(30)도 이름값만으로 1선발이 될 수는 없었다.
LA 다저스는 2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개최된 ‘2018시즌 메이저리그’ 타이브레이커 콜로라도 로키스전에서 5-2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다저스(92승 71패)는 6년 연속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을 확정지었다. 내셔널리그 2번 시드를 획득한 다저스는 오는 5일 3번 시드 애틀란타와 5전3선승제의 디비전시리즈를 시작한다.
다저스의 디비전시리즈 1차전 선발투수로 커쇼를 의심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2일 지구우승 후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커쇼와 류현진이 아마 1,2차전 선발로 나갈 것이다. 뷸러는 3차전 선발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1차전과 2차전에 커쇼와 류현진이 나간다는 것은 확인해줬으나 누가 먼저 나갈지는 정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커쇼의 명성과 이름값을 고려해 그가 1선발이라는 사실을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의 커쇼는 100% 아니었다. 커쇼는 지난 달 30일 샌프란시스코와 정규시즌 마지막 등판에서 5이닝 8피안타 4삼진 5실점 후 5-5 상황에서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커쇼는 9승 5패 평균자책점 2.73의 성적으로 정규시즌을 마감하게 됐다. 커쇼가 시즌 10승도 채우지 못한 것은 2009년 8승 이후 9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커쇼는 9월 25일 애리조나 원정에서도 6이닝 6피안타 3실점했다. 19일 콜로라도전에서는 7이닝을 끌어줬으나 홈런을 맞고 3실점했다. 여전히 피안타는 적은 편이나 결정적인 홈런을 많이 맞고 있다. 8월말부터 커쇼는 6경기 연속 홈런을 허용했다. 더 이상 ‘감히 손대 댈 수 없는 공’을 던지는 예전의 커쇼가 아니다.
최근 14번의 등판에서 커쇼는 모두 실점을 허용했다. 시즌 26번의 등판 중 무실점 경기는 단 한번뿐이다. 7월 10일 약체 샌디에이고를 상대로 6이닝 2피안타 무실점한 것이 올 시즌 유일한 무실점 경기다.
가을만 되면 약해지는 투구로 매번 아쉬움을 남긴 커쇼다. 여전히 메이저리그 정상급 투수지만, 괴물은 아니다. 로버츠 감독은 커쇼가 예전같지 않다는 지적에 “야구는 타격, 주루, 수비 등 여러 가지 요소가 합해져서 하는 경기다. 경기의 책임을 투수 커쇼 한 명에게 몰아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커쇼를 감쌌다.
하지만 기선제압이 중요한 디비전시리즈 1차전에서 커쇼가 아닌 류현진을 선택했다는 것은 그만큼 의미가 크다. 커쇼에게 하루 더 휴식을 부여하는 한편 류현진의 실력이 그만큼 뛰어나다는 증거다. 류현진은 가을야구 진출에 가중 중요했던 최근 3경기서 3연승을 따내며 맹활약했다. 특히 3경기서 볼넷이 단 2개에 그칠 정도로 정교한 투구를 자랑했다. 지난해 플레이오프 로스터에서 제외됐던 류현진이 로버츠 감독의 마음을 단단히 잡았다.
다저스는 더 확실한 승리를 위해 부진한 커쇼를 2선발로 내리는 결단을 내렸다. 막중한 임무를 짊어진 류현진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