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수도 뉴욕이 지금 방탄소년단을 앓고 있다. 도심 한복판인 타임스 스퀘어에 방탄 캐릭터 상품 BT21을 사기위해 뉴요커들이 긴 줄을 서는가 하면, 6일(현지시간) 방탄소년단의 한국 가수 최초 미국 스타디움 공연에 맞춰 뉴욕 시당국은 지하철 시간까지 조정했다.
이번 방탄 공연의 무대는 미국 메이저리그 명문구단 뉴욕 메츠의 홈구장 시티필드. 오후 7시 공연 일정을 대여섯시간 앞두고부터 시티필드 일대는 미국 전역에서 몰려든 아미들로 가득찼다. 한국 교민이 많은 인근 뉴저지는 물론이고 보스턴 시카고 애틀랜타 등 동부 쪽 도시들에서 인종과 국적, 남녀노소와 상관없는 방탄 팬들이 뉴욕 플러싱 일대를 점령했다.
이곳 시티필드는 은퇴한 메이저리거 투수 출신 서재응이 한때 이름을 떨쳤던 구장으로 한국과 인연이 깊은 곳이다. 공연 전 시티필드 정문 앞 곳곳에서는 삼삼오오 떼를 지은 아미들이 방탄의 히트곡들을 부르며 축제 분위기를 연출했다.




뉴저지에서 친구들과 왔다는 중국계 사무엘(23)씨는 "방탄은 동양인들만 좋아하는 그룹이 아니다. 미국인 친구들이 더 열광한다. 오늘도 어렵게 표를 구한 네 명이 함께 왔다"며 방탄소년단의 굿즈를 신나게 흔들었다.
오후 6시 반, 어둠이 짙게 깔린 시티필드 안 공연장은 무대 뒤편 외야석을 제외한 구장 전체가 형광등을 흔드는 아미로 가득찼다. 객석의 방탄 팬들은 전광판에 뮤직비디오가 상영될 때마다 히트곡들을 같이 부르며 공연 전 파티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이에 앞서 방탄의 한정판 캐릭터 상품을 판매하는 뉴욕 한복판의 라인 타임스 스퀘어점에는 이날 새벽부터상품을 구매하려는 팬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줄 맨 앞에 선 에이미(19)양은 "집이 시카고라서 친구 세명과 함께 어제 뉴욕 퀸즈로 와서 하루 묵고 새벽부터 방탄의 캐릭터 상품을 사기위해 우버를 불러 타고 왔다"며 "오늘 저녁 콘서트 표를 정말 힘들게 구했다. (방탄 콘서트를 보는)너무나 고대했던 순간이 곧 온다고 생각하니 온 몸이 떨린다"며 환하게 웃었다.
긴 줄에는 10대 청소년뿐 아니라 중년층 팬들도 다수 섞여 있었다. 자신이 방탄의 팬이라고 밝힌 캐더린씨(45)는 "딸 둘도 모두 방탄을 좋아한다. 딸들의 콘서트 표는 구했는데 내꺼는 못사서 안타깝다. 그래서 기념품을 사려고 일찍 집을 나섰다"고 했다.
레게머리 스타일의 힙합 소녀 줄리아는 "음악 장르에 상관없이 방탄을 사랑한다. 흑인이라고 힙합만 즐기는 건 아니다. 내 주위에 방탄 팬들이 진짜 많다"며 한국어로 "방탄 사랑해요"를 외쳐서 다른 팬들의 환호를 이끌었다.
한편 방탄소년단은 지난 달 5일 LA를 시작으로 오클랜드, 포트워스, 해밀턴, 뉴와크, 시카고를 거쳐 이날 뉴욕 시티필드 공연으로 북미 투어의 정점을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