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발언 논란이 이틀째 거세게 일고 있다. 황교익은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제작진의 연출 방식을 문제 삼았지만, 그 파장은 그가 출연 중인 tvN '수요미식회'로까지 이어지는 모양새다.
사건의 발단이 된 건 지난 달 12일 방송된 '백종원의 골목식당'(이하 '골목식당')에서 백종원과 대전 청년구단 막걸리집 사장이 막걸리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는 장면이다. 당시 백종원이 고른 막걸리 10종, 막걸릿집 사장이 고른 2종까지, 총 12종류의 막걸리를 마셔보고 어떤 건지 맞추는 식이었다.
결과적으로 두 사람 모두 12종을 다 맞추지 못했다. 다만 막걸릿집 사장은 물론 백종원도 청년구단 막걸리는 단번에 알아챘다. 막걸릿집 사장은 자신이 만든 것이었기 때문이고, 백종원은 막걸릿집 사장이 만든 막걸리가 제일 맛이 없어서라고 했다. 같은 막걸리를 놓고 막걸릿집 사장과 백종원의 평가가 또 한번 더 갈린 것.


이에 제작진은 막걸릿집 사장이 선택한 세 가지 막걸리를 토대로 야구팬들의 시식을 진행했다. 자신이 만든 막걸리에 엄청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막걸릿집 사장에게 현실을 깨우쳐주려고 한 의도가 포함됐다. 실제로 야구팬들은 막걸릿집 사장이 만든 막걸리를 마시고 "최악", "썩은 식혜맛"이라는 악평을 쏟아냈기 때문. 참담한 결과를 듣게 된 막걸릿집 사장은 그제서야 다른 막걸리의 맛을 연구해보겠다는 뜻을 전했다.
그렇게 막걸릿집 사장의 고집을 꺽을 수 있게 된 '골목식당'이다. 그런데 문제는 황교익이 지난 2일 자신의 SNS에 12종 막걸리 블라인드 테스트가 말이 안 되는 설정이라고 지적하고 나서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그는 "12개의 막걸리 브랜드를 미리 알려주고 찾아내기를 했어도 '신의 입'이 아니고서는 정확히 맞힐 확률은 매우 낮다"고 주장했다. 전혀 불가능한 일을 해보라고 하는 방송 내용이 억지라는 것. 그러면서 그는 "전혀 공정하지 않은 게임을 하여 백종원에게는 권위를, 막걸리집 주인에게는 굴욕을 안기는 방송이 정상적이라고 생각하는가"라고도 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골목식당' 제작진은 OSEN에 "그 테스트는 막걸리를 맞추자는 것이 아니라 12개의 막걸리를 비교해보는 시간을 가지자는 의도였다. 비교를 하면서 내 막걸리의 장단점을 공부하려고 한거지 맞추기 게임을 한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황교익은 설정 자체를 문제삼으며 "인간이면 어느 누구든 풀 수 없는 퀴즈를 내고 맞히라고 하는 게 정상인가 묻는 것이다. 인간의 미각에 대해 조금이라도 이해를 하고 있으면 이런 설정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 예능이어도 해서는 안 되는 설정"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황교익의 저격 발언으로 시작된 이번 논란에 많은 네티즌들은 여전히 갑론을박을 이어가고 있고, 황교익 역시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불똥은 황교익이 출연중이던 tvN '수요미식회'로도 번졌다. '수요미식회' 시청자 게시판은 황교익의 하차를 원하는 글들로 도배가 되다시피했다. 3일 오후에는 접속 장애가 발생하더니 급기야 제작진은 시청자 게시판을 아예 닫아버렸다. 이에 일부 시청자들은 '미식 메뉴 추천' 게시판에 "시청자들과의 소통을 접으셨나요?"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이같은 논란 속에서도 '골목식당' 제작진은 3일 밤 11시 대전 청년구단 마지막 편 방송을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분명 하고 싶은 말도 많을테지만, 방송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입장을 구체적으로 밝히기보다는 "전체 방송을 보면 이해가 되실 것"이라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 그러면서 혹시라도 예기치못한 논란에 출연자들이 상처를 받지 않을까 걱정스러운 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출연자들이 연예인이 아니기 때문에 제작진으로서 꺼내놓는 말 한마디도 조심스럽다는 것. 과연 제작진의 말처럼 마지막 방송 후에는 이번 논란이 말끔히 사라질 수 있을지 조금 더 지켜봐야 할 듯 하다. /parkjy@osen.co.kr
[사진] OSEN DB, '백종원의 골목식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