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가 역대 최초로 시즌 1700홈런 시대를 열었다.
지난 6일 치러진 KBO리그 6경기에서 홈런 17개가 터졌다. 시즌 전체 홈런 숫자는 1705개로 늘었다. 지난달 26일 역대 최초로 1600홈런을 넘어선 데 이어 열흘 만에 단숨에 1700홈런까지 훌쩍 돌파했다. 바야흐로 KBO리그는 지금 '홈런의 시대'이다.
KBO리그는 나날이 홈런이 증가한다. 2015년부터 10구단 체제로 경기수가 늘어났고, 지난해 역대 최다 홈런 1547개가 터졌다. 그런데 올해는 경기당 홈런도 2.44개로 1999년(2.41개)을 넘어 역대 최고 수치를 찍고 있다. 양적, 질적으로 역대 최고 홈런 시즌이다.

김재환(두산·44개) 박병호(넥센·41개) 멜 로하스 주니어(KT·41개) 제이미 로맥(SK·40개) 한동민(SK·40개) 등 40홈런 타자가 5명으로 역대 가장 많다. 30홈런 타자로 범위를 넓혀도 총 10명으로 1999년 최다 13명을 넘보고 있다. 20홈런으로는 '거포' 명함을 내밀기 어려운 수준이다.
홈런은 야구의 꽃이라고 불릴 정도로 매력적이지만 마냥 기뻐할 일이 아니다. 극단적인 '타고투저'를 상징하는 기록이기 때문이다. 너무 많은 홈런이 오히려 야구의 묘미, 긴장감을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있을 정도로 홈런 과잉이다. 너나 할 것 없이 홈런을 치는 시대가 되자 거포의 희소성도 떨어진다.

홈런 증가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가장 먼저 리그 전체적으로 투수력이 저하됐다. 10구단 확대로 경기수가 늘어나면서 리그 전체 투수력이 떨어졌다. 타자를 힘으로 제압할 수 있는 투수가 적다. 올해 리그 평균자책점은 5.19로 2014년(5.26) 다음으로 높다. 광주·대구 등 새 구장들도 펜스까지 거리가 짧거나 파울지역이 좁은 타자 친화적으로 지어져 투수들이 불리하다.
기술 발달의 영향도 크다. 2015년 미사일 추적 기술을 활용한 '스탯캐스트' 도입 이후 30~35도 사이 발사각이 홈런 치는 데 이상적이란 분석이 나온 뒤 메이저리그에는 '플라이볼 혁명'이 일어났다. 지난해 역대 최다 6105개 홈런이 쏟아졌다. 우리나라에도 고스란히 영향을 미쳤다. 홈런 1~2위 SK와 KT에선 발사각도와 타구속도 등 세분화된 자료를 바탕으로 공을 띄우는 훈련에 집중했다. 다운스윙 대신 어퍼스윙이 보편화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피부로 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공인구다. KBO는 지난 3월과 6월 공인구 반발계수를 측정했는데 합격 기준치(0.4134~0.4374)를 모두 충족했다. '스카이라인'사 단일구로 사용한 2016년부터 기준치를 벗어난 적이 없다. 다만 국제대회를 경험해본 선수들과 지도자들은 "해외 공인구와 비교하면 우리나라 공이 너무 멀리 날아간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시즌 후 KBO 차원에서 타고투저 완화를 위해 공인구 교체뿐만 아니라 마운드를 높이거나 스트라이크존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1700개 홈런의 시대가 열렸지만 어떤 식으로든 변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