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워 바디' 최희서, 몸으로 꿈을 말하다(리뷰)[23rd BIFF]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8.10.06 15: 32

 명문대 출신 자영은 대학 졸업 후 8년 동안 행정고시 5급 공무원 시험에 도전하지만, 빈번히 불합격의 고배를 마신다. 인생무상을 느끼며 시험 응시를 포기하려던 찰나 사귀던 남자친구까지 사람답게 살라며 차갑게 이별을 고한다.
본인의 굳건한 의지로도 합격할까 말까한 시험인데 부모님의 기대로 시작한 공시생의 삶이었기에 더 이상 도전할 의지가 생기지 않았던 자영은 어느 날, 탄탄한 몸매로 건강한 아우라를 발산하는 현주를 보고 시선을 빼앗긴다. 자영은 돌연 현주처럼 되고 싶다는 마음과 호기심 어린 시선에 그녀에게 먼저 다가가 러닝 동호회원으로 가입, 본격적인 운동을 시작한다.
앉아서 공부만 하던 자영에게 달리기는 삶의 전환점이었다. 처음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그것도 잘 할 수 있게 된 자영은 좀 더 현주와 가까워진다. 그러나 겉으로 보기에 밝고 건강한 비주얼을 자랑하던 현주도 남들에게 말 못할 상처를 갖고 있었다는 사실을 접하고 적잖은 충격을 받는다.

공무원 도전을 잠정 연기하고 중학교 동창 민지의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자영은, 현주 덕분에 밤낮을 가리지 않고 달리며 본인이 진정으로 원하는 꿈을 깨달아 간다.
제23회 부산 국제영화제를 통해 첫 공개된 배우 최희서의 주연 영화 ‘아워 바디’(감독 한가람)는 한국 영화의 오늘 비전에 공식 초청됐다. 2009년 영화 ‘킹콩을 들다’로 데뷔한 후 첫 행보이다. 최희서가 데뷔한 이래 처음으로 부산영화제에 공식 초청 받은 것이다.
최희서는 5일 OSEN과의 인터뷰에서 ‘아워 바디’에 출연을 결정한 이유에 대해 “한 여성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았는데 그 모습이 흔하지 않았다. 여태까지 본 한국영화 중에 본 적이 없는 방식이었다”며 “자영이 단순히 직장, 사랑을 찾는 게 아니라 오로지 그녀의 몸의 변화를 통해서 삶에 변화가 온다는 게 신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주인공 자영을 연기하며 30대 초반 구직 중인 여자의 삶을 그렸다.
이어 최희서는 “자영이 고시공부를 했지만 그 길이 자신의 길이 아니었던 거다. 어떻게 보면 부조리한 삶이었다. 그래서 다른 길을 걸으려고 하다 현주를 만나 열심히 달리기 시작한다. 자영이라는 캐릭터가 묵묵하고 말도 잘 안하지만, 사실은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다는 의지가 강한 여자”라고 밝혔다.
‘아워 바디’는 제목에 대놓고 몸을 말하지만 들여다보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깨달음과 생각할 거리를 안기는 영화이다. 불안한 미래 속에 외로운 청춘을 보내고 있는 이 시대 젊은이들에게 교집합 넓은 공감도를 선사한다. 달리기를 통해 건강한 신체를 가꾸듯, 아무리 독한 슬픔과 슬럼프를 만나더라도 스스로 극복하고 이겨낼 수 있는 용기 말이다./ purplish@osen.co.kr
[사진] 영화 스틸이미지, 이상엽 사진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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