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에 이어)영화 ‘아워 바디’(감독 한가람)의 자영(최희서 분)에게 현주(안지혜 분)는 삶의 전환점이다.
이전까지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모르며 살아왔다면, 그녀를 만나 함께 러닝하며 본인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몸매의 변화는 자영의 삶이 주체적으로 시작됐음을 알리는 지표이다.
최희서는 5일 오후 부산 우동 해운대 그랜드 호텔에서 열린 OSEN과의 인터뷰에서 “자영이가 제 성격과 달라 어려웠다. 실제로 저는 감정 표현을 잘하고 엄마와 소통도 잘한다. 자영이와 큰 공통점이 없다”며 “저와 자영의 성격이 많이 달라서 촬영 중에 감독님이 ‘자영이 같지 않고 최희서 같다’고 했을 때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앞섰다. 자영이라는 친구의 말 안에는 다른 의도가 숨어있다. 작지만, 디테일한 부분이다. 저와는 다르다. 시작부터 저랑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영화를 보니 비슷한 부분도 있더라. 자영이랑 많이 닮은 거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23회 부산영화제를 통해 첫 공개된 ‘아워 바디’는 명문대 출신 윤자영(최희서 분)이 대학 졸업 후 행정고시를 준비하느라 8년이란 시간을 보내고, 번번이 시험에 떨어진 그녀 앞에 조깅을 하는 건강한 매력의 여자 오현주(안지혜 분)가 나타난다. 자영은 현주처럼 되고 싶은 마음에 그녀와 함께 달리기를 시작하며 조금씩 삶에서 활기를 찾기 시작한다.
최희서는 “저는 31살 때 ‘박열’을 찍으면서 매우 행복했다. 자영이는 자신의 인생에서 무얼 할지 모르는데, 저는 20살부터 연기를 하고 싶어 행동으로 옮겼고 배우가 됐다. 그런 면에서 그녀와 다르다”고 밝혔다.

“자영이가 자신의 또래 친구들과 다르지만 일부러 삐뚤어지려는 건 아니다. 본인이 다르게 간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다. 엄마한테 거짓말하고 취업 하지 않는 건 방황이다. 직업이 없는 것에 대한 자괴감은 있지만, 사소한 것에 흔들리지 않는다.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다. 자영이 다시 고시 공부를 할지, 회사 인턴으로 돌아갈지 생각해봤는데 둘 다 하지 않고 제3의 길을 갔을 거 같다. 저는 평범하긴 한데, 자영은 살짝 좀 독특한 사람이다(웃음).”
자영은 중학교 동창 오민지(노수산나 분)의 회사에서 아르바이트 및 인턴으로 일하지만, 정직원이 되지 않았다거나 아직 미혼이라는 점에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는다. 최희서는 “자영이 결혼한 민지를 보면서 어느 정도 동떨어짐을 느끼지만 저 친구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은 안 한다. 정직원과 인턴의 추석선물 차별에 대해서도 불만 없이 그냥 가져가지 않나. 그녀는 보통 사람들의 욕망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최희서는 현재 결혼에 대해 생각하고 있냐는 물음에 “사랑도 중요하고 연기도 중요하다”며 “결혼을 몇 살까지 하겠다는 제한선은 없다. 일단 연기할 때 제일 행복하고 살아있음을 느낀다. 좋은 사람을 만난다면 언젠간 하겠다”고 답했다.
최희서가 출연작, 캐릭터를 선택하는 기준은 ‘토론의 창’이다. 결론을 정해주는 영화보다 질문을 던지는 작품을 하고 싶다고.
“저는 관객들에게 대답을 듣고 싶다기보다 토론의 장을 열어주는 영화를 하고 싶다. 이 영화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아워 바디’를 본 관객들이 ‘그래서 운동이 좋다는 거야?’부터 시작해서 ‘너 같으면 자영이 계속 뛸 거 같아?’ ‘다시 뛰었을까?’ ‘다시 고시공부를 했을까?’라는 질문을 할 거 같다. 만족감을 못 드릴 수 있지만, 제가 감히 결론을 전달하고 싶다기보다, 2030세대 관객들이 봤을 때 자신의 삶에 질문을 가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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