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내리는 일억개의 별' 서인국은 기무라 타쿠야와 얼마나 달랐을까.
이미 잘 만들어진 원작이 있다는 것은 같은 캐릭터를 연기해야 하는 배우들에게 분명 부담스러운 일이다. 특히 해외 원작 드라마지만 국내에서도 탄탄한 팬덤을 갖추고 있는 작품이라면 더욱 그렇다. 자연스럽게 비교 대상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
워낙 강렬한 캐릭터가 등장하고, 파격적인 내용의 작품이기에 케이블채널 tvN 새 수목드라마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개의 별'(극본 송혜진, 연출 유제원) 역시 원작의 그림자를 지우는 것이 가장 큰 숙제였다. 지난 3일 오후 첫 회가 공개된 가운데, 여전히 따라다니는 원작의 그림자를 앞으로 어떻게 풀어갈지 주목된다.

서인국과 정소민이 주연을 맡은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개의 별'은 일본에서 지난 2002년에 방송됐던 동명의 드라마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일본의 톱스타로 불리는 기무라 타쿠야가 주연을 맡았던 작품으로, 당시 파격적인 결말과 전개로 이슈를 모았던 작품이기도 하다. 일본을 넘어 한국에서도 이른바 '소라호시' 팬덤이 형성됐고, 무엇보다 기무라 타쿠야가 맡은 캐릭터가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한국 리메이크 버전의 주연을 맡은 서인국은 기무라 타쿠야와 같은 역할이란 것 자체만으로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출발이었다. 더욱이 군면제 이슈로 일부 서인국을 향한 좋지 않은 시선들까지 더해지면서 여러 의미로 힘겨운 시작이었다.

첫 방송을 마친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개의 별'은 일단 화제성 면에서는 압도적이었다. 탄탄한 인기 원작을 바탕으로 했기에 국내 시청자들에게도 큰 관심을 모을 수 있었고, 파격적인 전개에 대한 궁금증도 더해졌다.
서인국의 연기 역시 안정적으로 이어졌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는지 도통 알 수 없는 김무영 캐릭터를 맡아 이전 작품들에서 보여줬던 것처럼 연기력을 빛냈다.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캐릭터에 맞게 미스터리한 눈빛과 안정된 연기로 극을 이끌어갔다. 원작 속 기무라 타쿠야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분위기다.
원작에서 기무라 타쿠야가 연기한 카타세 료는 위험하고 미스터리한 인물이다. 마음 먹으면 주변 모든 여자들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고, 또 그들이 그를 사랑할 수 있게 하는 치명적인 매력의 소유자이면서 한 마디로 정의하기 힘든 인물이기도 하다.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만큼 미스터리하면서도 또 어두운 분위기가 캐릭터 전반에 걸쳐 진하게 녹아 있다.
기무라 타쿠야는 카타세 료를 연기하면서 특유의 매력을 십분 발휘했다. 차가우면서도 또 어둡고, 그러면서도 여자들의 심리를 완벽하게 파악하는 매력적이지만 나쁜 남자의 캐릭터다. 묵직한 연기와 기무라 타쿠야 특유의 매력과 만난 카타세 료는 여전히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있는 캐릭터로 꼽힌다.

서인국은 방송 전에도 원작과의 비교에 대해서 "기무라 타쿠야와는 다르다"라면서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던 상황. 물론 첫 방송만으로 완벽하게 원작의 그늘에서 벗어나 100% 서인국만의 캐릭터가 탄생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원작 속 카타세 료보다는 어두운 분위기와 묵직함을 덜어낸 새로운 매력의 김무영을 만들어가고는 있는 반응이다. 회를 거듭할수록, 주인공들의 운명에 대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전개될수록 더 깊어질 그리고 서인국만의 매력으로 만들어질 비교 불가한 캐릭터의 탄생을 기대해본다. /seon@osen.co.kr
[사진]tvN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