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아직은 아쉬운 재도약…그럼에도 '정상화 가능성' 봤다 [BIFF 폐막③]
OSEN 장진리 기자
발행 2018.10.13 07: 02

영화제 파행 전으로 곧바로 돌아갈 수는 없었지만, 정상화 가능성은 확인했다.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부산영화제)는 다시 돌아온 이용관 이사장, 전양준 집행위원장의 말처럼 정상화와 재도약의 원년을 열었다.  
지난해까지 부산영화제는 2014년 '다이빙벨' 상영 이후 이용관 집행위원장이 해촉되고 이로 인한 내홍으로 인해 썰렁한 분위기를 유지했다. 영화산업노조, 감독조합 등 한국 영화를 이끄는 대부분의 단체가 영화제의 자율과 독립성의 침해를 항의하며 영화제를 보이콧했다. 이로 인해 부산영화제는 스타 감독들과 영화인들이 참석하지 않으면서 참석자도 적고, 행사도 축소된 '반쪽짜리' 영화제를 이어왔다. 

그러나 올해는 달랐다. 이용관 이사장과 전양준 집행위원장이 복귀하면서, 부산영화제는 오랜 갈등과 내홍에 사과하며 새로워진 영화제를 약속했다. 이에 영화계 역시 보이콧을 연이어 철회하며 부산영화제 측의 노력에 화답했다. 보이콧 철회로 지난해 부산에서는 만날 수 없었던 한국 영화 감독들이 대거 영화제를 찾았다. 개막식에는 임권택, 이장호, 이준익, 김용화, 황동혁, 민규동, 윤재호, 장률, 정지영, 봉만대 감독 등이 참석해 부산영화제의 힘찬 출발을 축하했다. 
다양한 영화계 스타들의 참석 역시 돋보였다. 사회를 맡은 김남길, 한지민을 비롯해 부산영화제 개막작 '뷰티풀 데이즈'로 6년 만의 스크린 복귀를 알린 이나영, 그리고 이나영과 호흡을 맞춘 장동윤, 서현우, 이유준 등 개막작 '뷰티풀 데이즈'의 배우들, '창궐'의 개봉을 앞둔 장동건, 현빈, 조우진, 김의성 '안시성'으로 영화배우로서 우뚝 선 남주혁, 한국 영화계를 이끄는 윤여정과 안성기, '허스토리'로 여성들의 위대한 승리를 그린 김해숙, 김희애, 예수정, 한국 영화계가 발굴한 보석 최희서를 비롯해 박해일, 수애, 유연석, 박용우, 조은지, 문성근, 한예리, 이하늬, 왕석현, 권율, 진선규, 손숙 등 최고의 배우들이 개막식 레드카펫을 빛냈다. 
또한 쿠니무라 준, 카라타 에리카, 히가시데 마사히로, 야기라 유야, 바이바이허 등 해외 스타들도 부산영화제의 분위기를 뜨겁게 만들었다. 
또한 '버닝'으로 칸을 뜨겁게 달군 유아인-전종서, 그리고 이창동 감독이 각각 오픈토크와 플랫폼부산 필름메이커 토크로 부산을 찾았다. 또한 '암수살인'으로 10월 극장가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김윤석-주지훈, '변산'으로 스크린에 힐링을 선사한 박정민-김고은-신현빈-고준-이준익 감독, 가수에서 배우로 처음 부산영화제를 찾은 엑소 레이, 올해의 아시아 영화인상의 주인공이자 오픈 시네마 공식 초청작 '안녕, 티라노'의 음악을 맡은 류이치 사카모토 등도 부산영화제를 빛낸 이름들이었다. 
다시 부활한 '부산영화제의 명물' 밤 행사도 영화제 정상화 가능성을 엿보게 했다. 지난해까지 찾아볼 수 없었던 영화계의 각종 밤 행사가 부활하면서 낮보다 뜨거운 밤이 됐다. CJ엔터테인먼트, 롯데엔터테인먼트, 쇼박스, NEW 등 국내 대표 배급사들이 다양한 밤 행사를 마련했고, '신과함께' 시리즈를 공동 제작한 덱스터스튜디오, 한국영화진흥위원회의 한국영화의 밤, 감독조합의 한국영화감독의 밤 등이 진행됐다. 하지원 등의 일부 배우들은 영화제 공식 일정 없이도 부산을 찾아 눈길을 끌었다. 이밖에도 해운대 일대에서 크고 작은 술자리가 이어지며 훈훈한 영화계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밤 행사의 부활만으로 정상화를 단언할 수만은 없는 일. 올해는 특히 태풍 콩레이의 상륙으로 일정이 일부 취소되며 행사 규모가 축소되고, 태풍으로 인한 비행기 결항으로 아오이 유우 등 참석하려던 일부 배우들의 영화제에 부득이하게 불참하기도 했다. 또한 부산영화제를 대표하는 이름이라고 할 수 있는 김동호 전 이사장을 비롯해 강수연 전 집행위원장과의 풀리지 않은 갈등 역시 해결해야 하는 숙제다.
블랙리스트 문제 역시 여전히 부산영화제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영화인들은 지난 정권에서 있었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에 대한 처벌이 여전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블랙리스트에 대한 진상을 정확하게 규명하고, 관련자들을 제대로 처벌하지 않으면 부산영화제의 진짜 정상화는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여기에 주말이 지나면 눈에 띄게 영화제 분위기가 식어버린다는 부산영화제의 고질적인 문제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분명한 것은 스물 세 돌을 맞는 부산영화제를 통해 '정상화의 가능성'을 엿봤다는 것이다. 과연 부산영화제가 올해를 발판 삼아 24회째 영화제를 통해 진정한 재도약에 나설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mar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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