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가 또 한 번의 ‘세그먼트 브레이커’(차급 파괴자)를 선언했다. 지난 2016년 중형 세단 SM6를 출시할 때 내세웠던 모토가 유럽형 중소형 상용차(LCV) ‘르노 마스터’ 출시에 즈음해 다시 등장했다. 그런데 그 논리가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르노삼성차는 16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르노테크놀로지 코리아에서 국내 미디어 관계자들을 상대로 ‘르노 마스터’ 출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 상용차 문화를 바꾸겠다”고 천명했다. 르노삼성이 신차를 출시 할 때마다 ‘세그먼트 브레이커’를 자처하는 것은 국내 자동차시장의 절대강자 현대기아차 때문이다.
세단과 SUV 시장을 뚫는 데도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했지만 상용차, 특히 중소형 상용차 시장은 현대기아차가 지배하는 철옹성이다. 시장 지배력이나 가격 경쟁력으로 봤을 때 동일한 상품성으로는 사실상 공략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선택한 공략법이 ‘새로운 세그먼트’의 정립이다.

르노삼성자동차가 ‘르노 마스터’를 수입-출시하면서 내세운 개념은 ‘진정한 유럽형 상용밴’이다. 현대-기아차가 중소형 상용차 시장을 지배하고는 있지만, 상용밴이 갖춰야 할 미덕인 ‘확장성’에서는 크게 미흡하기 때문이다. ‘르노 마스터’는 크기별, 엔진별, 용도별, 사양별 확장성이 무궁무진해 전체 모델이 무려 390가지에 달한다.
그 많은 모델 중 딱 2가지가 르노삼성자동차를 통해 수입 됐다. 전장 5050mm, 적재용량 8평방미터의 마스터 S(Standard)와 전장 5550mm, 적재용량 10.8평방미터의 마스터 L(Large)이다. 가격은 각각 2,900만 원과 3,100만 원이다.

르노삼성자동차는 ‘르노 마스터’의 장점을 ‘효율성’ ‘안전성’ ‘신뢰성’이라고 정리했다.
효율성은 화물 공간의 자유로운 활용과 뛰어난 연비다. 현대차 스타렉스 밴의 적재용량이 5.2평방미터이지만 ‘마스터 S’는 8평방미터다. ‘마스터 L’은 스타렉스 밴의 거의 두 배다. 그러다 보니 ‘르노 마스터’는 다양한 확장성을 자랑한다. 적재 공간 안에 이동 커피숍을 차릴 수 있을 정도다. 작업자는 키가 큰 성인도 허리를 굽히지 않고 서서 일 할 수 있다.
최고출력 145마력, 최대토크 36.7kg.m을 발휘하는 2.3리터 트윈터보 디젤 엔진에 6단 수동 변속기를 연결해 얻어낸 10.8km/l의 복합연비는 파워트레인이 주는 또 하나의 효율이다.

안전성은 ‘르노 마스터’가 국내 상용차 시장에 가장 목소리 높여 던져주고 싶은 메시지다. 그 동안 상용차는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안전성이 크게 무시 된 게 사실이다. 가장 기본적인 안전장치인 에어백이 기본 장착 된 것도 불과 몇년 전이다.
1톤 화물차의 경우 엔진이 운전석 아래에 자리잡고 있어서 정면 충돌시 완충 공간 없이 곧바로 충격이 운전자에게 쏟아지는 구조다. 하지만 ‘르노 마스터’는 운전석 앞쪽에 엔진룸이 자리잡고 있는 ‘세미 보닛’ 형태라 운전자 보호에 유리하다. 또한 차선이탈 경보 시스템, 차체사세 제어장치, 경사로 밀림방지장치 같은 안전 장치들이 대거 적용 돼 있다. 구동방식도 전륜 구동이라 겨울철 눈길 주행에서 좀더 안전성이 있다.

다양한 작업 환경에 노출 돼 있기 때문에 가장 안전해야 할 차급이 중소형 상용차였지만 그간의 우리나라 시장은 ‘안전’을 놓치고 있었다. 시장 공략층도 그래서,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중소기업, 일정 매출액을 유지하고 있는 도소매 업자, 의료기기나 음향기기 같은 특수 용도 차량을 운행하는 서비스 업체 등으로 잡았다.
마지막으로 신뢰성은 르노 상용차의 38년 역사로 이야기 하고 있다. 국내 시장에는 단 2가지 모델로 걸음마를 시작하지만 국내 시장의 요구에 따라 얼마든지 확장과 변신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르노삼성자동차의 김태준 영업본부장은 이 같은 이유로 “르노 마스터로 중소형 상용차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100c@osen.co.kr