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 이창동이 영화 '버닝'의 주인공으로 배우 강동원이 캐스팅돼 있었지만 원작의 저작권 문제로 인해 배우 스티븐 연과 함께 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창동 감독은 6일 오후 부산 우동 벡스코 제2전시장 이벤트룸에서 열린 필름메이커 토크에서 “원작자와 저작권 문제가 해결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1년을 기다렸다. 이 과정에서 먼저 출연하기로 했던 배우(강동원)가 예정된 다른 작품에 들어가야 해 출연을 할 수 없게 됐다. 그래서 다른 배우를 찾는 과정에서 스티븐 연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며 “저는 ‘워킹 데드’를 못 봤기 때문에 ‘옥자’를 통해 스티븐 연을 알고 있어 상당히 끌렸다. 국제전화를 통해 스티븐 연과 연락을 했는데, 그가 때 마침 3일 후 한국에 들어올 일이 있었다고 하더라. 그런 우연의 일치가 없었다면 캐스팅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실제로 3일 뒤에 스티븐 연을 만났다. 전화를 할 때 영어로 된 시나리오가 없어서 원작 단편 소설만 읽고 오라고 했다. 처음 만난 자리에서, 스티븐 연이 '버닝'의 벤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었다. 그가 ‘저는 벤을 잘 이해한다’고 하더라. ‘그의 내면에 공허감이 있을 거 같다’고 했다. 자신 역시 그런 공허감을 경험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2~3살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가서 한국인 2세로 살아온 스티븐 연은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무명배우 생활을 거쳤고 어렵게 미국에서 배우로서 인기를 얻게 됐다.

이 감독은 "영화감독으로서 영화에 어떤 메시지를 담을지, 어떻게 풀어낼지 항상 고민한다"면서 결과적인 흥행도 무시할 수 없는 중요 요소라고 규정했다. "‘버닝’은 일본 NHK의 참여가 있었기 때문에 한국에서의 상업적 흥행에 대한 부담감을 조금은 내려놓고 시작했다”면서도 “(국내)관객들이 좋아해주실 것 같았지만 흥행은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제가 조금은 쉽게 생각했던 부분도 있었던 거 같다. 기대 안 했지만 현실은 냉정했다”라고 ‘버닝’의 흥행 여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전했다.
지난 5월 개봉한 이창동 감독의 ‘버닝’은 유아인, 스티븐 연, 전종서의 강렬한 첫 만남으로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연기파 유아인과 전 세계를 사로잡은 할리우드 스타 스티븐 연, 신인배우 전종서가 ‘버닝’에 합류해 제작 단계부터 화제를 모았던 바. 올 5월 열린 71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공식 초청돼 전 세계 관객들 및 평단에 호평 받았다.
일본 유명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반딧불이-헛간을 태우다’를 원작으로 한 ‘버닝’은 유통회사 알바생 종수, 정체불명의 남자 벤, 종수의 어릴 적 동네 친구 해미 등 세 사람의 만남과 그들 사이에 벌어지는 비밀스럽고 강렬한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이창동 감독은 매 작품 탄탄한 스토리텔링과 정교한 구성을 통해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하며 한국영화의 진일보를 이끌어왔다. 그랬던 그가 8년 만의 신작 ‘버닝’으로 복귀하면서 수많은 영화팬들의 관심이 쏠렸다.
스티븐 연에 대해 이창동 감독은 “배우로서 언어 감각을 믿었다. 실제로 같이 작업해보니, 일상 대화에서는 말하는 게 어색하고 서툴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대사를 연기할 때는 달랐다. 연습을 통해 대사가 필요로 하는 뉘앙스를 아주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어떤 톤으로 말하는 것이 이 감정에 맞는 것인지 정확히 알고 있고 느낄 수 있는 배우”라고 칭찬했다.
이창동 감독은 데뷔작 ‘초록물고기’로 벤쿠버 국제영화제 용호상을 수상하며 전 세계 영화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버닝’은 칸영화제에서 국제비평가연맹상 및 번외 특별상인 벌컨상을 수상하며 2관왕을 차지했다./ purplish@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