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스타들이 부산의 밤을 뜨겁게 달궜다.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부산영화제)는 부산 해운대 영화의 전당 야외극장에서 개막식을 열고 10일 간의 화려한 영화 축제의 시작을 알렸다.
이날 개막식에는 사회를 맡은 김남길, 한지민을 비롯해 개막작 '뷰티풀 데이즈' 이나영, 장동윤, 오광록, 이유준, 서현우가 참석했다. 또한 장동건, 현빈, 남주혁, 박해일, 수애, 유연석, 안성기, 남규리, 신소율, 진선규, 김규리, 손현주, 류현경, 김대명, 김의성, 류이치 사카모토, 류이호, 진의함 등 200여 명의 스타들이 레드카펫을 밟았다.

올해 부산영화제에서는 79개국 323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세계 최초로 상영되는 월드 프리미어는 115편(장편 85편, 단편 30편), 자국을 제외하고 해외에서 최초 상영되는 인터내셔널 프리미어는 25편(장편 24편, 단편 1편)이다.

개막작은 이나영 주연의 '뷰티풀 데이즈'(윤재호 감독)다. '뷰티풀 데이즈'는 가족을 버리고 한국으로 도망간 엄마와 그런 엄마를 미워하던 아들의 16년 만의 재회를 담은 작품으로, 이나영의 6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으로 일찌감치 화제를 모았다.
윤재호 감독은 개막작으로 부산영화제의 시작을 알리게 된 것에 대해 "정말 영광스럽다. 저 같은 신인감독의 작품을 개막작으로 선정해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뷰티풀 데이즈'를 통해 6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하게 된 이나영은 "처음 감독님의 대본을 봤을 때 가족의 의미가 색다르게 다가왔다. 제가 연기하게 된 캐릭터가 비극적인 사건을 겪으면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담담하게 살아가는 여성 캐릭터라 매력을 많이 느꼈다"고 말했다. 장동윤은 "가족에 대한 따뜻한 이야기다. 사랑으로 많이 봐주시면 감사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개막식의 시작은 올해의 아시아 영화인상 수상자로 선정된 류이치 사카모토가 열었다. 류이치 사카모토는 부산영화제 오픈시네마 부문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첫 공개되는 '안녕, 티라노'의 음악을 맡았고, 아시아 영화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올해의 아시아 영화인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날 류이치 사카모토는 '안녕, 티라노'의 OST와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로렌스' 등을 연주해 현장을 찾은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올해의 아시아 영화인상을 수상한 류이치 사카모토는 남북 화해 무드를 직접 축하해 눈길을 끌었다. 류이치 사카모토는 "오늘 이렇게 영광스러운 상을 주시고 부산영화제에 초대해 주셔서 감사하다. 정말 더없는 기쁨을 느끼고 있다. 한반도에 평화가 찾아오려고 하고 있다. 같은 아시아인으로서 기쁘다. 축하드린다"며 "서로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인연, 정, 사랑이 생긴다는 것은 이번에 제가 음악을 담당한 '안녕, 티라노'의 가장 중요한 테마다. 이번 영화가 부산에 가장 잘 어울리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해는 예년보다 풍성해진 개막식으로 눈길을 끌었다. 1년 전보다 더 화려해진 최고의 스타들이 레드카펫을 장식하며 부산의 밤을 화려하게 수놓았다. 특히 이날 태풍 콩레이의 영향권에 접어든 부산은 개막식 즈음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부산에서 시작된 '화합의 장'은 태풍도 막지 못했다.
지난해까지 부산영화제는 지난 2014년 '다이빙벨' 상영 이후 이용관 집행위원장이 해촉되고 이로 인해 갈등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영화산업노조, 감독조합 등 한국 영화를 이끄는 단체들은 영화제의 자율과 독립성이 침해됐다며 항의의 의미로 영화제를 보이콧했다. 이후 부산영화제는 참석자도 줄어들고 행사도 축소되며 3년간 다소 썰렁한 분위기를 유지한 것이 사실.
그러나 올해는 달랐다. 부산영화제에 이용관 이사장, 전양준 집행위원장이 복귀했고, 영화계 역시 보이콧을 철회하며 많은 감독과 배우들이 부산영화제를 찾아 화려한 개막식 라인업을 꾸렸다. 그간의 갈등을 딛고 화합과 정상화의 원년을 선포한 부산영화제의 변화에 기대가 모아진다. /mari@osen.co.kr
[사진] 민경훈, 박준형, 이동해 기자 photo@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