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사러 간 사람들은 '토크'의 개념도 잘 모르는데, 카탈로그에는 ‘최대토크 얼마’ 이렇게만 적혀 있습니다. 토크의 개념을 시각화 해서 표현하면 훨씬 이해가 빠릅니다.” 대학생들의 목소리는 거침이 없었고, 그들의 발표를 지켜보던 방청석에선 술렁거림이 일었다.
지난 2일 오후, 대학생 ‘레드 크레에이터 아이디어 페스티벌’ 팀별 발표회가 있었던 서울 압구정동 기아자동차 국내영업본부(비트360) 지하 강당의 모습이다. ‘레드 크리에이터 아이디어 페스티벌’은 기아자동차가 젊은 대학생들과 직접 소통하는 통로를 열고 회사를 바라보는 그들의 시선을 직접 느끼기 위해 마련한 이벤트다. 올해 처음 시작한 아이디어 경연이었지만 전국에서 800여 명의 대학생 지원자들이 몰려 들었고, 그 중에서 50명을 선발해 10개 팀을 추렸다.
5명씩 한 팀을 이룬 대학생들은 5개월간 소비자의 입장에서 기아자동차의 제품과 서비스 전반에 걸쳐 세세한 진단을 내렸다. 설문조사를 하고 현장 답사로 문제점을 찾아 냈으며, 그 해답까지 제시하는 일련의 과정을 종합해 팀별로 발표했다.

1~4학년 대학생들이 당장의 소비자는 아닐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이 취업을 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면 곧바로 생애 첫 차를 찾는 소비자가 된다. 기아자동차의 예비 소비자이면서 미래 소비자의 트렌드를 주도하는 세대들이다. 그들의 시선은 젊은 세대들의 트렌드를 정확히 반영하고 있었다.
그들이 주로 주목한 키워드는 ‘어플리케이션’ ‘동영상’ 그리고 ‘소통’이었다. 회사와 소비자, 차와 소비자를 이어주는 통합 어플리케이션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의견이 많았고, 차의 기능이나 성능, 트림별 차이 등을 설명하는 방법으로는 소비자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동영상’을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또한 이 모든 노력들은 결국 ‘소통’으로 귀결 되고 있었다. 소비자와 판매자, 소비자와 정비서비스 간에 필요한 건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정보의 소통이었다.
어렵고 복잡한 카탈로그도 대학생들에겐 ‘소통 부족’의 표상이었다. 자동차를 사러 대리점에 들른 이들이라면 열에 아홉은 카탈로그를 두세 권씩 갖고 나온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그들은 카탈로그를 통해 제대로 된 정보를 얻지 못한다고 한다. 문구가 너무 전문적이고, 영어 표현들이 많아 이해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또한 작은 글씨로 깨알같이 박혀 있는 트림별 구성상품 차이는 사진으로 시각화해 소비자들이 쉽게 이해하게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팀명 ‘BPM128’은 그들의 지적한 요소들을 반영한 ‘니로 하이브리드’ 카탈로그를 새로 만들어와 심사위원들과 방청객들에게 돌리는 수고 끝에 ‘우수상’을 받았다.

영상 세대의 장기를 십분 발휘한 팀도 있었다. 젊은 이미지로 젊은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2030 세대에 어울리는 이른바 ‘병맛 코드’의 바이럴 영상이 필요하다는 주장과 함께 팀원들이 직접 연기까지 한 영상을 준비했다. 재치와 유머가 가득한 영상은 무릎을 치는 공감과 함께 폭소를 자아냈다. ‘K-1’ 이라는 이름의 이 팀은 결국 최우수상을 받았다.
신세대 자동차 구매자를 가정해 ‘저 혼자 차를 살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에서 시작한 ‘기아차4줘’ 팀은 트림 정보를 알기 쉽게 바꾸고, 생소하고 어려운 용어들도 이해하기 쉽게 손질해 차를 모르는 사람들도 충분히 혼자서 차를 살 수 있도록 개선하는 방안을 제시해 우수상을 받았다. 나 혼자 사는 세대들의 일상을 담은 TV 프로그램에 착안해 ‘나혼자 산다(Buy)’를 실현할 수 있는 방안으로 눈길을 끌었다.
이날 행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한 기아자동차 국내영업본부장 권혁호 부사장은 “당장 현업에 반영할 아이디어들이 많다”는 말로 만족감을 표했다. '소통 부족'을 꼬집는 목소리가 비트360 지하 강당에서 울려퍼졌다는 것 자체가 기아자동차가 이미 젊은 그들과 소통하고 있다는 방증이 되고 있었다. /100c@osen.co.kr
[사진] 기아자동차 레드크리에이터 아이디어 페스티벌 참가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