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서현이 첫 미니시리즈 주연작인 '시간'에 대한 애틋함을 드러냈다.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시간'에서 주인공 설지현 역을 연기한 서현은 OSEN과의 종영인터뷰에서 작품에 대해 "많은 경험이 됐던 작품이다. 연기적인 측면에 있어서도 작품 자체가 감정의 폭이 굉장히 넓고 슬픔의 깊이를 표현하는 게 어려운 작품이었다"고 회상했다.
서현은 '시간'에 대해 "단순히 누군가 죽었을 때 슬픔 그 이상으로, 가족의 죽음이 슬픔의 시작점이라는 게 굉장히 어려웠다. 작품에 들어갈 때 각오가 약간 모든 걸 걸고 해보자는 마음이었다"고 말하며, "전에는 다른 활동을 병행하면서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 아쉬운 게 있었다. 100% 올인을 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중력이 분산이 되니 그것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이번 작품은 진짜 일부러 아무 것도 안 했다. 오롯이 설지현으로 살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시간'을 위해 예전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접근을 했다는 서현. 그는 "옛날에는 슛 들어갔을 때 감정신에는 울고, 바로 서현으로 돌아왔다. '스위치 온 오프'를 잘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었다. 소녀시대 멤버로서, 그리고 작품 속 캐릭터로 오며가며를 몇 번씩 해야 했기 때문"이라고 과거를 떠올리며, "이번에는 그냥 그 순간에만 몰입했다. '이 캐릭터의 슬픔을 잘 표현할 수 있을까'에만 집중했다"고 변화 포인트를 짚었다.
오롯이 설지현으로 살기 위해 잠시간의 독립을 했다는 서현은 "집에 가있는 순간에서도 서현이 아닌 설지현으로 살아간다는 생각으로 지난 5개월 동안 살았다. 원래는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데 저만의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부모님게 말씀을 드리고 촬영할 때에만 다른 곳에서 지냈다"고 말하며, "친구들도 안 만났다. 제일 친한 단짝 친구 2명만 만났는데, 친구들이 '네가 이렇게 우울한 적은 처음'이라고 걱정을 많이 하더라"며 작품을 위해 모든 걸 변화시킨 지난 5개월을 회상했다.

서현은 "나는 인지를 많이 못하고 있었는데 주변에서 '사람이 좀 달라보인다'고 하더라. 친구를 만나도 예전처럼 활발하게 못 하겠더라. 대본 생각도 굉장히 많이 해야하고 인물로서 고민을 많이 해야 하니 정신은 계속 그쪽으로 가있었다"고 작품에 푹 빠졌다고 말하며, "그래서 후회가 남지 않았다. 순간순간 내 연기를 보고 '여기 좀 아쉽다'는 부분은 많았지만, 돌이켜봤을 때에는 그만큼 내가 모든 걸 다 걸고 해서 후회가 없다"고 웃음을 지었다.
물론 그렇게 100% 작품에 빠져있기에는 부단한 노력과 힘듦이 뒤따랐다고. 서현은 "정말 너무나 힘들었다"고 지난 5개월을 떠올리며, "원래 성격이 하나를 할 때 제대로 해야 한다. 전에는 여러 활동을 병행해야 했기 때문에 내 연기를 만족스럽게 하지 못했다. 더 많은 집중력을 쏟으면 더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올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 갈증이 컸다"고 이번 작품을 통해 연기적 갈증을 해소할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서현은 "촬영을 위해 이동을 하면서 '시간' OST를 듣는데 눈물이 계속 나더라. 그냥 내 얘기 같아서 서럽고 화가 났다. 복잡한 감정이 많이 들었다. 처음 대본을 볼 때 '너무 어렵다, 어떻게 표현해야 하지' 고민을 하다가도, 막상 촬영에 들어가면 내 얘기 같아서 화가 나고 감정이입이 됐다. 그 전과는 다른 경험을 해본 것 같다. 신기한 경험이었다"고 말하며, "사실 연기는 가짜 아니냐. 하지만 그런 '가짜'를 '진짜'로 표현하는 게 중요하고 참 어렵다. 제가 궁극적으로 표현하고 싶은 연기는 그런 것이다. 매순간 진짜를 연기하고 싶다는 게 제 목표다. 이번 작품을 대하는 방법이 그것과 가깝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었나 싶다"고 설명했다.
작품에 담뿍 녹아드는 특별한 경험을 했지만, 그만큼 빠져나오기는 쉽지 않았다는 서현은 "서현으로는 빨리 못 돌아왔다. 3일 전까지만 해도 설지현이었다"라며 웃음을 지었다. 그는 종영 후 일상을 묻는 질문에 "드라마 끝나고 나서는 많이 아팠다. 앓아누웠다. 몸살에 감기까지 걸렸다. 계속 감정들이 남아있기도 했다. 깊은 내면을 써서 그런건지 애틋함이 있었다. 내 삶인 것 같은 느낌이 길게 갔다"고 쑥스러워했다.
기구한 운명에 놓인 설지현이란 캐릭터를 보고 '시간'이란 작품을 하기까지 쉽지 않았을 것 같다는 질문에, 서현은 "전 작품에 했던 감독님이 연락을 준 게 가장 컸다. 본인의 첫 입봉작인데 나를 불러줬기 때문에 같이 잘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며 장준한 PD와의 의리를 드러냈다.
또한 서현은 "배우로서 변신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크지는 않았지만, 어떻게 대중에게 다가가야 할까, 어떤 모습을 먼저 보여주는 게 맞을까 하는 고민은 많이 했다"고 털어놓으며, "이 작품이 신선하게 다가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직까지 이런 처연한 연기를 해본 적이 없었고, 이 역할을 보고 서현을 떠올리진 않을 것 같았다. 도전해보고 싶었다. 내 안에도 그런 모습이 있다고 생각해서 도전을 했다"며 '시간'을 선택했던 이유를 밝혔다.
늘 밝은 모습만 보였던 서현에게도 이런 처연함과 우울감이 내재돼 있었느냔 질문에 서현은 "있었다. 깜짝 놀랐다"며 자신의 새로운 모습에 놀란 듯 했다. 그는 "한없이 우울해졌다. 내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했다. 작품을 할 때 마다 신기한 것이 내 자아속에 있었던 모습이 팍팍 튀어나오더라. '내가 이런 사람이었어?'하는 경험들이 계속 나왔다. 재미있었다. 연기가 그래서 매력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시간'을 준비하며 참고한 작품이나 인물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그는 "연기는 꼭 경험만이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경험이 도움을 많이 주지만, 최대한 이 순간에 집중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느꼈다. 머리로 분석해서 인물과 하나가 되도록 노력하는 것보다 상황을 마주했을 때의 감정과 행동을 느끼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며 "사실 누군가를 따라하면 망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더 참고를 안 했다. 처음엔 비슷한 작품을 볼까 싶었는데 계속 모방할 것 같아서 죽이되든 밥이되든 내 걸로 해보자 싶었다"고 남다른 각오로 임했던 '시간'을 돌이켰다.
한편 서현이 출연한 '시간'은 누구에게나 유한한 시간. 결정적인 매 순간 저마다 다른 선택을 해 지나간 시간 속에서 엮이는 네 남녀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로, 서현과 함께 김정현, 김준한, 황승언 등이 출연했다. / yjh030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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