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정상화를 통해 도약을 약속한 부산영화제가 올해 새롭게 거듭날 수 있을까.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오늘(4일) 개막해 열흘 간 부산시 일대에서 영화 축제를 이어간다.
올해 부산영화제는 화합과 정상화를 모토로 관객들을 만난다. 부산영화제는 지난 2014년 '다이빙벨' 상영 이후 이용관 집행위원장이 해촉되면서 영화제의 자율과 독립성이 침해됐다는 지적이 뒤따랐고, 영화산업노조, 촬영감독조합, 감독조합 등 한국 영화를 이끄는 다양한 단체들이 영화제를 보이콧했다. 내홍을 겪던 부산영화제는 이용관 이사장, 전양준 집행위원장이 복귀했고, 부산시장 역시 영화인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양해·협조를 구해 영화계의 보이콧이 철회됐다.

한국 영화계의 보이콧 철회로 부산영화제는 정상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물론 단기간 내에 정상화를 기대할 수는 없는 일. 해결해야 할 숙제도, 넘어야 할 갈등도 산적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영화계 인사들이 부산영화제를 보이콧했던 지난 3년과 달리, 이용관 이사장, 전양준 집행위원장의 복귀로 부산영화제를 둘러싼 분위기는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부산영화제 측은 지난 9월 4일 개최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정상화를 약속했다. 이용관 이사장은 "2018년은 지난 3, 4년의 어려움을 마감하고 전환점으로 도약해야 하는 해라고 생각한다. 화합, 정상화, 새로운 도약의 원년이라고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밝혔다.
전양준 집행위원장 역시 "올해 영화제를 준비하면서 화합과 화해를 통해 영화에 대한 열정을 되찾고, 영화 축제 본연의 분위기를 복원시키는 작업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부산영화제를 정상화, 그리고 도약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전 집행위원장은 "올해는 30회, 40회의 기반을 다지는 도약의 해다. 부산영화제는 좀 더 새로워져야 하고, 좀 더 국제적이 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부산영화제 측은 부산영화제를 떠난 김동호 전 이사장과 강수연 전 집행위원장과의 갈등의 골 역시 메우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부산영화제 사무국 측은 김동호 전 이사장-강수연 전 집행위원장 체제에 불신임을 보냈다. '다이빙벨'의 상영 금지로 촉발된 일련의 사건들이 명쾌하게 해소되지 않았다는 이유 때문. 지난해 사무국 직원들은 서병수 전 부산시장의 공개 사과,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의 복귀 등을 호소하는 성명서를 발표했고, 두 사람은 "일련의 사태에 책임을 지겠다"며 지난해 부산영화제 개최 전 사퇴를 발표했다.
김동호 전 이사장과 강수연 전 집행위원장과 부산영화제의 갈등은 꽤 깊어보인다. 다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입장. 전양준 집행위원장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어떻게 하든지 두 분을 부산영화제에 모셔서 영화제의 전통과 질서를 유지하도록 노력 중이다. 현재까지도 참석을 목표로 대화를 해나가고 있다"고 말했고, 이용관 이사장은 "두 분과의 관계를 위해 저희 둘뿐만 아니라, 영화계 분들이 적극적으로 도와주시고 계신다. 앞으로도 저희가 노력을 해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전양준 집행위원장은 "영화인들이 부산영화제에 대해 대부분 '그 곳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 분위기가 올해 반드시 복원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영화제는 화합과 정상화의 염원을 담아 '가족 이야기'와 '부산'의 영문자를 대담하게 조합한 포스터를 발표하기도 했다. 흩어졌던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이듯이, 올해 부산에서 영화인들이 한 자리에서 재회하자는 소망과 희망을 담은 것이다.
부산영화제는 '다이빙벨'로 촉발된 부산시와의 갈등, 영화제 내부의 내홍, 블랙리스트 논란 등을 딛고 재도약의 원년을 표명했다. 과연 23회째를 맞는 부산영화제가 '다시 하나' 돼 새로운 도약을 꿈꿀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mar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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