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드, 항상 그 자리에 있었던 양현종(30·KIA)이 가벼운 부상으로 잠시 쉬어간다. 포스트시즌 등판을 고대하고 있는 가운데 동료들이 그 판을 깔아줄 수 있을지 관심이다.
KIA는 4일 인천 SK전을 앞두고 양현종을 1군 엔트리에서 말소했다. 사유는 오른쪽 옆구리 근육 미세손상이다. 양현종은 3일 삼성과의 경기에 선발 등판했으나 옆구리 통증을 느낀 끝에 3이닝만 던지고 강판됐다. 4일 검진을 받았고, 최소 열흘은 경기에 나설 수 없다는 판단 끝에 엔트리에서 빠졌다.
양현종의 최근 행보는 ‘헌신’과 ‘책임감’이라는 단어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양현종은 2014년 이후 매년 170이닝 이상을 던졌다. 지난 5년간 152경기에서 총 933⅔이닝을 소화하며 74승43패 평균자책점 3.59의 호성적을 냈다. 평균자책점이나 이 기간 리그 최고인 승수도 주목할 만하지만, 이닝 소화가 가장 눈에 들어온다. 2위 유희관(두산·867⅔이닝)에 앞선 독보적인 리그 1위다.

여기에 올해 아시안게임처럼 대표팀에서 던진 적도 적지 않다. 적어도 양현종은, 최근 리그에서 가장 어깨에 피로가 많이 쌓인 선수라고 할 만하다. 그러면서도 특별한 부상 없이 묵묵하게 5년간 1만5094구를 던진 양현종은 결국 가장 중요한 시기에 전력에서 빠졌다.
선수 스스로 적잖이 낙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대로 시즌이 끝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기본적으로 1군 엔트리에서 빠져 현재 일정상으로는 정규시즌 잔여경기 등판이 불가능하다.
다만 포스트시즌에 나간다면 등판할 산술적인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 만약 KIA가 5위로 시즌을 마치는 분위기로 흘러간다면, 양현종의 일주일 뒤 재검 결과가 초미의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김기태 KIA 감독도 “일주일 뒤 재검 결과를 봐야 안다”고 신중한 태도를 드러냈다.
양현종의 등판이 여기서 끝나지 않으려면 두 가지 요건을 충족시켜야 하는 셈이다. 팀도 5위를 차지해야 하고, 일주일 뒤 재검에서 스스로의 상태에도 별다른 이상이 없어야 한다.
던질 만한 상황이 되면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양현종의 책임감 때문이다. 한 구단 관계자는 “던질 상황이 되면 주위에서 말려도 무조건 나가겠다고 할 것이다. 그런 선수”라고 예상했다. 불펜에서 나서는 것을 조금 부담스러워하는 성향이라 선발 등판을 선호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최종 판단은 코칭스태프가 내리겠지만, 5위로서는 매 경기가 단판 승부인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양현종의 필요성은 크다. 몸 상태가 된다는 가정 하에 코칭스태프도, 양현종도 등판을 원할 가능성이 높다. 일단 지금은 상태 회복에 총력을 기울이고, 동료들을 믿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