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익이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대전 중앙시장 청년구단 막걸릿집 사장의 마지막 방송을 접한 소감을 남겼다.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은 4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골목식당' 막걸릿집 주인은 누룩을 버리고 입국과 아스파탐을 쓴 막걸리를 선택했다. 시판 막걸리의 그 들큰하고 익숙한 맛이 날 것이다. 백종원도 만족스러워하고, 손님도 만족스러워한단다. 결국 주인도 잘 팔리는 막걸리를 손에 넣었으니 만족스러울 것이다. 대중이 원하는 막걸리가 한 작은 골목식당에서 탄생했고, 대중이 원하는 막걸리가 아니었던 것은 골목식당에서 버려졌다"고 밝혔다.
이어 "어젯밤 '골목식당' 방송을 앞부분은 보지 못하고 뒤만 봤다. 해피엔딩이었다. 손님 대만족, 주인 대만족. 그 웃음이 환했다. 마지막 화면에 대전의 시내를 공중에서 보여주며 '대전의 명소로.. 어쩌구'하는 자막이 떴다. 결국은 누구는 살고 누구는 죽게 돼있는 시장이다"고 설명했다.

또한, 황교익은 "대전의 골목식당 막걸리는 이제 입국과 아스파탐을 쓴다. 시판 막걸리가 대체로 이렇다. 대중의 입맛에 익숙할 것이다. 쌀과 물, 발효의 조건으로 개성을 입힐 수도 있는데, 입국과 아스파탐이 그 개성을 돋보이게 하는 데 방해를 할 것이다. 내게는 별로 흥미롭지 못한 막걸리다. 아스파탐이 들어가면 단맛 때문에 첫입에는 맛있게 느껴지나 그 단맛이 길어 결국은 기분이 찜찜해진다. 그래서 아스파탐이 든 막걸리는 되도록 피한다. 그런들 뭐 어떤가. 식당의 성공과 실패는 손님이 결정하게 돼있다. 나도 '한 손님'일 뿐이다. 성공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3일 방송된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대전 중앙시장의 청년구단 편에서 백종원은 식당을 돌며 최종 솔루션을 제안했다.
막걸릿집 사장은 주변인들과 백종원에게 선택을 가장 많이 받은 막걸리를 판매용 막걸리로 최종 결정했다. 그는 "너무 많은 것을 배웠다. 쓴소리를 처음 받았는데 그걸 통해서 저도 막걸리에 대해 공부를 다시 시작하게 됐다. 나만 보면서 하면 아집이 생기는구나를 깨닫게 됐다. 백대표님에게 이제 장사를 할 정도라고 인정을 받았지만 먼 훗날 막걸리계에 제 이름을 남기도록 성장하겠다"고 했다.
한편, 황교익은 지난 9월 12일 방송된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백종원과 대전 청년구단 막걸리집 사장이 막걸리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는 장면을 접한 뒤, "12개의 막걸리 브랜드를 미리 알려주고 찾아내기를 했어도 '신의 입'이 아니고서는 정확히 맞힐 확률은 매우 낮다. 전혀 공정하지 않은 게임을 하여 백종원에게는 권위를, 막걸리집 주인에게는 굴욕을 안기는 방송이 정상적이라고 생각하는가"라며 방송 내용이 억지라고 비판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이후 황교익은 네티즌들과 설전을 벌였고, 지난 3일 자신의 SNS에 악플러가 자신을 두고 가짜 정보를 만들었다고 주장하며 이를 그대로 기사화하는 일부 언론을 비판했다. 이 과정에서 "내용을 보니 중졸 정도 지적 수준에 있는 자가 인터넷 여기저기 떠도는 정보를 짜깁기한 것으로 보인다"는 글을 적었고, '중졸 정도 지적 수준'이라는 문장이 비하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다음은 황교익이 남긴 글 전문
대중은 자신의 수준에 맞는 정치가를 선택하고 자신의 수준에 맞는 방송을 즐겨 보며 자신의 수준에 맞는 음식을 맛있다고 하게 되어 있다. 이건 한국 대중의 수준을 얕잡아보고 하는 말이 아니다. (미국 대통령은 트럼프고 한국 대통령은 문재인이다. ㅎㅎ) 모든 국가 모든 시대의 대중은 늘 이랬다.
골목식당 막걸릿집 주인은 누룩을 버리고 입국과 아스파탐을 쓴 막걸리를 선택하였다. 시판 막걸리의 그 들큰하고 익숙한 맛이 날 것이다. 백종원도 만족스러워하고 손님도 만족스러워한단다. 결국 주인도 잘 팔리는 막걸리를 손에 넣었으니 만족스러울 것이다. 대중이 원하는 대로의 막걸리가 대전의 한 작은 골목식당에서 탄생하였고, 대중이 원하는 대로의 막걸리가 아니었던 막걸리는 대전의 한 작은 골목식당에서 버려졌다.
어젯밤 골목식당 방송을 앞부분은 보지 못하고 뒤만 보았다. 해피엔딩이었다. 손님 대만족, 주인 대만족.. 그 웃음이 환하였다. 마지막 화면에 대전의 시내를 공중에서 보여주며 ‘대전의 명소로.. 어쩌구” 하는 자막이 떴다. 텔레비전을 끄고 돌아와 누우며 50만이나 되는 영세 식당들을 떠올렸다. 결국은 누구는 살고 누구는 죽게 되어 있는 시장이다. 채플린이 침대 곁에 앉아 조용히 말했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 그래, 너무 가까이 볼 필요가 없어. 텔레비전 화면 저 너머에 그들이 있을 뿐이지. 웃자고.
막걸리시장이 꾸준히 쪼그라들고 있다. 개성 있는 작은 양조장이 그 돌파구일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개성 있는 작은 맥주양조장의 인기를 보면 일리가 있다. 막걸리 산업이 어떠하든 내 입장에서는 개성 있는 막걸리가 많은 것이 좋다. 음식은 다양할수록 그 음식을 찾아먹는 즐거움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 기호만 고집할 수 없는 것이 그 개성 있는 막걸리가 제각각으로 시장에 잘 안착할 수 있는가는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대중의 입맛에 익숙하지 않은 막걸리로 시장에서 승부를 본다는 것은 보통의 마케팅력이 아니면 어렵다.
대전의 골목식당 막걸릿집 주인은 막걸리 전공의 석사이다. 그도 내가 말한 위의 내용을 잘 알 것이다. 자신만의 개성 있는 막걸리를 내었지만 손님의 반응을 별로였다. 고민이 깊었을 것이다. 백종원도 내가 말한 위의 내용을 잘 알 것이다. 그는 대중의 기호에 맞추는 방향으로 솔류션을 제시하였고, 주인은 이를 받아들였다.
이 일은, 어떤 막걸리가 더 나은가 하는 시각으로 보면 안 된다. 막걸리 시장과 대중 기호에 대한 분석은 크게 다르지 않고 단지 어떤 길로 갈 것인가 하는 선택만 있을 뿐이다. 백종원과 막걸릿집 주인은 대중이 익숙해하는 막걸리를 선택하였다. 어느 누구도 이 선택에 딴지를 걸 수가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법이 허용하는 것이면 각자 어떤 것이든 할 수 있다.
대전의 골목식당 막걸리는 이제 입국과 아스파탐을 쓴다. 시판 막걸리가 대체로 이렇다. 대중의 입맛에 익숙할 것이다. 쌀과 물, 발효의 조건으로 개성을 입힐 수도 있는데, 입국과 아스파탐이 그 개성을 돋보이게 하는 데 방해를 할 것이다. 내게는 별로 흥미롭지 못한 막걸리이다. 아스파탐이 들어가면 단맛 때문에 첫입에는 맛있게 느껴지나 그 단맛이 길어 결국은 기분이 찜찜해진다. 그래서 아스파탐이 든 막걸리는 되도록 피한다. 그런들 뭐 어떤가. 식당의 성공과 실패는 손님이 결정하게 되어 있다. 나도 '한 손님'일 뿐이다. 성공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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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OSEN DB, '골목식당' 화면 캡처. tvN 화면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